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 화두가 된 세상에서 현빈이 묻고 토마 피케티가 대답하다
386세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부는 직장이 어디에 있는지에 의해 결정되었다. 월급쟁이로 큰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에서 강남 가까이에 직장이 있는 경우에 '강남 아파트' 하나 사두고 눌러앉은 자들은 '일산'에 아파트를 산 경우보다 큰 수확의 기쁨을 얻은 것이다. 어느 직장을 선택하느냐로 부가 결정이 되었다면 운의 요소이나, 투자와 실거주를 구분해 오를 지역을 면밀히 분석하였다면 '실력'이라 하겠다. 이처럼 투자 수익은 운의 요소에도 실력의 요소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정권을 떠나 공정은 언제나 화두가 된다. 성공으로 가는 기회의 문이 좁아질 때 우리는 성공을 이끄는 기회의 방정식을 이루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실력이 최선이야.'라 할 거고 누구는 실력은 도긴개긴이고 다른 무언가의 요인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공정한 세상일수록 실력이 뒷배경보다 더 크게 작용해야 하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점에 우리 모두는 동의한다. 하지만 세상이 갈수록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게 된다면, 어느 가정에서 태어났는지의 운에 좌우된다면 그 사회는 건전한 발전을 이루기 어렵게 된다. 부를 이루는 요인에서 부모로부터 물려부터 받은 재력이나 운이 가장 큰 요인이 된다면 그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하겠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곳으로 가고 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가 최근에 신간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기본소득’에서 더 나아가 ‘기본자본’을 주장하고 있다. 청년의 특정 시기에 제법 큰 목돈을 주어 ‘출발선의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발선의 평등'을 이루면 실력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고 공평한 세상이 될까? 약간의 실력 차이가 큰 부의 차이를 이룬다면 공정한 세상일까? 실력은 대동소이한데 흔히 말하는 네트워크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토마 피케티는 '기본자본'이 공정한 세상을 이끌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고장 난 자본주의를 바라보며 여러 사람들이 리셋할 시간이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 오래전 히트작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현빈이 피케티의 기본자본에 대해 묻는다.
"토마 피케티, 기본 자본이 주어진다해요. 그래도 노력하면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합니까?"
그는 피케티에게 세상이 아무리 공정해져도 운(부모로부터의 운을 배제했다고 가정)이 상당히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운을 버는 성공 방정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신은 피케티와 현빈의 생각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은 좋은 삶과 투자의 이치를 치열하게 생각하게 하는 양서이다. 책의 요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운의 존재를 적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 성공에 실력이 얼마나 공헌했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운과 실력의 기여도를 구분할 줄 하는 삶을 살면서 돈 외에 운을 벌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행해야 이 복잡한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마다 인생을 살아가는 성공방정식은 다르다. 각자가 어떤 리스크를 안고 어떤 수익률을 얻을 것인가를 정하는 과정에서 리스크와 수익률에 운의 요인이 담겨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삶을 슬기롭게 사는 첫 단추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그 성공 방정식이란 그릇에 무엇을 담을지는 각자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에 따라 다르리라. 내게 세 가지를 담으라고 말한다면 그건 열정, 운, 겸손이라 하겠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삶을 겸허히 바라보는 철학서이자, 인과 관계를 정밀히 분석하는 냉철한 투자 지침서이며,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경영 조언을 해 주는 비즈니스 입문서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삶을 살아가며 ‘다 운이야’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운칠기삼’을 일컫는가 하며 누군가는 ‘모든 운이 한 사람에게 쏠린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의 유산과 지능이라는 선천적인 요인이 삶을 크게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부를 결정하는 요인에서 이런 ‘운’의 요소가 지나치게 결부되어 있음을 씁쓸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수저를 부러워하며 운명론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성공한 흙수저들의 반란은 거북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성공모델이 보편타당한지 토를 달 수 있다. 물론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게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성공신화에 영향을 준 시대적 상황, 환경, 인맥이라는 ‘운’적 요인을 간과한 채 그저 열정과 비즈니스 모델만 강조하며 그게 만병통치약 인양 약을 판다면 불운에 겹친 이에게는 큰 슬픔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게 운 탓일 수는 없다. 하지만 운이란 실체를 인정하고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야 말로 삶과 투자의 최고 병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과나 성과 만을 보고 그게 실력에서 연유한 것인지 운에서 나온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판단을 유보하고 장기간에 걸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여러 시도들을 해 보면 어떨까. 투자나 업무에 있어서 초심자의 행운이란 게 있다. 오르는 장에서 초보 주식 투자자도 수익을 내기는 쉽다. 하지만, 초심자의 종목 선정 능력이 펀드매니저 대부분을 능가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긴 기간에 걸쳐 투자해야 하고 더 많은 종목을 선정하여 관찰할 필요가 있다. 히트작을 일찍이 맛본 초년 작가는 이상하게도 다음 작품이 잘되지 않는 징크스가 있을 수 있다.
