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부터 미국에 갈 생각은 아니었어.

2014 알래스카 여행기

by 프레이야


평소 음악과 공연에 관심이 많은 동생이 어느 날 ‘미국에 가서 공연을 보고 싶은데...’했다.


“그럼, 내가 같이 가 줄까?”하면서 인심 쓰듯이 동참하게 된 것이다.


지나치게 충동적인 결정이었기에 ‘에이,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난 22살짜리 아들이 있다. 먹는 것과 친구, 노는 것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아이다. 이 놈이 미국 가기 3주 전쯤에 새로 사준 자전거를 타다가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 후 수술이 잘 되었는지 아프단 소리를 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떠나는 날, 이놈은 어깨 아프다는 이유로, 가방도 끌지 않고, 실수로 팔이라도 슬쩍 건드리면 ‘왜 건드리냐’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수시로 ‘엄마, 배고파.’라고 했다. 이상하게, 그놈의 모든 행동이 눈의 가시가 되었다.


미국 la에 도착 후 하루 이틀은 쉬면서 가까운 곳에 잠깐 다녀왔다. 말은 안 했지만 지금 우리가 미국에 온 목적에 맞지 않게 시간을 죽인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난 미국 오자마자 알래스카 먼저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때까지 난 알래스카 크루즈 예약하는 방법을 몰랐다. 도무지 크루즈 회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봐도 예약란이 없었다. 한편으론 알래스카를 꿈꾸며, 한편으론 하루하루 나갔다 올 장소를 물색해 내는 것이 나의 큰 과제였다.


이 곳은 세 번째라, 웬만한 곳은 다녀왔으므로 가지 않은 곳을 가야만 했고, 따라서 하루를 나갔다 왔을 때의 만족도가 떨어졌다. 변두리로만 도는구나라는 생각이 우릴 지배했다. 하루의 끝은 늘 이런 말들이 날 구속했다.


“누나, 내일 어디가?"


"고모, 내일 어디 가요? “


"엄마, 내일 어디 갈 거야? “


난 생각나는 대로 대답하고, 컴퓨터를 켜고 또 뒤적거렸다. ‘도대체 예약은 어디 가서 하는가?’


하룻밤 생각해서 하루 때우기를 하던 어느 날 밤,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철수가 어깨가 많이 아픈듯하니, 아침에 일어나 병원 가서 1~2백 정도면 치료해 보고, 그 이상이면 한국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었다.


잠시 후에 아들놈이 방에 들어왔다. 너무 속상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철사가 살을 뚫고 나올 수 있냐고, 여기 와서 별로 간 곳도 없는데 한국으로 돌아가야 돼서 속상하다고 했다. “내가 라스베이거스라도 갔다 왔으면 덜 억울할 텐데...”라고 아들이 말했다.


그 ‘눈의 가시 같은 아들놈’이 갑자기 ‘가여운 새끼’로 바뀌었다. 그렇게 아픈데 아프다는 말을 못 하고, 누나와 비밀스럽게 치료하고 있었던 걸 생각하니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아들을 내 보내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단 하루 이틀이라도 라스베이거스 다녀올 시간이 주어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아들에게 물어보니 어깨가 괜찮아졌다 하였다.


비행기 일정 변경을 문의하는 문자를 여행사 사이트에 남겨놓고, 서둘러,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중간중간 아들의 어깨를 체크했다. 온통 아들 중심의 여행이 되었다. 먹고 싶은 것 사주고, 갖고 싶은 것 사주고...


라스베이거스에서 4일째 되는 날 돌아왔다. 돌아갈 비행기표는 이틀 후에나 있다고 연락이 왔다. 동생이 자기도 철수 갈 때 같이 가겠다 했다. 돌아가는 이유가 내가 미적거리며 산뜻하게 안내를 못해서 인 것 같아 우울했다.


‘내가 왜, 미국에 와서 이 마음고생을 하지?, 그렇게 오고 싶어 안달했던 것도 아닌데.’


난 아들이 어깨를 좀 견뎌 준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최대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음날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에 넓게 펼쳐진 모하비 사막이 신비로웠다.


