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시간 50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 내내,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크리스 가드너가 성공하기를.
이 모든 고생을 이겨내고, 극복하고, 결국엔 행복해지기를.
왜? 제목이 '행복을 찾아서'잖아!!!
결국 그는 영화 끝나기 5분 전 쯤에 드디어 약 1분 동안 행복해지고, 영화는 끝난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넉다운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감독의 이 선택에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인정!
왜? 행복의 순간이란... 이토록 찰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 오랜 고통과 시련 속에 누리는 찰나의 기쁨, 벅참, 뭉클함, 뿌듯함, 자랑스러움, 흥분, 그리고 행복감.
이래서 행복만 추구하다 보면 인생 망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1분도 채 안 되는 찰나의 기쁨만 노리고 살다가는, 대부분의 시간을 불행한 채로 보내야 하니 말이다.
크리스의 아들 크리스토퍼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엄마는 도망갔고,
아빠랑 허구한날 병원을 전전하며, 아빠가 의료 기구를 팔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인종이 다르고, 친구도 없는 놀이방에서 혼자 놀아야 하고,
아빠의 힘겨워하는 모습을 계속 옆에서 지켜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빠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힘든 하루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뛰고,
피곤할 땐 서로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 수도 있고,
그래도 가끔은 초코바 하나를 사먹을 수도 있는,
버겁지만, 그래도 하루 하루 또 살아내는 그 시간들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성가대의 노래에 잠깐의 위로와 다시 한 번 살아볼 힘을 얻고,
오늘도 묵을 곳을 구했다는 성취감에, 오늘도 버스를 놓치지 않았다는 자랑스러움에 뿌듯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은 결코 쉽지 않기에,
오늘도 이 삶을 살아냈음에 행복해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영화 끝까지 기다렸다.
크리스 가드너가 고래등 같은 집에 살고,
크리스토퍼가 쌔끈한 옷을 입고,
같이 멋진 차를 타고 나가는 장면을.
나 또한 그런 것이 행복이라고 은연 중에 믿고 있었음을...
영화 끝날 때까지 그 장면만 기다리는 나 자신을 보며 비로소 깨달았다.
나도 참 어리석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