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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쌤 Oct 02. 2021

1) 영화 '리버 와일드'를 다시 보다.

영화 "리버 와일드" (1995. 3. 11. 개봉)

감독 : 커티스 핸슨

배우 : 메릴 스트립(게일), 케빈 베이컨(웨이드), 데이빗 스트래던(톰), 조셉 마젤로(로크), 존 C. 라일리(테리)


* 1996. 12. 23. (월) 10:50 PM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예전에 극장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살이 너무나 거대하고, 시원하고, 짜릿했다는 것. 

너무나 악역만 하는 우리 케빈(케빈 베이컨)이 너무 안 됐다는 생각, 

그리고 역시 수화는 배워둘 만한 수단이라는 것. 


달라진 점이 있다면, 메릴 스트립의 연기에 더 초점을 두고 볼 수가 있었다. 

역시 보통 연기자는 아니다. 

특히 공포를 웃음으로 극복해보려다 결국 울고 마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가족들이 긴장하면서 보니까, 미리 본 나도 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맥을 끊는 부분이 너무 길고 또 잦다.

한 번쯤은 길게 정신없이 몰아쳐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꼬마 조셉 마젤로의 연기도 귀엽고 똑부러진다. 비중이 좀 적긴 하지만. 

흠... 그러고보면 'The Cure'에서 나온 모습은 이 영화에 비하면 엄청 큰 거였구나...


메릴 스트립이 목욕할 때 뒤에 서 있던 케빈!

낚시 배울 때의 웃통 벗은 케빈!

남편이 죽은 후 복수하겠다는 게일에게 난 뭐든지 할 수 있다며 협박하다가 욕망을 참고 마는 케빈!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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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10. 2. (토) 9:10 PM 집에서, 혼자


1995년에 개봉했던 영화 '리버 와일드'를 다시 보았다. 

당시 난 케빈 베이컨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가 매번 악역으로 나오더라도, 그 악역의 마력 내지는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곤 했었다. 

그래서였을까, 당시엔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보인다. 

메릴 스트립이라는 배우의 힘이.

그녀는 '게일'이라는 극 중 인물과 혼연일체되어, 세상 강인한 여인이자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이후 필모그래피를 생각하더라도, 뭔가 쭉~ 연결이 되는 것 같은,

메릴 스트립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우직한, 범접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남편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바짝 힘을 내서 범죄자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이용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 강 위에서 힘을 가진 자가 자기 자신이라는 걸 분명히 깨닫게 된 것이다. 



수많은 래프팅 경험, 강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넓은 시야, 

거기에 선생으로서의 기질까지 발휘해서, 

게일은 범죄자 둘에게 빠른 시간 안에 노 젓는 기술을 가르친다. 



게일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나는 포인트는, 

바로 끌려갈 것인가, 끌고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나 자신을 범죄자에게 사로잡힌 불쌍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강을 따라 내려가는 그 모든 과정이 죽을 맛이고,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지만,

내 아들과 남편을 위해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라면, 

설령 범죄자라 하더라도 내 생존을 위해 최대한 활용해서 끌고 가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건틀렛이라는 어마어마한 급류를 건너기 위해서는, 

범죄자 둘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아무리 실력 좋은 게일이어도,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은 나는 그래서 그 장면이 제일 좋았다. 

범죄자와 피해자라는 입장을 다 떠나서, 

일단 무조건 함께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모으는 그 순간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게일이 엄청난 물보라 속에서도 웃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녀는 그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빛나고 있었다. 

강에 순종하면서도, 태산 같이 버티고 서서, 자신의 방향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너무 멋있다. 너~~~~~~~~~무 멋있다. 



누구나 삶의 어떤 순간엔 반드시 게일과 같은 이런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온다.

'끌려갈 것인가, 끌고 갈 것인가?'



2021년에 다시 본 영화 '리버 와일드'는 내게 더이상 끌려가지 말고, 끌고 가라 말해주었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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