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개봉했던 영화 '마션'을 다시 보았다.
요새 환경 문제에 꽂혀있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우주 탐사를 목적으로 우주 쓰레기를 대거 생산해내고 있는 우리의 현실부터 보인다.
아직 우리가 우주에 가서 사는 것도 아닌데, 탐사 과정에서만도 벌써부터 쓰레기가 산더미!!!
이러니 우주 쓰레기를 소재로 한 영화('승리호')가 나오지. --*
인간이란... 살기 위해 끊임없이 쓰레기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쩝.
암튼, 그건 그렇고...
오늘 다시 영화를 보면서, NASA의 화면에 보이는 화성에서의 마크 와트니는 그저 조금씩 움직이는 하얀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깊었다. 그의 사력을 다하는 외로운 투쟁이 화면상에선 그저 하나의 점일 뿐이었다. 겨우 손톱만큼 움직이는 한 점. 어쩌면 그게 우리의 실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움직이는 한 점에 불과한 와트니는 매일 할 일이 많다.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 쉴 틈이 없다.
바쁘다, 힘들다.
아무도 없는 우주에서조차 그렇다.
살아낸다는 건 그런 것이다.
와트니가 무슨 일을 하든 한 번도 확실한 적이 없었다.
될지 안 될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다.
예측하고 계획할 순 있지만, 그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지만 확실치 않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살려면 뭐든 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오직 죽는 길 밖에 없지만,
뭐라도 하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작은 길이 생겨난다.
우리는 그 길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영화 중간중간에 지구에서 와트니의 생존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종종 그의 심리 상태에 대해 묻곤 했다.
하지만 아마도 와트니에겐 심리 상태 따위를 궁금해 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냥 오늘도, 내일도 어떻게든 살아낼 뿐.
나의 이런 느낌들을 영화 말미에 와트니가 후배 우주 비행사들에게 강연하면서 한 마디로 정리해준다.
"우주에선 뜻대로 되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어느 순간 모든 게 틀어지고 '이제 끝이구나'하는 순간이 올 거야. '이렇게 끝나는구나'. 포기하고 죽을 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 하지. 그게 전부다. 무작정 시작하는 거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문제도... 그러다 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된다."
그러네.
어쩌면 난 지구에 문제를 풀러 온 모양이다.
삶이 나에게 개별적으로 매일 출제하는 문제를 말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맡겨진 강의를 해냈고,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매일의 루틴을 지켰으며,
앞으로 있을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대비해, 미리 해두어야 할 것을 좀 더 만들어서 비축해두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 내어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눠주었으며,
수고를 마다않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 기다렸다.
오늘 내가 한 모든 일들이 그저 하얀 점이 1mm 움직인 것에 불과할지라도,
나는 오늘도 내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들은 내 방식대로 해결했고, 그만큼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가만히 있지만 않으면, 분명 나를 우주로 데려가줄 우주선이 있는 그 곳에 도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