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irystar Sep 15. 2020

엄마는 처음이라

엄마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임신 중에 밤마다 잠들기 전, 남편과 함께 태아를 위한 기도를 하곤 했다. 태교를 하겠다고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클래식 음악을 듣기도 했다.

첫 태동을 느낀 날의 설렘을 기억한다. 맘카페에서 물고기가 스윽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라는 댓글을 읽고, 난 언제쯤 태동을 느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마치 내 배 안에 잔잔한 물결이 치는 것 같았다. 아기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해졌고, 너무 특별하게 느껴졌다.

점점 배가 불러오고, 아기가 발로 배를 툭툭 치면 손으로 쓰다듬으며 태담을 하곤 했다. 태동이 규칙적으로 지속되는 ‘딸꾹질’을 할 때마다 참 신기했다.

이미 나는 모성애가 넘치는 엄마가 된 것만 같았다. 아기를 낳으면 태동이 사라지겠구나 싶어 아쉬워하기도 했다.


출산 후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아기를 내 옆에 눕혔을 때, 약간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이 아이가 내 뱃속에 있던 아기라니. 잘 믿기지가 않았다. 입원실로 가서 조금 회복을 한 뒤 신생아실 유리 너머로 바라본 아기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출산 첫날은 에너지가 넘쳤다. 마치 무용담을 이야기하듯, 남편에게 계속 조잘조잘 그날 새벽부터 출산하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반복해서 얘기하며 들떠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출산 후 이틀 정도까지는 각성상태인데, 그 이후부터 좀 쳐질 거라고 하셨다.


정말 그랬던 걸까. 조리원으로 이동한 날부터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수유가 잘 되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퉁퉁 부은 내 다리와 아직도 임신 중인 것만 같은 배 때문이었을까. 분만으로 얻은 통증 때문이었을까.

천국이라는 조리원에 들어간 첫날 밤, 잠이 든 남편 옆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모자동실 시간에 아기가 오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걱정과 불안이 나를 감쌌다. 모자동실 시간이 다가오면 심장이 두근대곤 했다.

아기가 울면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

이 작은 아이를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아기를 낳기 전부터 생겨났던 모성애는 다 어디로 간 걸까. 나는 왜 이러지.

출산을 한 나는 아직 ‘엄마’에 적응을 못하고 있었고, 남편은 영락없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코로나로 산모들끼리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없었고, 유일하게 대화를 하는 시간은 마사지를 받는 시간이었다. 출산 전에는 기본 마사지만 받으려 했는데, 부종이 너무 심해서 거의 매일 마사지를 받게 되었다.

조리원에 온 지 3~4일 되었을 즈음인가. 마사지사분이 얘기를 꺼내셨다.

“아기 낳고 우셨어요?”

출산 때 울었냐는 이야긴 줄 알고,

“네~ 낳을 때 울었어요~” 하는데


아뇨, 산모님도 출산 후에 우셨나 해서요.
아까 오신 산모님은 하루에만 서너 번은 울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후둑후둑 떨어졌다. 엎드려 있던 타이밍이라 어찌나 다행이던지...

마음을 가다듬고는 태연한 척 몇 번 울긴 했다고 하니, 다들 그렇다고. 본인도 조리원에서 많이 울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나만 이런 감정이 생긴 게 아니구나. 나와 남편만 믿고 이 세상에 태어난 아기에게 죄책감이 들기도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겠구나. 자연스러운 거구나...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서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은 서서히 사라졌다. 물론 조리원에서 나오고 나서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또 다른 힘든 시기가 오긴 했지만 말이다.


처음 만나 어색했던 시간들을 지나, 지금 내 눈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

그렇게 나는 서서히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