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감
어제는 달리기를 하루 쉬었다. 매일 달리는 게 좋지 않다는 것과 허리 통증이 조금 줄어드니 이젠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 그 이유였다. 이렇게 달려도 되는 건가? 그리고 호흡. 달리면서 복통이 생긴 이유가 바로 호흡의 문제였다. 그 뒤로 호흡을 의식하며 달리니 복통은 거의 사라지고, 내게 맞는 호흡법을 조금씩 찾게 됐다. 코로 숨을 쉴 때도 입을 살짝 벌리고 숨울 쉬면 달릴 때도 힘이 덜 들어갔다. 근데 여기서 또 하나 문제가 생겼다. 바로 인후통이 생긴 것이다. 찾아보니까 입을 또 너무 많이 벌리면 공기가 입으로 들어가면서 목이 건조해지고 바짝 마르게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유인데 꼭 이렇게 겪고 나서야 신경을 쓰게 되는 것들이 많다.
어제는 달리기를 하루 쉬면서 오전에 일정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물주머니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할 일을 했다. ‘괜히 달리기 시작한 건지, 뛰지 않았으면 굳이 신경 쓸 일도 없었을 텐데’ 라며 조금씩 위축이 됐다. 하루를 쉬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니 무릎도 신경 쓰이고 좀처럼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달리는 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깨달은 하나가 있다. 달리면서 기록을 단축하고 프로다운 자세를 갖추고 달리는 것보다 꾸준한 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였다.
결국 귀찮아도 달리기 위해 집 밖을 나서게 했던 것은 기록 달성의 기쁨도 아닌 내면에 쌓인 균형감 덕분이었다. 개운하게 달린 날에도, 잘 달리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날들 속에서도 꾸준히 나만의 페이스가 맞춰지고 있었다. 가끔 하고 있는 일에서 큰 성취를 느끼지 못하고, 진전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삶의 페이스를 놓지 않고 나만의 결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