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필연적인 흑심
연필 가운데 까만 게 흑심이다. 흑심은 흑연으로 만들어지는데, 흑연의 주 성분은 탄소인데 무려 다이아몬드와 같다. (이를 동소체: 같은 원소로 되어 있으나 모양과 성질이 다른 물질, 라고 하는데 나도 방금 인터넷을 보고 알았다.)
은 채굴된 흑연 덩어리를 길게 다듬어 나무 사이에 끼워 넣는 형태였다고 한다. (16세기 영국에서부터 쓰기 시작하여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는 소문이 영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듯하다.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하지만 나무 사이에 끼울만한 형태의 흑연을 채굴하는 게 쉽지 않고, 너무 잘 부러지는 까닭에 ‘아 이거 어쩌지’하다 흑연가루와 점토를 버무려 굽는 방식이 생겨났다.
이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연필심의 시초다. 필요는 발명을 났고, 비쌈(생 고품질 흑연)은 쌈(점토 혼합 흑연)을 났는다. 이를 통해 연필이 널리 보급되기 하였고, 무엇보다 흑연 가루의 양 조절을 통해 다양한 진하기의 연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연필은 필기도구로도 사용되지만,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미술 도구이기도 하다.
학교에 가면 HB 연필(특히 초등학생용 연필은 상당히 화려하다. 뽀로로 아니면 터닝 메카드임)을,
미술학원에 가면 4B연필(6B 쓰고 싶다고 하면 ‘아직 너는 때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듣게 됩니다.)을
미술 대학교에 가면 연필은 왠지 시시한 것 같아서 콩테(프랑스어 Conte)를 쓰는 학생도 있다.
한 자루의 연필은 한정된 생명을 갖고 있다. 쓰다 보면 대강 짐작이 된다. 길이가 짧아져서 자꾸 연필 엉덩이가 손에서 빠져나가고 괜히 검지와 엄지에 힘이 들어가 쉬이 지친다. 그러다 보면 ‘내일쯤이면 못쓰겠네’ 하게 된다.
성실하게만 쓰면 거의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샤프와 확연히 구분된다.
같은 이유로 고-오 급 연필(스위스에서 어머니 선물로 사 온 고급 연필은 아직 그대로 상자에 담겨있다. 아까워서 못 쓰시겠다고 ㅎㅎㅎ)을 사기는 멈칫해지지만
같은 이유로 왠지 샤프보다 좀 더 애정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