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코가 석자입니다만... 저는 적어도 이런 사람과 결혼하려구요
드디어 오랜만에 브런치를 켰다. karina is back!
필자에게 브런치란 사실 해우소 같은 느낌이 있어서, 빌런이 등장하거나 최근에 현타가 많이 온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면 사실 브런치에 글을 적지 않는다. 고로, 카리나의 브런치에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왔다. 최근에 정말 어마 무시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 탓에, 아무래도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하반기에는 몇 개의 글을 쓰면서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또 나만의 기준과 원칙을 앞으로는 깨부수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다.
30대 중반쯤 되면, 아니 어느 정도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성을 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장남/장녀는 싫다든지,
-담배/술을 하는 사람은 극혐이라든지,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은 싫다든지,
-전갈자리는 싫다든지 (전갈자리 분들 죄송. 저 전갈자리 좋아해요)
-금융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꺼린다든지
등 연애를 통해 이런 사람은 나와 맞고 저런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기준이 생겼을 것이다.
또한, 연애를 여러 번 하다 보면 - 아니, 한 연애를 오래 한 사람의 경우에도 그 연애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이런 건 하지 말아야지", "내가 표현하는 면이 약하니까, 조금이라도 이런 부분은 고쳐보도록 노력해야지" 등의 성찰을 통해 변화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할 것이다. (사실 여러 번의 연애를 통해 뭔가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알아채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성장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고, 앞으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안타깝지만 어리석게 살게 될 듯하여.. 앞으로 그 사람은 도태될 것이다.)
필자 역시 여러 번의 연애를 통해 그 관계 속에서 나를 관찰하고, 또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내가 잘한 점, 잘못한 점을 성찰하면서 다음 사랑에게는 "이렇게 잘해줘야지" 또는 "이런 건 하지 말아야지"라는 인사이트를 얻고 다음 연애에 적용시키곤 했다.
그러다 문득 접어든 미혼의 30대 중반.
여러 번의 연애를 통해서 필자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이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고, 결혼해야겠다는 기준이 생겨서 공유하려고 한다. 내년부터 결혼운이 오는 필자에게 행운을 빌어달라.
우리 집은 간간히 모이는 것도 좋아하고, 서로 자주 안부를 물으며 대화하는 스타일인데, 만약 상대방 집은 잘 모이지도 않고 명절 때만 모이고 그 외에는 일절 터치 안 하는 스타일이라면 - 집안 분위기의 결이 달라서 사실 좀 힘들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집은 명절 때만 모이고, 하루에 한 번씩 건강하게 잘 지내자는 덕담을 하는 그런 정도?(대화라기보다는 그냥 서로에게 응원을 하는 메시지를 하루에 하나씩 단톡방에 주고받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약간 하이브리드..ㅋ....)
아무튼. 이런 부분이 비슷해야 트러블이 없고,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나의 성향이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하는데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가정하자. 와이프/남편으로 만난 친구가 대화가 많은 집에서 자랐다면 그동안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환경으로 가는 것이니 이 또한 괜찮을 듯하다.
너무너무 중요하다. 결혼은 나와 상대방의 결혼이기도 하지만 집안과 집안의 결혼이기도 하다.
자식이 잘 살고 있는지, 우리 자식에게 상대방이 잘해주는지에 대해 오냐오냐 키운 (아니 어쩌면 그렇지도 않은 사람들도) 부모님들은 늘 궁금해할 것이다.
일절 우리가 사는 데 있어 터치 없는 부모님, 시부모님, 처가댁이 있으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지..않는다... 시댁이든 처가댁이든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결혼한 커플에 대해 터치를 하기 시작하면 정말 결혼생활은 지옥으로 흘러갈 듯하다. "그러게 좀 우리 엄마한테 전화 좀 드리지"라고 말하는 남편이나 아내. 왜 결혼해서 그때부터 효도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잔소리 안 하는 것. 그리고 각자의 부모님이 뭔가 우리 부부에 대해 바라는 게 있으면 상대방을 배려해서 내가 먼저 알아서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부모님이 참견이 지나치고 잔소리가 많으면 부부 사이도 끝이다. 둘이 좋아도 이 문제로 갈등이 생기면 결혼생활이 쉽지 않다고 한다. 부모님의 참견을 적절히 조율하고 선을 그어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자. 서로에게도 잔소리 안 하고 믿어주고 도와주고 늘 배려하는 사람. 그런 센스를 갖춘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사람마다 인생을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을 얻기 때문에, 가정보다는 외부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에 더 힘을 쓰는 사람이 있고(개인의 여가 중시), 어떤 사람은 가정을 중시해서 우리 가족이 잘 되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는 사람이 있다.
