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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 Aug 26. 2020

[해파랑길] 비와 폭염, 한여름 동해

해파랑길 동해 구간 (33~34코스 총 27.4Km) 

해파랑길은 총 750km의 장거리 걷기 여행길로, 부산부터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서 조성된 길이다. 10개 구간, 50개 코스의 스탬프 기점으로 나눠져 있다. 28~34코스가 동해 삼척 구간이며, 이중 동해 구간 33~34코스를 2일에 걸쳐 걸었다. 두 코스 모두 난이도도 높지 않고 적당한 거리이다. (각각 , 대부분이 그늘 없는 길이라 기상상황에 따라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동해 구간 33~34코스

이 구간은 해파랑길 스탬프가 예쁘다. 그리고 스탬프함을 찾기가 어렵다. 꼭 알아두자, 찾기가 어렵다. 33코스는 아래와 같이 묵호역 인근 기둥 뒤에 숨어있다. 정확한 주소를 치고 지도 앱으로 찾아가야 한다. 참고로 34코스 코스 끝 지점의 스탬프함(35코스 스탬프)은 정말 황당할 지경인데, 안내된 코스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에 스탬프함이 있다. 스탬프를 찍으려면 왕복 2km를 더 걸어야 한다는 것. 지역 시장을 경유하게 유도하는 모양인데, 처음에 좀 헷갈렸다. 해파랑길은 사전에 스탬프함 주소를 미리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번 조금씩 헤매게 된다.  

숨어있는 스탬프함을 찾아서 스탬프를 찍고 있는 해파랑길 도전자들. 덕분에 나도 찾았다.

33코스 추암해변 - 묵호역 입구 (13.6km) 

장마가 막바지던 8월 15일이었다. 33코스는 추암해변에서 시작한다. 깔끔한 해변과 상가, 오토캠핑장, 출렁다리, 촛대 다리 등이 있는 관광지구다. 32코스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코스지만, 종일 비가 내렸다는 것. 장마 끝났겠지 싶어서 판초를 챙겨 오지 않은 탓에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걸어야 했다. 

추암해변 공원
동해항 인근인 듯. 공업지대가 보인다.
곳곳에 잘 정비된 산책로들(편인) 산책로들
흐린 날씨에도 걷기 편하게 잘 정비된 길
걷다가 지칠 때쯤 동해역이 나온다. 근처에 식당이 몇 개 있으니 점심 먹으려면 들르자.
보슬비에도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 구간 길이 정말 좋다. 걸으면서 내내 기분이 좋았다. 오른쪽은 바다, 왼쪽은 철길. 동해안 해안길을 걷는 맛과 멋이 이런 게 아니겠나. 하지만 비가 오다 말다 하니 계산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좀 집중해야 했다. 비 냄새, 바다 냄새, 풀냄새가 뒤섞여서 습하지만 상쾌했다. 맑은 날 걸어도 좋을 것 같다.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가 없는 길이다.

지칠 무렵에 드디어 스탬프 구역에 도착했다. 묵호역 인근 뒷골목을 한참 걸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동네 분위기가 묘하게 정적으로 느껴졌다. 인적 없는 골목에 부슬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길 끝에 34코스 스탬프함이 숨어있다. 잘 찾자.


34코스 묵호역 입구- 한국 여성수련원 입구 (13.8km)

34코스를 걸은 건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8월 16일이었다. 오전에 잠깐 흐린가 했는데 타는 듯한 폭염이 종일 쏟아진 날이었다. 북에서 남으로 역방향으로 걸어 내려왔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여서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갔다. 역으로 내려와야 기차를 타러 묵호역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릉 쪽은 기차가 모두 매진이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34코스 끝단에서 35코스 스탬프를 찍기 위해서 옥계 현내 시장에서 시작했다. 

옥계현내시장에서 출발, 한참을 아스팔트 위를 걸어야 했다.

해안을 따라 잘 조성된 자전건 및 보행자 겸용 길을 따라 걷게 된다. 길은 좋았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해변을 걸으면 좀 더 시원했을까. 아스팔트 옆 자전거 도로를 아무 그늘도 없이 걷다 보니 시작부터 탈진할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사람도 없고, 가끔 자전거가 한두 대 지나가는 조용하고 쓸쓸한 길이었다. 그나마 길 옆으로 보이는 바다가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해안과 철로가 보이는 조용한 풍경
동해한옥마을과 망상해변

너무 땡볕이라 그런가, 코로나 영향인가 도보길 위에는 사람이 정말 없었다. 망상해변에 도착하자 그제야 사람들이 눈에 좀 띄었다. 해수욕장 입구에서 체온 측정과 신원기록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좀 있었지만, 성수기 점심시간임에도 가게들은 대개가 텅텅 비어있었다. 

새들이 많았다. 새소리를 들으면서 걸으면 힘이 났다.
번화한 어달해변, 식당과 카페 등 상가가 활성화되어 있다.
갑자기 튀어나온 문어상. 어딘지 근엄하고 귀여워서 한 장

묵호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묵호항 수산시장에 각종 수산물을 파는 집과 회를 떠주는 집들이 있다. 천천히 둘러봐도 재미있을 듯하다. 나는 기차 시간 때문에 서둘러 묵호역으로 향했다.

정말 뜨거운 날의 여행이었다. 그늘이 전혀 없는 코스다 보니 탈진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거웠다. 20대 때 휴가철에 들른 기억 정도만 있던 동해시. 이번에 해안을 따라 걸으면서 어쩐지 정이 들었다. 다음에는 걷는 것 말고 천천히 해안을 즐기러 와야겠다고 생각하여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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