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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Dec 11. 2024

오늘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표정이 있는 사진을 찍었다

요 며칠째 비가 멈추어 섰다. 크리스마스 시간 간격이 가까워 오고, 사람들 발길까지도 빨라지고 있다. 모두가 한 해를 보내기 전 마무리 하고 가야 할 무엇인가 남아 있는 듯하다. 작년 이때쯤 나는 무엇을 했을까,라는 이전의 날들 돌아보게 된다. 작년 우리 부부는 큰아들과 이탈리아 여행 중에 있었고, 올해는 아들 내외와 함께 밴쿠버 집에서 12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년의 일들기억으로 찾아냈고, 혹시나 오랜 시간 지나고 나면 잊을만한 기억은 모두 사진에 옮겨 놓았다.


한 해 한꺼번에 아들 둘을 출가시켜 며느리 둘을 가족으로 맞이했다. 흔히 사람들은 " 얻어 좋으시겠습니다"라고 축하 인사를 건네어온다. 큰아들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가족 전제가 한 곳에 모일 수 있는 여건이 앞으로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아 가족사진을 찍기로 하고 아내는 며칠 전에 이미 사진관 예약을 둔 상태다.


오늘 예약해 놓은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날이다. 촬영에 입을  모두 청바지에 흰색 티로 통일했다. 가족사진에는 인원이 하나 더 늘어났다. 작은 아들이 키우는 강아지 가족사진을 함께 찍기로 가족 전원이 찬성했다. 사진 촬영이 10분 정도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가볍게 사진관을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각기 다른 포즈로 수십 번에 걸쳐 반복 연출을 했다. 한 시간 이상 자리 위치를 바꾸어 가면서 움직인 노력 끝에 만족할 만한 포즈를 찾아 촬영을 종료하였다. 내 생애에 오늘처럼 많은 시간 카메라 앞 시선을 빼앗겨 본 적은 없는 것 다. 


가족사진이 완성되려면 작업기간1달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내년 1월 중순정도나 되어야 가족 표정이 담긴 사진을 받아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오늘 사진 촬영을 해주신 사진사장님은 우리 가족사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며칠 후 은퇴를 하신다고 한다. 사진관은 이곳 한 곳에서만 20년을 운영해 왔다고 한다. 사진관은 초창기 동업자에게 양도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은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낯설지 않은 언어가 되었다. 이제는 남에 일만은 아닌 나에게도 몇 년 안에 다가올 말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순간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오는 것을 보면 은퇴라는 언어는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닌 듯하다.

가족사진 촬영을 끝내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장시간 촬영과 긴장 탓 때문일까, 모두가 허기진 표정을 담고 있다. 아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미리 사다 놓은 스테이크를 굽고 셀레드를 만들어 푸짐한 밥상을 차려 놓았다. 마지막 가는 날까지 아들. 며느리에게 되도록이면 집밥을 많이 해 먹여 보내려 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컵에 와인 한잔씩을 따라  건배를 했다. 건배 후 남편의 자격으로, 아버지 자격으로, 새로운 가족이 된 며느리의 시아버지 자격으로, 평소하고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감정 때문일까, 말을 이어가는 도중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왔다. 울컥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았는데 결국엔 눈물을 쏟고 말았다. 아들 둘을 출가시킨 후 책임 면죄부가 풀린 것 같은 느낌의 감정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린애들처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탓일까,

아들은 아내의 표정을 순간 카메라로 잡아냈다. 아내는 남편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오랫동안 살아온 부부. 아내만이 남편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강아지는 오늘 가족사진을 찍는 한 시간 내내 사진관 사장님  뜻을 어느 정도 알아들으면서 멋진 동작과 표정의 연출을 잘 소화시켜 주었다, 장시간 사진 촬영에 지친 탓일까, 가족이 식사를 하는 동안 식탁밑에서 가족의 말끝에서 나오는 체온을 느끼면서 깊은 잠에 빠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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