작품이 좋다고 히트작이 반드시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실력 있는 작가의 경우는 여러 번의 시도를 해 본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운은 예기치 않고 올 수도 있기에 진정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각오로 자신의 그릇을 지속적으로 빚어 나간다면, 운이 찾아왔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젊어서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직장에서 업무를 익힐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처음 새로운 걸 접하고, 쉬운 것부터 하나씩 배워간다면, 급격히 실력이 느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데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우리 앞에 끊임없는 도전이 놓여 있기에 초심자의 행운을 실력으로 생각하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다. 꾸준함과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도전에 굴하지 않는 내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는 이런 인생의 참 맛을 느끼게 하는 명언이 나온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행운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도취되면 시련을 견디기 어렵다. 운과 구분되는 실력의 힘이 인생을 지배하는 본질일 수밖에 없다.
둘째, 실력의 역설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대성공은 능력, 기회 그리고 행운이 결합할 때 이루어진다. 능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게 항상 가능한 것이 아니란 뜻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는 실력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리는 공무원과 대기업 등 안정성 위주의 직업으로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회적 비용은 크고 개인들의 경쟁은 치열해져 아무리 노력하고 실력을 쌓아봐야 헛수고가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럴 때일수록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곳이 미래에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력보다는 운을 보고 투자한 것인데 오히려 지혜로운 인간으로 살 가능성이 높아질지 누가 알겠나. 책에서 제시한 것처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영역에서는 사람들의 실력 격차가 줄어들기 쉽다. 마라톤처럼 말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록 차이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대회 당일 컨디션과 날씨 같은 운이 금메달과 노메달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실력보다는 운이 좌우하는 세상에서는 돈이나 지위나 권력 같은 외적 보상을 추구하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먹을 것 없는 곳에서 삽질을 계속하는 미련한 행동일 수 있다. 투자에서 수익률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군중심리를 잘 이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투자를 권유할 때가 꼭지이듯 말이다. 인생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생의 한가운데에서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일을 찾아 의미를 부여하고 보람과 가치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런 삶과 투자를 영위할 때 행운이라는 여신에 입맞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범사에 감사한 마음도 들기 쉽다.
셋째, 최선을 이루지 못한다면 차선도 괜찮다는 자세이다. 운과 실력이 최고의 조합이 되어 대성공을 이룬다면 최고의 성과를 누릴 수도 있지만, 그 운이 자신에게 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라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차선의 이론은 최선(파레토 최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여러 다른 차선을 비교하기 어렵고, 그 차선에서 삶과 투자의 의미를 되새겨 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리스크와 마주하며 선택의 기로에 선다. 기업도, 개인도 플랜 A만을 최선으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항상 차선으로 플랜 B를 생각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다양한 옵션을 인생과 투자에 사두고 문제가 있을 경우 플랜 B로 갈아탈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다하지 않을 경우 괜찮은 차선이란 기회를 발견해 플랜 B로 갈아타는 게 인생과 투자의 색다른 묘미가 아닐까? 성공에 이르는 방정식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우연히 마주한 플랜 B에서 인생과 투자의 묘미를 맞이한다면 그 여정이 단조롭거나 지루하지 않아서 좋지 않을까?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운이 우리에게 다가올 확률을 더 높이게 될지도 모르겠다.
넷째,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많은 분야가 운에 작용되는 복잡계란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분야를 직업이나 투자 대상으로 선택하든 이전과 다른 세계일 수 있다. 새로운 세계는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가는 느낌일 수 있다. 이러한 곳에서는 실력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다. 실력이 지배하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실력의 향상이 월등히 중요하나, 열린 시스템에 노출되어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며 성장하는 세계에서는 많은 우연이 의미 있는 성과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 세상에서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합니까?”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투자, 비즈니스, 삶을 이루는 정치·경제 등은 모두 복잡계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경계가 모호해진다. 세상을 설명하는 변수가 많기에 인과관계를 설명하는데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러한 복잡계의 영역에서는 운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크기에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실망을 덜 하게 된다. 복잡계에서는 멱 법칙과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제조업은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한없이 원가에 접근해가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정보기술산업은 규모가 커지면 수익이 오히려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지배한다. 두 개의 법칙이 공존하는 시대에 질은 무시한 가운데 양적 가치의 추구에만 매달려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기업의 미래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디지털 변혁의 시대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 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복잡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혁신적으로 배양해 나가야 한다.
미중 무역 분쟁의 와중에도 중국 주식 수익률이 20% 이상이다. 이를 두고 여러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작년 말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도 중국 주식은 상승할 것이라는 자산운용사의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혜안에 감탄해 본다. 세상에 운의 요인이 크다고 하더라도 시장을 읽어내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이 책이 그런 통찰력을 키우는데 일조하기 바란다.
by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부의 비밀병기 IF 저자 조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