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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해치 Feb 21. 2019

외국계 회사는 회의 많이 안한다고요? (1)

아닌데여


우리는 플래닝 워크숍이란 걸 한다. 1년에 한번.

지금까지 자잘하게 ‘하자 하자’했던 것들을 리스트업해서 ‘이거 진짜 할거야?’하면서 우선순위도 정하고,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해야 하지 않을까?’하면서 새로운 아이템도 만들어내는 이를테면 1년을 계획하는 가장 중요한 워크숍이다.


웰 컴 투 서울

이때가 되면 많은 외국에 사는 동료들이 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다.

평소 오던 사람도 또 오고, 안오던 사람도 오고, 안오겠지? 했던 사람도 와서 갑자기 팀 사이즈가 거의 두배가 된다. 출장온 사람들을 위한 스페어 책상도 꽉 차서, 늦게 한국에 도착한 사람은 회의실에 짐을 풀기도 하낟. 


늘 회의실에는 충분한 하리보HARIBO가

보통 10-14일동안 진행되는 플래닝 워크숍에서 오늘 3일째다.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 뽑고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바로 회의가 시작된다. 한개 회의는 대게 1시간에 2시간. 그리고 중간에 10분씩은 꼭 쉰다. 이때 스모커들은 담배피러 나가고, 남은 대부분은 젤리를 먹는데, 회의중엔 자기 앞에 있는것만 먹다가 쉬는시간엔 좀 멀리는 있는 새로운 젤리를 시도해 본다.

회의실엔 항상 하리보와 랙커 초콜렛이 켜켜이 쌓여있는데 보고 있자니 지난주 제주도에서 본 작은 오름들 같다. 독일 본사에서 한국에 오는 사람들 마다 하리보와 랙커를 사온다. 미리 메일을 보내서 ‘한국에 이미 젤리 많으니 사오지 마’라고 해도 ‘이 맛은 한국에 없지 않아?’ 하며 가져온다. (그 맛, 한국에 있다.) 큰 봉지로. 이런 대용량 젤리는 처음봤다 나도.


오해: 외국계는 회의가 (한국 회사보다) 적다.

아니다.


영어로 일하고, 출장은 많이 안가고(물론 직군에 따라 크게 차이난다) 회의 많이 한다.

생각해보라. 영미 또는 유러피안들은 말하는 걸 아-주 좋아한다. 계획 세우는 것도 엄청 좋아한다.

모여서 계획세우면 얼마나 할 말이 많겠는가. 회의가 끝나고 다음 회의를 언제 할건지를 정하는 회의도 10분가량 한단 말이다.



그렇다고 나쁘지 않다.

우리는 ‘잦은 회의 = 낮은 업무효율’이라고 쉬이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회의는 빈도와 시간 duration 보다 질이 중요한데, 우리회사의 경우 모든 회의는 반드시 회의 안건이 미리 정리되어 참석자들에게 공유된다.

아젠다를 바탕으로 발표해야 하는 사람은 자료를 준비하고, 의견을 내야하는 사람들은 관련 내용을 검토한다.

그리고 길게 회의한다. 길지만 생산적인 회의가 되는 경우가 많은것은 이 때문이다. 



 안끝낸다.

또 하나의 특징은 준비된 안건을 모두 다루고 나서도 회의를 쉬이 끝내지 않는다. (물론 약속된 회의시간이 넉넉히 남았을 때만)

계속해서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없어?’, ‘질문 있는 사람 없어?’하고 물어본다. 없다고 대답하면 회의 진행자가 오늘 회의 내용을

짧게 정리해서 구두로 정리해주는데, 그리고 나서 다시 ‘아무도 더 할말 없어?’라고 재차 확인한다.

다들 ‘nothing, nothing’하고 나면 회의는 진짜 끝난다. 

(회의 끝나고 2시간 이내에 보통 meeting minutes: 회의록이 공유된다.)


다른 특징들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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