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에 그날그날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적는 습관이 있었다. 장점은 있었다.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 단점도 있었다. 내가 계획한 일들을 해내지 못했을 땐 합당하지 않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보다 적게 계획하는 것이 필요했다. 물리적 시간과 체력이 되지 않는데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성취하지 못함에서 오는 박탈감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보다 적게' 일하는 것의 이점 》
meno, '보다 적게 '라는 음악용어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음악기호이다. 난 더 표현하고 소리를 내고 싶지만 작곡가의 의도대로 음악을 빚어내야 하기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보다 적게 ' 표현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렇게 작곡가의 의도대로 표현하다 보면, 음악적 흐름이 자연스러워지고 더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런 표현이 음악의 완성됨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표현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하다 보면, 결국 음악은 부자연스러워지고 빈 껍데기가 되고 만다.
해내지 못하면서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그러다 온전히 이루지 못하면 모든 게 망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보다 적게 ' 계획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살아가기로.
보다 적게 계획하고 보다 적게 일하니 무엇이 되었든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보다 많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많은 일을 해서 버겁거나 힘든 상황이라면 상황이 허락되는 만큼 '보다 적게' 일해보자. 더 많은 이점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이점들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