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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Jul 15. 2022

생일에는 늘 비가 왔다

비에 젖은 케이크 상자를 한번 더 꼭 품에 안았다

1. 생일엔 늘 비가 왔다. 그것도 아주 세차게 내렸다. 엄마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내가 태어나던 날에도 비가 폭우처럼 쏟아졌다고 한다. 다른 병실의 천장에서는 물이 새 산모와 신생아가 대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믿거나 말거나) 어쩌면 널브러진 일상 속에서 나의 안식처(보금자리, 안전지대)를 찾고 기어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습성은 본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올해 생일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수도권, 강원, 충남지역엔 호우주의보가 울렸다. 집 앞의 천은 범람해 산책가 잠겼고 누군가의 저녁을 여유를 가져가 버렸다. (예기치 않은 사건은 늘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다.)

3. 비에 젖은 케이크 상자의 한쪽 손잡이는 늘 찢어져 있었다. 이번 생일에도 결국 케이크를 안고 집까지 들어가야만 했는데 이럴 때면 평소 섬세하지 못해 소중한 것들을 챙기지 못하는 나를 꾸짖기라도 하는 것 같다. 세차게 내리는 비는 나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받은 사랑을 놓치지 말고 살아가라며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살아가라고 비에 젖은 케이크 상자를 힘껏 끌어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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