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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Apr 08. 2019

사막의 한가운데서 '분노의 포도'를 생각하다.

언제나 미국 (그랜드캐년 가는길)

사막의 한가운데서 '분노의 포도'를 생각하다.


세리토스에서 한 시간만 나와도 사막이 나타난다. 신비함을 간직했던 사막은  점점 메마름과 황량함으로 바뀌고 경외심, 생명력, 두려움과 절망감과 같은 온통 복잡한 기분을 전한다.


 그랜드캐년 가는길  어디쯤인가에서 주유를 했다. 드라기의 뜨거운 바람을 얼굴에  불어대는 듯한

날씨에 마른 먼지가 걸음마다 폴폴 날린다.


길 건너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듯 약간은 허물어진 모텔건물이 사막의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투숙했다는 건가?'

메마른땅과 그래도 그곳에서 끈질기게 살아내고 있는 이름모를 풀들을 보면서 존 스타인백의 사회소설, ' 분노의 포도'를 생각했다.


조드일가는 1930년대의 경제공황의 어려움과 국경의 대평원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으로 농사를 망치고 은행과 지주에게 땅을 빼앗긴다. 그들의 고향 오클라호마를 뒤로하고 루트 66을 타고 꿈의 땅인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그러나 온갖 고초와 역경을 겪으며 도착한 캘리포니아 역시 일거리가 적고 지주의 착취가 극심하다.


살기위해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굶주려 죽어가는  현실의 벽에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좌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회의 모순과 기계의 맹위에 굴하지 않는 처절한 생명의 몸부림은 이곳 뜨거운 사막 한 가운데에서 살고 있는 풀들에 묘하게 투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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