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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 Aug 18. 2020

[해파랑길] 특별하게 만나는 부산

해파랑길 부산 구간 (1~4코스, 총 68.5Km)

해파랑길은 총 750km의 장거리 걷기 여행길로, 부산부터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서 조성된 길이다. 10개 구간, 50개 코스의 스탬프 기점으로 나눠져 있다. 이 중 1~4코스가 부산 구간으로 총 68.5킬로의 거리다.


부산은 이미 주요 관광지와 숙소는 다 가봤지만 그래도 갈 때마다 새로워서 즐겨 방문하게 되는 여행지다. 이번엔 해파랑길 도전을 위해서 지난 8월 5일~ 10일 사이에 총 4개 코스를 5번에 나눠서 걸었다. 장마와 태풍이 끝나지 않았던 시기라 날씨가 조금 힘들었다.  

해파랑길 부산구간 1~4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여행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코스는 배낭을 메고 숙소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부산은 워낙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고, 대형 도시기 때문에 코스 간 이동이 용이할 것으로 보았다. 숙소는 단 한 번만 옮겼다. 주요 포스트는 해운대에 잡았고, 마지막 날은 부산역으로 잡아서 아침에 짐을 숙소에 맡겼다가 부산역으로 회귀했다.

위 사진은 미포항에서 해운대 해변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비구름이 덮여있고 바람이 세차게 불던 밤이었다. 해파랑길 부산 구간의 매력이 이런 게 아닐까. 낮에는 자연 속에서 걷고, 밤은 도시 관광지 부산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미포항에서 회 한 접시 먹은 것도 좋은 기억이었다.


해파랑길 스탬프 북은 사전에 온라인으로 구매해야 한다. 총 2권이고 1만 5천 원이다 가격대가 좀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50개에 달하는 스탬프를 모으고 정리하는 수고와 비교하면 그 정도 가치는 있다. 코스 소개와 개괄적인 지도도 함께 있다. 스탬프 스폿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고, 지역관광진흥을 위해 코스에서 한참 떨어진 엉뚱한 곳에 있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사전에 위치 주소를 확인하고 가자. 


거의 모든 갈림길에 이정표를 달아둔 서울 둘레길과 달리 해파랑길 길 안내표지판은 촘촘하지 않아서 이정표만으로 길을 따라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미리 스마트폰에 앱을 깔자. 트랭글, 두루 누비, 코리아 둘레길 앱 등이 해파랑길 트랙을 제공한다. 나는 '코리아 둘레길' 앱을 선택했다.


1코스 오륙도 해맞이공원 - 미포 (17.8km)

첫날 해운대 숙소에 가방은 맡겨두고 바로 1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해운대에서 오륙도 방향으로 걸었지만 사진은 코스 정방향으로 정리했다. 1코스는 해파랑길 중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싶다. 부산의 주요 관광 포인트를 지나고, 무엇보다 이기대길을 지나게 된다. 이기대길 구간은 해파랑길을 걷지 않더라도 꼭 한 번 방문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뷰가 정말 근사하다. 하지만 거의 등산에 가깝고 구간 길이도 상당하니 신발과 의상은 신경 쓰고 오는 게 좋겠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
이기대길
이기대길
이기대길 구름다리
이기대길
광안대교가 보이는 민락 수변공원
광안리를 넘어가면서 계속 해운대의 스카이라인을 만나게 된다
동백섬과 해운대
해운대


2코스 미포-대변항 (15.2km)

2코스는 다른 코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편한 길이다. 원래는 5시간 정도면 무난하게 마무리되었어야 할 코스였지만 비 때문에 일부 구간에 체력 소모가 있었다. 우중에 쉬다 걷다를 반복하니 시간이 지체되어 저녁 약속을 위해 당일 완주는 포기, 결국 이틀에 걸쳐 걸었다. 2코스도 바다와 숲을 번갈아가면 만날 수 있는 근사한 길이다. 도중에 편의점과 화장실도 종종 나오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바다가 보이는 문텐로드
21코스 초입은 문텐로드, 갈맷길, 십오굽이 달맞이 길과 겹친다.
전날까지 내린 많은 비로 산책로가 많이 훼손된 상황
악천후에도 서핑족이 가득한 송정 해변
조용한 바닷가길
용궁사. 입구에 맛있는 호떡과 오뎅을 판다
용궁사 입구
용궁사
방파제 제작틀과 방파제들
부산 힐튼 아난티 호텔과 인근 산책길
폭풍이 들이닥치기 직전의, 오랑대 공원


3코스 대변항 - 임랑 해변 (16.5km)

3코스도 비와 습도 때문에 힘들었다. 무엇보다 초반에 나오는 봉대산 등산이 쉽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등산길이라 그런지 풀에 길이 거의 가려져있는 경우도 있고, 인적이 너무 드물고 거미줄이 많아서 잘 가고 있는지 계속 의문을 가지면서 산을 오르고 올랐다. 봉대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사람은 단 1명 만났었다.

일광 해변도 길이 잡초에 가려져있어서 길을 찾지 못해서 도중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우여곡절 끝에 완주하였다. 산과 해안이 번갈아 가면 등장하는 코스인데, 3코스부터는 드디어 부산 외곽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인적이 줄어들고, 이정표도 드물게 등장한다. 동행이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은 코스다.

봉대산
일광해변
길을 잃었던 곳. 지친마음을 바다뷰 카페에서 달랬다


4코스 임랑 해변 - 진하해변 (19.0km)

4코스는 정말 도전적인 코스였다. 코스가 길기도 하고(예상시간 7시간), 일부는 부산, 일부는 울산에 있어 고립감이 있는 코스다. 나는 해운대에서 출발, 버스를 타고 기차역에 가서 국철을 타고 울산 남창역에 하차, 다시 택시를 태고 진하해변으로 갔다. 코스 지점까지 가는 데만도 2시간 반 가까이 소요되었다.

원래라면 부산에서 배낭을 메고 울산에서 숙박을 하는 게 정석일 것이다만, 개인적으로는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19킬로를 짐을 매고 걸을 자신이 없었다. 길 자체는 난도가 높지는 않았다. 오르막 계단이 꽤 등장하긴 하지만 등산구간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장마철 비가 오다 말다 하는 통에 흙길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리고 4코스가 코스 이탈하기 쉬운 길이 많아서 GPS앱을 계속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코스 자체는 근사하다. 고즈넉하고, 호수 같은 바다 풍경을 보고 또 볼 수 있다. 해맞이 명소인 간절곶도 지나게 된다. 나는 역방향으로 걸어서 임랑 해변이 도착지였는데, 부산 사람들의 데이트 장소인 건지 팬시한 카페와 베이커리가 눈에 띄었다. 이미 19km를 걸어서 땀과 비로 망신창이가 된지라 감히 들어가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진하해변과 인근 산책길들
바다새들이 와글와글
해무가 심해서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절뚝거리며 도착한 임랑 해변. 태풍 소식에 한가했다.

이렇게 해파랑길 부산 구간 4개 코스를 4박 5일에 완주했다. 저녁에 계속 약속도 있었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걸었더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집에 와서 하루 정도는 몸살 기운이 있었다. 그래도 장마철 치고는 비를 많이 맞지 않았고, 폭염보다는 장마가 나았다. 최근 부산여행은 매번 가던 데만 가서 먹던 것만 먹는 편이었다  그것도 좋았지만 이번엔 가보지 않았던 부산의 곳곳을 걸어 들어가 본 기억을 남겨서 좋았다  

해파랑길 완주 도전자가 아니더라도 1, 2 코스는 1일 여행으로 추천하고 싶다. 무난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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