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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주민 Aug 10. 2022

<요즘 대학동> 로컬매거진 탄생

고시촌 동네의 여전한 듯 새로운 변화에 대하여... 흥해라! 로컬창작물~

요즘, 관계 인구가 된 것처럼 관악구와 대학동을 자주 오가고 있는데, 특히 로컬매거진 작업으로 그랬다. 


#1인가구 #고시촌 #녹두거리 #대학가 #청년의동네 등등.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에 당도하는 곳. 거쳐가는 정거장도 같지만, 동시에 인생의 가장 강렬한 시기로 각인되는 청년의 경험과 흔적이 응축된 공간. 잘 몰랐던 동네인데, 들여다보니 흥미롭고 궁금한 점이 많은 리얼한 삶의 터전.

<요즘 대학동> 매거진

동네를 다루면 그 즉시 선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꼭 중앙에만 무대와 사연이 있는 건 아니다. 로컬매거진은 동네의 콘텐츠를 뽑아내어 공유하고 큐레이션 하기 좋은 매개. 그러고 보니 이번 작업은 로컬x재생x미디어x창작x협동…. 내가 그동안 해온 활동과 관심사의 집약이기도 하다.


책을 만드는 건 보이고 보이지 않는 많은 품이 들어가지만,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자발성과 설렘을 고취하는 일. 게다가 이 작업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사연과 필력을 품은 주민 작가님을 만났고, 로컬 콘텐츠에 열정을 듬뿍 가지고 일 이상으로 결합하고 있는 로컬브랜드 상권매니저님, 제각각 참신한 시선으로 동네를 쓰고 있는 청년이 함께 일구고 있는 결과물. 매거진 앞에 실은 주민 에디터의 글을 전한다. 흥해라! 로컬창작물~ 


<에디터의 글: 여전한 듯 새로운 변화에 대하여>


대학동은 흥미로운 동네다.


분명 연남동이나 이태원 같은 ‘핫플’은 아니다. 골목을 무대 삼아 트렌디함의 터전이 되는 ‘힙지로’ 같은 힙스터의 공간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젊다. 청년의 동네다. 서울 중심가와는 거리가 먼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상권도 상당히 큼지막하게 형성되어 있다. 1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삶의 형태라고 한다면, 대학동은 첨단이다. ‘혼밥, 혼술러’에게 친절하고 최적화되었으며 맞춤형 메뉴도 많다. 홀로 먹고 사고 누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동네.


고시촌이라고 들었을 때, 조용한, 낡은, 어딘가 고루해 보이는 이미지를 연상했다. 고시원, 고시식당, 문구점, 컵밥 혹은 눈물 젖은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가난한 청춘, 합격의 영광을 위해 오늘을 유예하는 피로한 삶으로 덥수룩한 공간…. 전혀 없는 풍경은 아니겠지만, 편견이었을 수 있다. 인간의 삶은 그 시기와 단계마다의 무게가 있다. 무엇인가 하늘에 뜬, 제각각의 가슴에 품은 별을 보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청춘의 시절이라면 그 잔상의 결이 오죽할까.


이번 호에 소개된, ‘신선계와 인간계’(궁금한 표현이죠? 꼭 읽어보시길!)를 쓴 작가의 글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대패는 불판에 닿기가 무섭게 사지를 비틀며 오그라들었다. 그것은 좀처럼 느긋할 새 없는 우리 청춘의 삶을 닮아 있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바짝 집중해 결과를 내지 않으면 한순간에 타버려 쓸모없는 고깃조각이 될지 모를 인생의 골든타임….” 대학동에서 고단한 수험생활을 하던 오빠를 찾아, 고깃집에 갔던 날의 회고다. 


그러한 골든타임의 희로애락을 품고, 대학동은 변화하고 있다. 생활상권은 결국 동네와 주민을 반영하여 형성된다. 사법고시는 사라졌으나, 우리 사회에서 각종 시험은 여전히 청년의 명운을 건 사다리다. 로스쿨 준비생, 경찰공무원, 각종 자격증 시험 등등. 게다가 캠퍼스타운과 벤처 클러스터 조성, 역세권 청년주택 등 시험과 다른 루트로 청년과 주민의 삶을 품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오늘의 대학동은 단지 고시촌으로만 볼 수 없는 분화의 공간일 수 있다. 세상이 변한 만큼, ‘요즘 것’들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트렌드의 상품을 가지고 들어선, 관행적인 이미지의 고시촌스럽지 않은 가게도 곳곳에 보인다.


변화를 키워드로 창간호를 만들었다. 대학동의 어제를 품고 새롭게 등장한 것들을 주요하게 pick했다. 변화한다 하더라도, 대학동은 여전히 정거장과 유사한 동네일 것이다. 목표지로 가기 위해 거쳐 가는, 나비로 날아오르기 전의 애벌레 시기를 견디고 버티는 날의 공간. 그러나 그 시절을 꼭 다음 챕터를 위해 희생하듯 사는 일상으로만 채울 필요가 있을까. 지금 놓인 여기에서, 식당 모퉁이 좌석에서 혼밥을 하는 순간에도, 느지막한 시간 카페에서 앉아 인강을 듣는 자리에서도 안락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동네이기를. 오늘이 나비이기를.


편집장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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