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우리 엄마
어릴 땐 생일이면 마음이 들뜨곤 했다.
초등학교 때엔 예쁜 옷을 입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생일파티를 몇 번 했었는데, 생일 상 위에 놓였던 긴 유리병 속 빼빼로가 가끔 생각난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 까무잡잡하게 타고 빼빼 마른 내가 화사한 샤랄라 원피스를 입고, 편안하게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앨범에서 볼 때면 좀 웃음이 난다. 생긴 건 사내아이 같은데 옷은 공주풍이랄까.
상황에 맞게 잘 차려입는 우리 엄마는 내가 주인공인 생일에 아마 나를 더 돋보이게 해주고 싶어 예쁜 옷을 골라 사줬겠지.
커갈수록 별로 옷에 많은 관심이 없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생일엔 엄마 손에 이끌려 백화점에 가서 옷을 선물 받곤 했다. 딸이 평소에 옷을 잘 안 사니, 생일에라도 예쁜 새 옷을 사서 잘 입길 바랐을 거다.
나는 생일이 아니어도 가끔 쇼핑을 가게 되면 주로 엄마와 함께 했다. 이 옷 저 옷 입어보면 아닌 옷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잘 어울리는 옷은 탁탁 후보군에 넣어두는 엄마 덕에 골라준 옷을 오래오래 잘 입곤 했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음력 생일이 너무 헷갈린다며 양력 생일로 바꾸기로 하셨다. 그래서 나와 남편과 엄마의 생일이 같은 달에 딱 열흘씩 차이가 나, 이런 신기한 인연이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더구나 작년에 태어난 아기까지 같은 달에 생일을 맞게 되어, 2021년부터는 네 명이 같은 달에 생일파티를 하겠다며 가족들이 웃곤 했다. 혼자 다른 달 생일인 동생은 6월은 돈이 남아나질 않겠다며 본인은 결혼하면 꼭 생일 먼저 물어봐야겠다고, 6월생이면 안 만나야겠다며 농담을 했었다.
아기의 첫 생일이 될 때 엄마가 내 곁에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엄마 없이 보낸 첫 생일은 여느 때와 비슷하게 지나갔지만 마음 한구석이 따끔했다.
작년에 항암치료를 하며 입원하던 중에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편집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던 엄마.
백화점에서 내 여름옷을 골라주며 나보다 더 들떠있던 엄마….
앞으로 남은 이번 달 남편 생일, 엄마 생신, 아기 생일에도 엄마 생각이 많이 나겠지.
그래도 언제나 함께라는 마음으로, 내가 어디에 있든 원할 때에 나를 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지막이 말을 건네본다.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