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출생일기 Day 240s
6개월 정도 되면 아이 머리를 자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배냇머리와 새 머리가 뒤엉켜 순박한 두메산골의 아기처럼 보인다. 머리 길이도 제 각각이다 보니 참 볼 때마다 잘라줘야 하는데, 잘라줘야 하는데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머리를 자르게 되었다.
주변에서 아기를 데리고 미용실로 가서 머리를 깎여 주는데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아기 머리를 잘 자라라고 빡빡 밀어주는 게 대부분일 텐데, 생소한 미용실에서 낯선 사람이 큰 소리 나는 이발기로 머리를 못 움직이게 하면서 깎으면 호박이의 울음보가 그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기 전문 미용실을 보면 가격도 어른 못지않게 비싼 것 같았다. (아기 울음소리를 견디며 머리를 깎아야 하시니 당연한 가격일지도...)
인터넷으로 아기 바리깡을 검색해서 참 좋은 물건을 찾았다. 머리를 깎으면서 진공청소기처럼 흡인하는 바리깡이라 혹시 머리카락이 호박이 얼굴에 붙어서 가렵다고 난리를 치면 안 되는데 라는 걱정을 말끔히 해소해주었다.
군대에서 이발병 역할은 해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어깨너머로 본 바리깡 기술을 호박이한테 썼다. 6mm 날을 끼우고, 적절한 포즈로 가운데 머리부터 크게 고속도로를 내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와이프는 앞에서 첫 이발 촬영, 장모님은 호박이가 울 때면 물을 한 모금씩 먹여서 진정시키고 세명이 한 팀이 되어 성공적으로 이발을 마무리했다.
수컹수컹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질 때면 호박이가 세상에 태어난 지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첫 이발이라 80% 만족하는 수준이지만 꼭 다음번에는 투블럭이든지 스포츠머리라든지 빡빡이 말고 세련된 머리 스타일을 연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