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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인선 Dec 06. 2018

에덴의 이방인

너를 잃고 나는 쓰네


무려 7년 전, 문체만으로 나를 유혹했던 이가 있었다. 미친 듯이 나를 홀렸고 그 덕분에 글을 배웠다. 처음에는 너의 감성을 좋아했고 그다음에는 너의 일상을 기다렸고 나중에는 너의 손끝에서 새는 글을 사랑했다. 너의 글은 내 눈앞에서 날뛰었다. 누구도 걷잡을 수없이 날뛰어서 내 일상을 잃어버렸었다. 너의 냄새를, 너의 뒷모습을 글로 외웠다. 두려워서 쓰다 지우고 버렸던 미처 부치지 못한 내 편지들은 너를 향한 내 귀를 삼켜 사라졌다. 될 수 있다면 내 귀를 잘라 편지에 함께 넣고 싶었다. 너의 글을 너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게. 여느 때와 다름없던 하루,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던 네 글에서 다른 사람의 사랑스런 눈썹을 노래하는 것을 듣게 된 후로는 더 이상의 글을 이을 수 없었다. 너는 보란 듯이 건재한 내 애정으로 쌓아진 에덴을 벗어나고 있었다. 이 에덴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고, 에덴 속에 홀로 남겨진 이방인이 될 수 없었다. 네 미소로 쌓았던 에덴의 한켠을 허물고 아무도 찾지 않는 내 생의 궤적으로 도망쳤다. 망가진 에덴을 벗어난 후의 글은 없었다. 그렇게 1년, 2년을 잃어버렸다. 생의 궤적에 지쳐 놓아버린 무언가들을 갈구하고 있을 때, 불현듯 내가 망가트린 에덴의 흔적을 찾아 처음 뒤를 돌아봤다. 스러져가는 에덴 속에 몸을 구겨 넣은 망가진 너. 너는 그때 왜 다시 돌아왔니. 내 자리가 아닌 곳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만, 구겨진 네가 있는데 어떻게 이방인을 자처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기억을 깨고 그 균열 사이로 비집고 나온 네가 아픈 글을 흘리는데 어떻게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수취인이 없는 애틋한 글들만 서로에게 띄워대며 아파하는 것. 그게 내 일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아파하는 것. 아무리 스러진 에덴의 조각들을 네가 끌어모아 안고 있어도, 그 조각들로 글을 써내도 나는 너의 글이 될 수 없었다. 너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그런 날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픈 속눈썹으로 부서진 에덴의 조각들을 놓아버린 채 떠났다. 왜 이제 와서 네가 버려둔 그 조각들을 끌어모아 다른 사람의 흔적들로 빚어진 너라도 찾고 있을까. 아니, 너는 어디에 있을까. 죽지는 않았을까. 버려진 에덴에 베이지는 않았을까. 이제 막 다시 입을 튼 내 글의 첫 그리움이었던 너에게, 수취인이 없던 애틋한 말들에 이제야 수취인을 달아 띄워본다. 나의 에덴을 가르던 자오선, 때를 지난 대답 미안해. 나의 에덴을 휘젓던 소년,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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