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 쓴 보도자료도 AI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 기자들은 느낍니다
"보도자료를 쓸거야.
올인원 생성형AI 영상생성 플랫폼 Morphic의 신규 기능
'멀티태그 기능'에 대한 보도자료 초안을 작성해 줘."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던 시절이 무색하게, 생성형 AI는 단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문장들을 쏟아냅니다. PR 담당자들에게 글쓰기란 일상이자 숙명인데, 이제 그 무거운 짐을 함께 짊어질 '디지털 부사수'가 생긴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 영리한 부사수를 전적으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오늘은 PR의 핵심 업무인 '글쓰기'가 AI를 만나 어떻게 진화하고 있으며,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PR 현장에서 생성형 AI는 단순한 도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1) 자동 생성(Auto Generation):
키워드 몇 개만으로 보도자료의 뼈대를 잡습니다. "신제품 출시, 친환경 소재, MZ세대 타겟"이라는 단어만 던져줘도 AI는 앞뒤 문맥을 갖춘 초안을 완성합니다.
2) 스타일 및 톤 조정(Style & Tone Control):
하나의 팩트(Fact)를 가지고 매체 성격에 맞춰 변주합니다. 정중한 보도자료 톤에서부터 트렌디한 블로그 게시물, 그리고 감성적인 에세이 톤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듭니다.
3) 요약 및 재구성(Summarization & Paraphrasing):
방대한 분량의 기술 백서나 논문을 한 페이지의 미디어 브리핑 자료로 압축합니다.
가독성을 높이는 일에 쏟던 에너지를 전략 수립에 더 쓸 수 있게 된 것이죠.
4) 문법 및 문장 개선: '혹시 비문은 없을까?' 하는 불안감을 덜어줍니다.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교정된 문장은 가독성을 높이고 메시지의 전달력을 강화합니다.
5) 아이디어 발상: 막막한 캠페인 슬로건이나 이벤트 타이틀을 정할 때, AI는 훌륭한 브레인스토밍 파트너가 됩니다. 100개의 아이디어를 순식간에 내놓고, 그중에서 진주를 고르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하지만 AI가 쓴 글을 그대로 배포하는 PR 담당자는 없을 것입니다.
AI의 치명적인 한계는 신뢰가 생명인 PR 분야에서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AI는 사실을 모른다."
가장 큰 문제는 할루시네이션이라 부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인터뷰를 지어내거나 실존하지 않는 통계 수치를 당당하게 제시하곤 합니다. 사실 확인(Fact-check)이 필수인 PR 업무에서 AI의 거짓말은 곧 브랜드 신뢰도의 추락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저작권 및 표절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AI가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 중 어느 부분이 누구의 창작물인지 알 수 없기에, 무심코 사용한 표현이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콘텐츠의 독창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PR 담당자에게는 뼈아픈 대목입니다.
PR(Public Relations)은 결국 '인간 관계'를 다루는 일입니다.
여기에는 생성형 AI가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1) 윤리적 판단과 책임: AI는 사회적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이나 혐오 발언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는 '윤리적 가이드'는 오직 인간만이 세울 수 있습니다.
2) 문화적 맥락과 감수성: 행간에 숨겨진 뉘앙스, 특정 문화권에서만 통용되는 감성적 유대감은 AI에게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진심이 담긴 사과문이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캠페인 문구는 여전히 인간의 고뇌 끝에서 나옵니다.
3) 일관된 맥락의 유지: 긴 호흡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에서 AI는 종종 길을 잃습니다.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조망하는 일관된 서사는 PR 담당자의 통찰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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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훌륭한 '조력자'이지만, 결코 '책임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글쓰기는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선물을 주었지만, 동시에 그 글에 대한 검증과 책임이라는 더 무거운 의무를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미래의 PR 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AI보다 글을 잘 쓰는 기술이 아닙니다. AI가 뱉어낸 무수한 문장 사이에서 브랜드의 진심을 골라내고, 그것이 세상과 올바르게 소통하도록 다듬는 '눈'과 '심장'입니다.
PR이 생성형 AI를 만났을 때, 우리의 글쓰기는 더 정교해지되 우리의 고민은 더 깊어져야 합니다.
기술은 문장을 만들지만, 진심은 관계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글쓴이 카리나는..
글로벌 PR과 콘텐츠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해 온 12년 차 홍보/콘텐츠 마케터입니다. IT, 헬스케어, 유통 산업 전반에서 브랜드 론칭과 리드 전환에 전문성이 있습니다.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조직의 성장을 함께 합니다.
현재 초기 스타트업들의 홍보를 맡은 PR 디렉터이자,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대학원 사회혁신 심리트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일하는 마음”의 구조와 번아웃, 회복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PR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심리학적 시각을 접목해, 직장인의 정신건강과 건강한 조직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글과 영상으로 전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