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종이란
더 싸면 지우개질 하다 구겨지고, 만원이 넘으면 비싼 종이에 잘 그려야 한다는 마음에 부담스러워 손이 안 나간다. (종이가 돈으로 보인다.)
스케치북의 가격은 종이의 종류와 질에 따라 매겨진다.
백상지, 중질지, 신문용지, 그라비아 용지, 백편지 등 어마 어마한 종이의 종류 중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한 용도의 종이는 대게 ‘아트지’로 부른다. (크로키 북은 재생지를 주로 사용하긴 하죠)
그리고 이 아트지는 그램(g)으로 구분하는데 80그램부터 250그램 정도가 일반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범위이다.
(우리가 초딩때 쓰던 스케치북이 대게 180g이다.)
그램은 1 제곱미터당의 무게를 환산한 수치이다. 그리고 종이는 무거울수록 비싸다.
내가 대학생일 때는 평소 180g으로 그리다가
‘오늘은 인생의 역작을 한번 그려봐야겠다.’
싶으면 200g짜리 종이를 사 온다. 귀하기 때문에 돌돌 말지 않고 양손으로 끄트머리를 잡고 만세 포즈로 가져온다. 물론 그 역작이 될 뻔했던 꽤 많은 그림들은 대게 완성되지 못하긴 했다. 너무 긴장했었어...
하얀 종이에 연필로 계-속 쓱쓱쓱쓱 칠해보면 점점 까매지다가 슬슬 광이 나기 시작한다.
흑연에 들어있는 탄소성분으로 인해 광이 나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더 이상 색이 안 칠해진다.
종이를 엄청 자세히 보면 그물구조와 비슷하다. 얼기설기 엮인 펄프 사이로 흑연이나 크레용, 물감 등이 박혀서 종이에 잡혀 있는 형태다.
당연히 종이가 무거울수록 그물구조가 더 넓게 만들어져 있으므로 더 많은 안료를 머금고 있을 수 있다.
한마디로 무거운 종이 일 수록 더 많이 덧칠할 수 있다. (격하게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틀린 말은 아님)
가령 120g 종이와 200g 종이에 수채화로 계속 덧칠을 한다고 하면,
120g은 이내 흐물 흐믈해지면서 나중에는 물감을 토해낸다. (색이 안 먹음)
200g은 당연히 좀 더 오랫동안 종이의 평평한 모양을 유지하면서 많은 물감을 삼킨다. (물론 어쨌든 종이이기 때문에 자꾸 칠하면 얘도 토합니다.)
그림의 종류에 따라서도 종이 선택은 나누어지는데, 수채화는 와트 만지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Whatman 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를 사용한다. 와트만지는 화방이나 지류 전문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나 비싸니까(보통 와트만지는 280g 정도 된다.) 반드시 신중하게 그리자.
1. 무겁다고 무조건 좋은 종이는 아니다. 뭘 그릴 것인지에 따라 선택하자.
2. 종이를 아껴 쓰자. 어쨌든 종이는 나무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