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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를 당신들은 모를까

나만 알고 싶은 해변을 찾아서... 고흥 풍류해수욕장, 풍남해변

by 이웃주민
조금 더 알려져서 소위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과, 나만 두고 알고 싶고 여기저기 붐비는 관광지화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다소 모순적인 마음이 교차한다. 원석처럼 아름다우나 덜 알려진 고흥을 다니다 보면 자주 그런다.


건수 없이 슬리퍼 신고 가는 #풍류해수욕장


고흥에 살면서 바다와 가까워졌다. 건수 없어도 바다에 오는 날들이구나, 고흥살이는.

풍류해수욕장을 처음 간 건 특별한 계기가 있다거나 누가 추천한 것도 아닌, 살고 있는 집에서 지도 검색했을 때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해수욕장이었기 때문이다. 고흥읍내에서 차로 15~20분이면 당도한다. 별다른 계획이나 일정 없이 그냥 바다 보고 싶을 때, 해변을 걷고 싶을 때, 파도 소리 듣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곳.


이곳은 부산스럽지 않고 소박하게 펼쳐져 있는 해변이다. 저만치 건너편으로 보성과 장흥 땅이 바라보이는 득량만 바다, 고흥 반도 서쪽 라인(이 얘기는 일몰 스팟, 노을뷰 맛집이라는 말!)에 위치한다. 유명 관광지는 아니고 그래서 오히려 편안하게 가기 좋다. 누가 있어도 재잘거림 정도일 뿐 조용하고, 때로는 인적이 아무도 없어 해변을 통째로 혼자 ‘프라이빗’하게 누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해변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며 촉촉하게 젖은 모래의 부드러운 질감을 느낀다. 파도 소리와 함께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면,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없는 겨울 바다에서


오늘도 건수 없이 나왔다.

커피 한잔 내려서 들고, 차에 음악을 켜 두고, 짧은 드라이브를 거쳐 도착한 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여름이었지. 뜨거운 태양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았던 기억인데, 어느덧 두꺼운 잠바를 입는 계절이 되었다. ‘뜨거운 남도’에도 겨울은 찾아온다.


차에서 내리자, 순간적으로 차갑고 시리고 쓸쓸한 미를 품은 겨울바다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


바람이 세찬 겨울날의 바다는 평소 따뜻한 고흥이어도 춥다. 그래도 차디찬 바람을 맞고 바다 앞에 서있는 게 어딘가 상쾌하고 짜릿하게 시원하다. 황량한 분위기로 가득한 겨울의 바다, 몰아치는 파도소리만이 나와 함께 있는듯한데, 어떤 고독은 낭만적이다.


아무도 없는 겨울 해수욕장, 누군가 오간 발자국만이 남아있는 바닷가를 홀로 향유하며, 오로지 파도소리, 오후의 지는 햇살, 계속 불어오는 바람, 바람, 바람.... 그 속에 꽤 오래 서있었다.



왜 여기를 당신들은 모를까 #풍남해변


실비 같은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온통 은빛의 수채화처럼 바다가 펼쳐져 있다.

물이 들어오는 때의 휘몰아오는 파도소리가 옅은 빗소리와 함께 신비감을 더한다. 한반도 최남단의 고흥 반도에서도 남단에 붙은 땅으로 들어온 곳, 작게 움푹 들어간 만과 아담하게 펼쳐진 해변은 아늑한 느낌이다. 저만치 거금도를 포함한 섬들이 비 오는 흐린 날의 수증기를 머금고 뿌옇게 보이는 풍경 또한 신비롭다.


아, 절경인데 인적은 없다. 프라이빗하게 오직 나만이 해변을 향유하는 중. 오늘은 날씨가 궂어서 더 그렇겠지만, 지난번 왔을 때도 한가로웠다. 나는 작고 사람이 드문 바닷가와 해수욕장의 미를 발견하는 중이다. 휴가철 이벤트의 공간이라기보다 예고 없이 한숨 돌릴 때 편히 오고 싶은 곳들. 발포가 그랬고, 풍류가 그랬다. ‘4면이 바다’ 같은 고흥에는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 해변이 더 숨어 있을까.


왜 여기를 당신들은 모를까,

조금 더 알려져서 소위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과, 나만 두고 알고 싶고 여기저기 붐비는 관광지화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다소 모순적인 마음이 교차한다. 원석처럼 아름다우나 덜 알려진 고흥을 다니다 보면 자주 그런다.


ps. 나만의 해변을 만들어가며

이 아담하나 아름다운 풍남의 바닷가가 심지어 ‘지도앱’에도 표기가 되어있지 않다. 풍남항 옆 ‘풍남오리탕’(풍양면 천마로 1390-13)을 찍고 가야 한다. 고흥에는 이런 ‘디지털화’가 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 하나둘 나만의 명소를 개척(?)해나가는 느낌이랄까!
고흥의 작고 아담한 해변들, 요란스러움이 없는 곳이 주는 매력이 있다(비교적 관광객이 많은 남열리나 익금해수욕장 등도 물론 명불허전 멋진 곳이다). 소소하게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지금까지 발포, 풍류, 풍남이 마음에 들어왔는데, 고흥엔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제각각의 모습을 한 바닷가가 워낙 많으니, 살면서 계속 탐험하듯 발견하며 한숨 돌리고 싶을 때 혹은 기분에 따라오는 나만의 명소 리스트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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