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6. 오늘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2019년 겨울 직장을 그만두고 나의 새로운 신념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에 오를 무렵.
글쓰기 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마지막 모임 때 주제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이 편지를 우연치않게 새해맞이 대청소를 하다가 다이어리에 고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의 나는 내가 가고자 했던 길과 괜찮다고 생각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바뀐 신념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 길이 맞는지 자문하고 헤맬 때였다.
편지를 읽어보니 왜인지 모르게 위로를 많이 받았다.
사실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와 다를 바 없었다.
귀농 귀촌을 했지만 월급쟁이는 아니기때문에 항상 먹고사니즘을 고민을 해야했고,
내가 왔다고 기후위기라는 것이 변할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음과 설득을 반복하고 있었고 그러고 있다.
편지를 다 읽고 내가 가는 길에 대한 용기와 확신을 얻었던 것 같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다.
<미래의 나에게>
안녕? 지금 어딘가에 이 글을 읽고 있을 미래의 '나'야.
그곳에 있는 넌 어쨌든 너가 원했던 길을 가고 있길 바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네가 멈춰있더라도 기죽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은 잠시 버려두길 바라.
현재의 난 어디로 가야할지 어지럽고 혼란스럽고 지금 이순간까지도 하나의 '나'가 아닌 여러명이 아닌 여러명의 나에게 쓰고 있는 기분이다.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너는 다른 모습일 테니까.
항상 나는 내가 가는 길이 마치 아득하고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인데 그곳에 있는 너도 그럴까?
미래의 나는 더 열정을 가지고 살고 있으면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길 바란다.
너에 대한 사랑이 넘쳐흘러 그 사람을 남들에게 진시으로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사실 난 지금 정말 모르겠어.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로 가야 너에게 진짜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게 할 수 있을지. 무섭기도 하고.
혹여나 지금의 내가 한 선택이 너를 자책하는 상황에 놓이게 만드지 않을지.
무얼 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한테 잘만 쓰는 편지가 왜 너한테는 이토록 어려울까?
거두절미하고 그냥 이말은 꼭 할게. 이 말은 지금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고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니 그곳의 너도 들으면 좋아하리라 확신해.
"잘 하고 있어" 괜찮다는 말보다 좋아한다는 말보다 응원한다는 말보다 그냥 그곳의 네가 무얼하고 있던 잘 하고 있어. 자책하지 말고 또다시 네 탓하지 말고 이세상의 모든 '잘 하다' '못하다'의 기준은 상대적인 것 같다. '잘 한다'라는 말을 뭘까? 그것은 누가 정의한 것일까?
너를 기준으로 네가 어떤 기준을 갖느냐에 따라 그것이 정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이 "느리다", "왜 그 쪽으로 가느냐?"라는 말에 흔들리지 말자.
그것은 언제까지나 그들의 상대적인 평가일테니.
너를 믿고 나를 믿고. 지나간 과거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말고 미래의 네가 그 다음 미래의 너에게 용기를 주자.
그래, 헤매고 있어도 열심히 헤매보자. 왜 꼭 목적지가 있어야하니? 인생은 평생 헤매는 것이지 뭐.
목적지가 있다면 아마 내 삶이 끝나는 그 순간이 목적지가 아닐까?
예전부터 너가 원하는 삶이 다양한 세계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거잖아. 헤매고 부딪혀보고 목적지는 생각말고 나의 발자국을 넓혀보자. 미래의 민희야. 그래 네가 무얼하든 잘 하고 있어. '잘못된 길은 없다'라는 것, 우리 명심하자. 잘못되었다, 잘한 것이다를 판단하는 것은 너이니까.
편지 쓸 시간이 다 되었다. 편지의 맺음말은 정석대로 할께. 남한테는 부끄럼없이 잘만하는 이말.
너한테는 너무 인색했다. 사랑해:)
2019.11.26
오늘의 민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