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원
정조를 만나고 현대를 만났던 당일치기 수원 여행
수원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녀올 수 있는 근교 여행으로 떠오른 곳이 수원이었다. 개인적으로 '수원'하면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떠올라서 두 곳은 계획에 포함시키고, 그 외 장소는 다니면서 채워나가기로 하고 여행을 떠났다. 창밖이 보이는 1호선 지하철을 타고 기분 좋게 수원으로 향했다. 나뭇잎이 조금씩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확실한 늦가을이었다.
우리의 여행은 수원성곽의 남문이라고 하는 '팔달문'에서 시작했다. 팔달문 근처에 시장이 있는데, 과거에도 문 근처에는 사람 왕래가 많아 시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팔달문을 지나 화성행궁으로 걸어갔다. 수원에서 받은 첫 번째 인상은 거대한 가로수였다. 나무가 키가 아주 컸고 덩치도 컸다. 풍성한 나무 모양은 각 잡힌 네모 모양으로 단정하게 잘려있었다. 나무 윗부분이 직선으로 잘려 있어서 신기하고 재밌었다. 직선으로 정리된 사각형 모양의 나무가 수원의 강한 첫인상이었다.
평일 낮의 수원 행궁은 조용했다. 서울에 있는 경복궁이나 창덕궁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궁을 생각했던 터라 고요한 내부가 조금 낯설기까지 했다. 또 행궁이라고 해서 작은 규모를 상상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궁이었다. 행궁 뒤로 야트막한 산이 보였다. 나무에 조금씩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궁에 들어갈 때마다 이 궁을 만들었을 때를 잠시 상상해본다. 이 안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나와선 도보로 수원화성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수원 카페골목이 있어서 겸사겸사 걸으며 함께 둘러보았다. 수원화성에 도착했다. 행궁에서 걷기 좋은 위치에 있던 화성. 튼튼하게 지은 화성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에서도 성곽을 따라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원 화성 성곽도 따라 걸어보았다. 정조 시대 때 지어진 수원 행궁과 화성을 둘러보니 10여 년 전에 읽었던 혜경궁 홍 씨의 <한중록>이 떠올랐다.
역사와의 만남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고, 우리는 다시 걸어서 팔달문 시장 쪽으로 걸어왔다. 가는 길에 닭강정을 사 먹었고, 골목 카페에 들어가서 여행의 휴식을 만끽했다. 군데군데 무심하게 걸려있는 그림과 마샬 스피커, 은은한 조명이 잘 어우러지는 편안한 카페였다. 앉아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밖도 어둑어둑해졌다. "우리 사이에 오가는 건 말이 아니라 마음이었으면.."이라고 적혀 있는 셔터문에 감성을 느끼며 쪽지 길을 따라 걷다가, 저녁을 먹으러 지동시장으로 향했다. 지동시장에는 순대타운이 있었다. 따뜻한 순대국밥으로 몸을 녹이고, 밖으로 나와서 수원화성 행차를 떠올리게 하는 밤의 불빛 등을 보았다. 마지막까지 수원에 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수원역에 있는 쇼핑몰에서 잠시 아이쇼핑을 하고 걷다가 늦지 않게 서울로 돌아왔다. 조선 정조시대와 현대를 한 번에 만났던 당일치기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