차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잠시 들렸던 곳 ‘태존 랜치’.


운전하며 지나갈 때는 그냥 사막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조그만 마을이 나오고 대단위의 농장이 보이고, 스쿨버스가 한 대 세워져 있었다. 사슴 주의 푯말도 세워져 있었다. 사슴과 함께 사는 이곳 생활이 무척 이색적으로 보였다. 다시 차에 올라 신비로운 사막을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했다.


목적지까지 구글맵상으로 3시간 40분 정도를 예상했는데 4시간 반을 가도, 도착을 못했다. 종이 지도를 꺼내 보며, 우리가 잘 온 건지 궁금했다.


얼마를 가다 보니 이정표가 나왔다. 곧 공원 입구가 나타나 안내서 받고 주차료 내고 산길을 올랐다. 도로 보수 중이어서 올라가는 쪽의 차들이 모두 멈춰 서있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 차에 연료가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먹을 것도 없었다. 우린 물이라도 있으니 마시면 되고, 물 떨어지면 참으면 되지만, 차는?....


“야, 곰이다.”아이들이 환호했다. 아기곰이 궁금하다는 듯 도로 경계 줄 뒤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들은 태평스럽게 곰의 대면에 몹시 흥분했다. 나도 흥분했지만, 그 기분을 오래 간직하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우리가 지루하리 만치 끝없이 펼쳐진 오렌지 밭과, 포도밭, 그리고 구불구불 턱이 높은 산길을 올라오는 동안 주유소는 없었다.

‘이를 어쩌지?’


“시동 꺼.”


동생이 얼른 시동을 껐다. ‘우리가 왜 깨스 생각을 못했을까?’ ‘다시 돌아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깊은 산에, 오직, 곰과 야생동물과 나무만이 있을 것 같은 이런 곳에 주유소가 있을 턱이 없다. 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난 다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기도했다. 만약 이 위기에서 날 구해주신다면 앞으로 정말 남 미워하지 않고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곧, 도로 공사자의 싸인이 떨어지고 앞 차들이 시동을 걸면서 하나씩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시동을 걸고 따라 올라갔다.


‘이렇게 대책 없이 따라가도 되는 것 일까?’


“엄마, 앞으로 14킬로 더 가면 주유소 있어.”라고 딸이 말했다.


“뭐? 어떻게 알았어?”


“네비 찾아보니까 나와 있어.”


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런 곳에 주유소가 있다니...


딸이 주유소가 있다고는 했지만, 나무만 있는 이곳에 주유소가 정말 있을까 하는 걱정과, ‘만약, 그 정보가 오래되어서 주유소가 없어졌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앞으로 100 미터 가면 왼쪽에 있다 하는데도 영 미덥지 않았다. 바로 코 앞에 가서야 정말 있구나 하고 안심했다. 식당도 있었다. 동시에 다 해결되었다. 차 연료도, 우리 밥도...


편안한 마음으로 밥을 먹고, 세쿼이아 공원을 둘러보았다. 쥐라기 공원의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어쩜 나무들이 이렇게 클 수가 있을까?’ ‘우와, 우와 엄청나다.’ 그곳을 모두가 좋아해서 내가 큰일 한 건 한 것 같아 뿌듯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어서 내려가야겠다고.


‘산은 다른 곳 보다 더 일찍 어두워질 텐데’


“빨 리타! “


숙소를 향해가면서 호텔 예약하느라고 뒤적거리며 보았던 지명들이 보였다. 반가웠다. ‘아, 거기가 여기는구나’.


우리 숙소가 있는 비살리아는 대단위 오렌지 농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하루 자고 다음날 곧바로 la로 향했다.


“엄마, 운전하지 마.”


“누나, 내가 할게. 차 세워!”


“ 왜, 그렇게 과속을 해?”


아마 내 마음이 급했나 보다.


la에 도착해 짐 가방 싸서, 밤에 동생과 아들을 la공항에 데려다주었다.


아침이 밝았다.


조카와 딸이 묻는다 ‘


'오늘 어디 갈 거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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