커리어를 중시한다면 커리어를 중시하는 사람을 만나야 서로 이해를 하고 또 조언해주며 서로 의지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중시하는가 - 조금은 다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결이 맞아야 서로 의지하고 끈끈하게 잘 살 수 있을 듯하다. 나의 경우에는 자기 계발에 대한 꾸준한 니즈가 있고, 성장하는 것에 대한 니즈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것에 관심 있는 사람이 나에게는 잘 맞을 것 같다.
이 결이 다르면 가면 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도 어렵고 그냥 포기하게 된다.
내가 가정을 중시하는 성향인데, 남편은 개인의 여가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면 독박 육아는 물론이요, 교육도 혼자 다 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너무 끔찍할 듯하다.
자녀계획, 육아, 교육계획, 성향 모두 인생 계획의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많이 싸우지 않고 서로 힘을 합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 없는 것, 부족한 것에만 집중해서 매일매일 불만만 털어놓고, 어딜 가든 어떤 서비스가 별로네, 여기는 맛이 없네 등 불편하면서 평가하기를 일삼는 사람과는 피곤해서 살지 못한다. 이런 사람의 경우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너 때문에 여기를 왔는데 정말 맛없었어" 이런 식으로.
서로를 탓하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에는 균열이 생긴다. 아이를 키우면 돈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더 힘들어서 서로를 탓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마련된다고 하는데. 아직 겪어보지 않았지만 뭔가 같이 육아하지도 않으면서 돈까지 부족하다면 정말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힘들 듯하다.
아무튼. 돈이 없어도 있는 선상에서 잘 아끼고, 더 열심히 살면서 - 오히려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육아 등) 서로 돕고 힘이 돼주려고 하고 배려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긍정적인 성향, 그리고 이겨내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인지 보고 결혼해야 할 것이다.
트러블이 생겼을 때 상대방과 나의 관계 - 즉, 우리의 관계를 위해서 어떻게든 갈등을 잘 풀기 위해 대화하는 사람. 제일 중요하다. 대화가 되지 않으면 위의 1-4번도 무쓸모다. 연애할 때에는 그냥 그 순간을 무마하기 위해 내가 참고 넘어갈 수 있지만, 결혼의 경우 다르다. 결혼을 하면 돌이킬 수 없다. 같이 살고, 사는 기간이 길어지고 늘 일상에서 그 사람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가 되지 않으면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나의 일상에 들어온 사람.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매번 참고 넘어가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우리의 관계를 위해서 기꺼이 '미안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서로에게 자존심 세우지 않는 사람(정말 중요하다.)이어야 한다. 싸울 때 나에게 맞서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원팀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서로의 입장을 차분하고 배려있게 전달하되, 감정적인 케어를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 감정적인 케어 중 하나가 "미안해, 속상했구나"라는 쿠션어일 뿐이다. "잘못해서 미안해"가 아니라, 그냥 정말... 감정적인걸 풀어주기 위한 하나의 쿠션어인데 이걸 못하는 남자들이 너무 많다.
연인이라면 법정에서 싸우는 것처럼, 내 입장 / 네 입장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따지는 싸움은 하지 말자. 달래주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감정적으로 보살펴주는 대화를 하자.
결혼은 설렘이 아니다.
결혼은 편안함이라고 생각한다. 설레는 연인의 첫 시작보다는 평생 친구로서 잘 맞고 서로를 존중하여 같이 이 험난한 세상을 맞서 싸우는 베스트 프랜드라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자.
서로 모르던 사람이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다 보니, 흔히 말하는 재력, 외모 등 여러 가지 조건 (사실 나에게 이런 건 조건이 아니다. 나에게 조건은 성격과 경제력(성실성)이다.)이 나보다 별로일 수도 있고 더 나을 수도 있다.
결혼하려는 사람들은 으레 이런 것을 따지기 마련인데, 반반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얼마 해와라 등등 시작해서 조건을 따지고 계산하고 계산기 두들기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결혼은 조건이 아니다. 결혼은 상대방을 나의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가족이어도 평생 언제나 내편이어도 그렇게 계산기 두드리면서 계산적으로 굴 것인가.?
부모님을 상대로 계산하지 않고, 부모님도 자식에게 계산적으로 대하지 않는 - 그냥 가족인 것처럼 부부는 가족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난 언제.. 쯤..? 기다리다 지친다!)
Writer / karina
어쩌다 보니 홍보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세상을 다채롭게 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사람입니다.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을 글로 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려 합니다. 글 속 인물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며 어느 사람도 명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