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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자몽 Dec 10. 2021

[기고문]농업 패러다임 전환의 나침반, 탄소중립

<새마을운동신문에 기고한 글>


‘제주바다가 색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과농사를 짓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나를 제주도로 이끌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위한 농촌르네상스를 꿈꾸게 한 농어민들의 목소리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견뎌야하는 ‘변화’가 아닌 극복해야 할 ‘위기’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과 삶에 깊숙이 침범하여 뒤흔들고 있다. 이 중 농민은 그 누구 보다 가장 가까이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그들의 생존에 위협 받고 있다.      

인류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다 준 탄소 문명은 기후위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기후위기의 최대 원인은 화석연료의 연소에 있기에 이젠 탈탄소 문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탄소중립시대로 들어섰다. 이를 증명하듯 전 세계가 앞 다투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우리나라 역시 지난 해 10월 “2050 탄소중립” 선언함에 이어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였다. 이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인류사회의 목표이자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현대 문명은 화석연료 소비에 기반한 탄소문명이기에 탄소 중립은 “문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이것은 곧 농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농업은 기후변화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는 피해자이자 탄소 배출의 원인이 되는 가해자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탄소 흡수원으로써 역할을 하는 중요한 해결자이기도 하다. 농업의 기반인 논과 밭, 과수원, 산림은 대표적인 탄소저장고의 기능을 수행하며, 농촌은 재생에너지생산과 에너지 전환에 중심이 될 수 있다. 이는 탄소 중립시대에 농업·농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농업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한 비전이나 계획은 부족해 보인다. 실제로 농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량과 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통계는 부족하며, 그 측정방식마저 미비하다. 더욱이 실상 탄소중립에 대한 농촌 현장에서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거나 거부감이 크다. 생산의 고효율을 요구하는 기존 농업에 있어 저탄소농업은 농민에게 크게 와 닿지 않을뿐더러,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은 지주 혹은 자본을 가진 자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많은 주민갈등 문제와 농지 및 자연훼손 문제 등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 ‘탄소중립’을 나침반으로 한 농업의 대대적인 변화는 불가피하다. 농업이 배출하고 흡수하는 탄소량을 명확하게 측정하고 그에 따른 전략과 계획을 세워야할 것이며, 탁상공론이 되지 않도록 농어민이 주체가 되어 탄소중립과 농어촌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할 것이다. 농어민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농업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농어민의 인식 전환이 동반되어야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농민들의 희생을 하거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의로운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탑-다운방식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닌, 탄소 저감 활동에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책과 유인책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 또한 농업인과 농촌주민이 주도하고 발생되는 이익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체계적인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것이 되었다.

앞으로 농업이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에 있어 이 시대적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내고 그 가치를 빛내어 농업·농촌 르네상스가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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