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킨스데이 Apr 18. 2024

뉴질랜드에서 LG도 포기한 가전제품은

  


   4월. 봄이 되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연둣빛 새싹도 나고 목련, 벚꽃, 개나리와 진달래, 튤립과 같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하지만 '황사와 미세먼지'라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도 함께 온다. 날씨 앱에는 빨간색 글씨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나쁘다는 신호가 연일 뜬다. 이동성 고기압에 의한 편서풍을 타고 중국발 중금속(카드뮴, 니켈, 납, 크롭 등) 성분에 황사가 더해진 것이란다. 집집마다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노약자나 임산부들은 외출을 삼간다. 집을 나설 때는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꼭 챙겨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봄 풍경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기가 깨끗하기로 유명한 뉴질랜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국제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023년 공기질 기준에 부합한 나라는 일곱 국가로 핀란드, 에스토니아, 호주,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그레나다, 모리셔스였다.


뉴질랜드 베이페어에 있는 아라타키 해변의 전경 © 2024 킨스데이
공기 맑은 도시로 손꼽히는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의 TEPAPA 뮤지엄 워터프런트 전경 © 2024 킨스데이 

 

  뉴질랜드의 공기가 깨끗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기 전문가에 따르면 남반구에서도 섬으로 뚝 떨어져 있는 '지정학적 위치'와 '낮은 인구밀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여기도 인구대비 차량 보유율이 전 세계 1위인 만큼 차량에서 발생한 이산화질소에 따른 건강 문제, 바람이 불지 않은 추운 겨울에 가정에서 난방을 목적으로 나무나 석탄을 땔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이슈가 없지는 않다. 그래서 Land, Air, Water Aoteraoa(LAWA)와 같은 기관에서는  환경부, 지역 카운슬, 대학교와 재단과 협력해 미세먼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일반적으로 뉴질랜드 가정집에 가면 "공기청정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가정집의 공기청정기 보급율이 70%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LG 전자 뉴질랜드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가전제품 리스트에 공기청정기는 없다. 그렇다고 아예 공기청정기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관공서, 호텔, 쇼핑몰, 콘퍼런스홀 등 사람이 붐비는 실내 공간에서는 공기청정기에 대한 니즈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삼성전자 뉴질랜드 웹사이트에는 가전제품 리스트에 공기청정기가 있다.)


LG 전자 뉴질랜드 가전제품 웹사이트. 공기청정기는 판매하지 않는다.   


 공기가 깨끗하면 우리에게 이로운 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천식이나 알레르기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적어지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면서 수면의 질이 높아져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강화된다고 말한다. 야외 활동이 자유로워지는 등 건강한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련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비용이 감소할 뿐 아니라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정부의 관련 예산을 더 유용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 미국 워싱턴 DC에 근무하던 시절, 교포인 분이 "여기서는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어도 소매나 목둘레가 까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탁을 자주 할 필요가 없어요"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미국 시애틀에서 서울로 놀러 온 친구가 "며칠 새 돌아다녔더니 하얀색 스니커즈 밑바닥이 까매졌어, "라고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었다. "아니, 신발 밑창 까매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었어?" 어쩌면 일평생 서울 시민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이런 대기오염에 익숙해졌었나 보다. 뉴질랜드에 오니 이런 익숙함이 불편함이었던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


  얼마 전 여행가방을 정리하다가 한국에서 가져온 KF94 일회용 마스크를 발견했다. "이게 필요한가?"순간 멈칫했다가 지퍼를 잘 잠가서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공항에 가기 전까지 뉴질랜드에서는 당분간 사용할 계획이 없을 것 같다.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집안의 창문을 모두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심호흡을 해서 뉴질랜드의 맑은 산소를 폐 속 깊숙이 채워 넣었다. 매일마다 결코 작지 않은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에덴동산에 오르면 보이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