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논문 지도교수조차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게 기대할 만한 게 크지 않다고 말했어요. 사실 나는 경제학이 따분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재미가 있는 게 있어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겁니다. 사람들의 행동방식이 전통 경제학 이론과 전혀 다르더라고요. 사람들은 경제학 이론대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는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사람을 예로 들며 그가 산 포도주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는데 그것을 팔지 않고 그냥 마시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자기 같으면 그 포도주는 팔고 다른 포도주를 사서 마셨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세일러는 사람들의 재미있는 행동에 대한 관찰 결과를 목록으로 만들어 본다. 사람들은 실제 똑똑한 전통 경제학자들이 보기에 바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싸게 하나 얹어준다는 말에 ‘1+1 상품’을 사고 막상 쓸 데가 없어 친구에게 공짜로 나눠준다. 좋은 정보라는 친구의 말에 솔깃해서 주식을 왕창 샀다가 돈을 날리기도 한다. 합리성과 거리가 먼 행동이다.
세일러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잘하는 일의 목록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경우 자신이 할 줄 아는 모든 일을 나열한 재고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교육기관에서 습득한 기술, 부모 또는 다른 역할 모델로부터 습득한 기술, 일 또는 커리어를 통해 습득한 기술, 책을 읽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습득한 기술 등을 모두 작성해 보자. 이런 것은 모두 귀중하며 자기에게 어떤 희망의 기쁨을 선사해 줄 수 있는 대상이다. 설사 기술이 그만큼 전문화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써놓은 기술의 목록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잘하는 일의 목록 만들어라
인생은 마라톤이다.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경주로 인생을 보다 길게 내다보고 우리가 가진 문제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노력을 한다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뭘 가장 즐겼는지 아시나요. 내 동료 교수들이 내가 만든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행동 목록을 보고 내게 매우 화를 내는 것을 즐겼습니다. 경제학에 따르면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합리적 주체여야 하죠. 비용과 효용을 정확히 파악해 대안 중 최선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 합리적 주체를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비현실적 가정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은 합리적 주체라기에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너무 많이 합니다. 젊은 시절 그들을 화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동안에 사실 그런 일로 내가 제대로 생계를 이어갈지 걱정이 되더군요. 바로 그 순간 나는 내 일생의 가장 큰 발견을 하게 됩니다. 두 명의 이스라엘 심리학자와의 만남은 나의 세계에서 신세계의 발견 자체였습니다. 물론 그 심리학자들에 대해 다른 경제학자들은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각자의 운명은 그렇게 다른가 봅니다.”
대니얼 캐너먼과 고(故) 아모스 트베르스키는 그에게 필요한 열쇠를 주었다. 다른 경제학자들이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에서 경제학자들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힘을 불어 넣은 것이다. 2017년 세일러가 오래 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캐너먼에 이어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비주류로 불리던 행동경제학이 주류경제학에 편입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행동경제학은 이미 대중에게 인기를 얻은 분야이다. 그들은 스탠퍼드에서 만나 심리학과 경제학을 연계하는 실험을 하며 행동경제학의 싹을 틔웠다. 그 때가 세일러의 나이 32살이 되던 해였다.
“여러분들은 오늘 졸업식에서 내가 귀에 듣기 좋은 말을 할 거라 생각합니까? 열심히 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상투적인 말말입니다. 미안한데 사양할래요. 오히려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나는 학생들에게 차갑고 잔인한 가능성을 고려할 것을 상기시킵니다. 심리학에서 ‘바탕이 되는 통계(base rate)’를 들먹여서 미안한데요.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여러분이 결혼해서 이혼할 확률은 반반입니다. 사업을 해서 성공할 확률은 훨씬 낮지요. 여러분 이런 승산을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내가 나만의 연구를 시작할 때 그게 성공한다거나 50%의 승산 가능성이 있거나 해서 시작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지 않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럼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경제학 연구에 뛰어든 것일까? 그는 그의 판단이 상당히 이성적이었다며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내 경우 기회비용이 거의 없었어요. 나는 유명한 경제학자도 아니었어요. 그저 평범했죠. 잃을 명성이 없잖아요. 가진 게 없는데 뭘 잃겠어요. 대신 내가 할 과제가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되더군요. 누군가 재미에 근거해 직업을 선택하는 게 이성적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이성적인 게 있나요. 재미라는 것은 위험을 피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헤징 수단입니다. 재미있는 것을 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좋은 기초 공사를 할 수 있어요. 뛰어놀 마루는 깔아 놓는 것이죠. 반대로 매 단계가 힘들다고 한다면 부자가 된들, 세속적으로 성공을 한들 그게 할만한 가치가 있나요? 물론 그건 가치관의 차이입니다. 이제 행동경제학이 상당히 말이 되는 학문이 되었고 경제학 전공 교수들을 약 올리기도 어려워졌으니 다른 선율을 내는 나의 첼로를 찾는 여정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게 다른 소명일수도 있지요.”
2022 미국 경제 현상황을 바라보며
그는 41년만에 마주한 미국경제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낮은 (미국의)실업률과 역사적으로 높은 고용은 경제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물가보다 약간 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약간 떨어진 것을 경기 침체로 묘사하는 것은 그저 웃긴 일이죠."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가 관찰하는 물가 상승의 일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의 공급망 문제로 인해 직접 발생한 것이고, 만약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 완화되면 물가가 일부 하락할 수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2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0.6%로 집계됐다고 수정 발표했다. 그전에 발표한 속보치( -0.9%)보다 나아진 수치다. 소비지출과 민간 재고투자가 상향 조정된 덕분이라고 상무부는 분석했다. 상무부는 또 올해 2분기 미국의 비(非)금융 기업 이익률이 전기 대비 15.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95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이 재료비와 인건비 인상분을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났다”고 했다. 가격 상승에도 소비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감소했다. 고용 시장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9월 미국 미국 금리 인상의 정도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