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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y 17. 2024

포트락 파티에서 완판된 K-핫도그


  작년에 방영된 tvn ‘서진이네’는 멕시코 바칼라르 지역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 사단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들이 판매한 메뉴는 김밥, 라면, 치킨 그리고 핫도그였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한국의 분식을 즐기는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전해졌다. 이런 메뉴들도 이제는 글로벌 무대에서 나름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집 가족이 포트락 파티를 하자며 저녁 식사에 초대해 줬다. 아직 김밥은 연습이 부족해서 포기하고 K-치킨을 종류별로 구매하기로 하고 타우랑가 시내로 갔다.  "Chickent Fryday"의 메뉴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후라이드 치킨, 양념치킨, 간장마늘 치킨 반마리씩 주세요. 그리고 핫도그도 3개 포장해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옆집 초등학생 아이들이 핫도그를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따끈따끈한 치킨과 핫도그 봉투를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포트럭 파티에 가져간 K-치킨. 핫도그는 이미 완판  © 2024 킨스데이

 

  시간이 되어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이미 거실에는 테이블 위에 음식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고 여기에 더해 K-치킨과 K-핫도그 포장을 벗기고 세팅을 했다. 옆집에서는 라자냐와 케밥, 샐러드, 콤부차와 디저트를 준비하셨다. 우리는 뷔페 형식으로 접시를 들고 원하는 것을 떠서 먹고 마시며 왁자지껄 식사를 함께 즐겼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예상밖으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K-핫도그의 맛에 깜짝 놀라워하며 순식간에 완판이 된 것이다. 다들 단짠 맛에 감동을 한 듯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1인 1 핫도그로 사 올걸 그랬다. 나중에 동네 파머스 마켓에서 K-핫도그를 만들어 팔면 대박이 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서양인들은 '핫도그'하면 보통 빵 사이에 소시지를 끼워 넣고 케첩과 머스터드, 양파나 피클을 넣은 형태를 떠올린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산드라 블록이 직장 동료와 함께 아침 출근길에 줄 서서 핫도그를 사 먹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대도시 길거리에서 파는 저렴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핫도그가 바로 그런 모습이다. 1800년 대에 탄생했다고 하니 나름 역사 깊은 음식이다. 하지만 내 최애 핫도그는 미국 핫도그가 아니다. 몇 년 전에 노르웨이 베르겐 "Treknorenen"에서 인생 핫도그를 만났다. 하루에 세 번도 더 먹을 수 있던 그런 어메이징한 맛이었다. 워낙 외식 물가가 비싸서 예산이 빠듯했던 했던 터라 더없이 고마운, 선물 같은 존재였다. 한 입 깨물면 보드라운 빵에 고퀄의 큼직한 소시지의 육즙, 케첩이 아닌 달달한 잼과 크리스피한 양파 프링클의 심플하지만 본질에 충실한 맛의 향연이 입 안 가득 펼쳐진다. 그 맛이 가끔씩 생각난다. 그래서 하루는 코스트코에 가서 핫도그를 사 먹어봤지만 역시 미국 핫도그가 나의 북유럽 핫도그 맛을 따라갈 수 없었다. 내가 다시 노르웨이를 간다면 그건 순전히 이 핫도그 때문이리라.


그리운 나의 인생 핫도그 (이미지 출처: Trekroneren 페이스북 )

  

  이와 달리 우리나라 핫도그는 'CORN DOG'라고 해서 꼬챙이에 소시지를 껴 옥수수 빵으로 싼 핫도그 형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K-핫도그가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연코 '단짠의 조화'이지 않을까? 소시지나 치즈 위에 밀가루와 빵가루로 만든 쫄깃한 빵 반죽을 입힌 뒤 바삭하게 튀겨낸 후 설탕을 바르고 케첩과 머스터드, 마요네즈 등 다양한 소스를 뿌린 그 맛. 맛있지 않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당연히 외국인도 중독되는 맛일 수밖에. 핫도그의 본고장 미국에서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한때 '명랑핫도그'가 동네마다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사라진 듯 찾아보기 어렵다. 해당 웹사이트를 살펴보니 해외에도 이미 진출해 있었다. 미국, 영국, 호주, 태국, 필리핀 등 K-핫도그의 팬덤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다시 돌아가서 K-핫도그를 푸드 트럭으로 파머스 마켓이나 콘서트장 앞, 행사장 앞 이런 데서 팔면 괜찮을까? 남녀노소 타깃으로 메뉴는 딱 한 가지로 해서 말이다. 치킨 프라이데이에서는 6 뉴질랜드 달러(원화로 4,900 원대 후반)에 팔던데. 하루에 몇 개를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까? 계절성은 없을까? 주말만 장사를 한다고 했을 때 개당 8달러로 하면, 하루에 100개 X 8일로 했을 때 월 5백만 원이 조금 넘는다. 중고 트럭 구매비, 장비류, 원재료비, 판관비 등이 들어갈 테고 적어도 두 명은 있어야 할 텐데 이게 과연 남는 장사가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객단가가 낮으니. 그럼 예상되는 리스크는 없을까? 요즘 추세로서는 오일이나 치즈, 소시지, 빵가루, 밀가루 등 원자재값 상승이 예측된다. 그럼 소비자 가격을 높여야 하는데 어디까지가 적정 가격이 될까? 또한 건강을 생각하면 고칼로리, 고혈당 제품이다. 소아나 성인 비만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내가 하는 게 맞아 싶기도 하다.


  내 첫 커리어는 마케팅 업무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식품 기업으로 이직해 신제품을 쏟아내며 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을 지켜냈다. 하지만 곧 회의감이 들었다. 재료 조금 바꾸고 포장지 바꿔서 신제품이라고 하면서 가격을 올려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 마음 불편했다. 기존 제품으로도 충분한 데 말이다. 내가 소비를 부추기는 게 아닐까? 그래서 비영리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이런 과거 여정을 돌아보니 내가 뉴질랜드에서 K-핫도그를 파는 게 맞나 싶기는 하다. 그래서 바로 마음을 접었다. 이 나라에선 그런 핫도그가 없어도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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