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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산 Feb 23. 2019

하루 한 글 : 찰나

---- 저도 그 아이를 기억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쉬는 시간마다 이유 없이 날 때리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한 번은 너무 심하게 맞아 코피가 터졌다. 코피가 터지도록 맞고 있어도 반 친구들은 손뼉 치며 이겨라 외쳐댔다. 그 친구가 무서워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에 숨어있었다. 등굣길이 두려웠다. 쉬는 시간 종소리에 주눅이 들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놈은 날 찾아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무서워 피하지도 못하고 떨고 있는데 얼마 전 전학 온 남자아이가 그놈을 막아섰다. 


-하지 마.


  짧고 강력한 한마디였다. 순간 피바람이 예상되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난 다신 맞지 않았다.  전학생은 내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홀로 땅을 파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 내 친구가 되어주었다. 전학생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옆 빌라에서 살고 있었다. 빌라 1층 구멍가게는 우리가 아폴로를 사 먹는 단골 가게였다.  하교 후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전학생을 만나는 순간이 그 시절 가장 행복했다. 하지만 여름방학 이후 전학생을 만날 수 없었다. 방학이 끝나도 만날 수 없었다. 돌아오지 못했다. 그 아이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구하려던 아저씨와 함께 바다가 삼켜버렸다.  


  그놈은 소식을 들었는지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날 찾아왔다. 교탁 앞까지 그놈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갔다. 코피를 쏟을 때까지 때렸다. 난 김천으로 전학 가기 전 4학년이 될 때까지 왕따가 되었다.  피를 쏟아 이까지 붉게 물든 그놈 얼굴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전학생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해내려 할수록 깊이 가라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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