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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Sep 07. 2019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의 게르

몽골 여행기 4탄 (2019. 08.09~08.14)

게르는 지붕과 벽이 팰트로 덮여있어 양털의 누린내가 좀 난다. 냄새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검은 벌레다. 우리가 몽골 가기 얼마 전에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대형 산불이 있었다. 산불을 피해 검은색의 벌레들이 국경을 넘어 몽골까지 떼로 날아왔다. 길을 걷다 보면 옷에 달라붙어 있고, 이불속에도 있고 바닥에도 있고 천장에서도 툭툭 떨어진다. 같은 게르를 쓰는 두 여자가 기겁을 한다.     

혹시 별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집요하게 밖에 나가 하늘을 보았다. 일단 달이 너무 밝고 게르촌 주변으로 밤새 켜 놓은 가로등으로 별 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에서의 하이라이트로 여겼던 쏟아지는 별에 대한 기대는 빨리 포기해야 했다.   

 

게르촌 직원들이 게르 안에 난로를 피워주었다. 화덕의 열기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게르의 문을 열었다. 밝으면 벌레가 들어올까 봐 실내의 불을 껐다.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두 씩씩한 여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남편, 자식, 주위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그녀들의 주 특기 부동산 투자 까지. 하이고, 난 그녀들에 비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 같다. 그녀들처럼 머리가 유연하지 않고 계산도 잘 안된다. 난 모르겠다고 하니 부동산 투자 잘하는 사람이 하는 그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젊은 부인은 여행을 가면 경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부동산 쇼핑이 취미란다.  

   

두 여인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난 잠으로 빠져 들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옆 게르에 있던 그녀들의 남편이 부인들을 부르러 왔다. 이곳은 환해서 별을 볼 수 없으니 저 언덕으로 올라가서 별을 보자는 것이다. 두 부부가 별을 보러 갔고 나도 카메라를 들고 별을 찍어보겠다고 나섰다. 별이 시원찮다. 게르촌에서 좀 멀어지니 좀 보이기는 하는데 감동적이지 않다. 별 볼일 없는 사진 몇 장 찍고 언덕에서 내려왔다.     


다음날 저녁, 부러운 한 쌍은 산책을 즐겼다. 어느 순간에 보면 언덕을 오르고, 산을 오르고, 쉬지 않고 손잡고 걸어 다녔다. 우리도 찰떡 부부를 따라 야산을 올랐다. 하늘에서 거대하고 기괴한 암석들을 푸르른 초지위에 툭툭 던져 놓은 듯 신비스럽고 기묘하여 내가 마치 타임머신 타고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이다. 산 아래로 또 다른 게르촌이 보이고 가끔은 지나가는 소떼가 보이기도 한다. 붉은 노을과 집으로 돌아가는 소떼들과 아름다운 목초지를 보고 있으니 내가 그림이라도 잘 그리거나 시라도 쓸 줄 알면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라도 표현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알콩달콩 부부 덕에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밤에는 비가 내렸다. 몽골의 별은 그렇게 끝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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