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데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맛집
상호명 : 감치래 비빔국수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119-201
전화번호 : 031-265-8008
영업시간 : 매일 10:30~21:30 / Last Order 21:00
Break Time 매일 15:30~17:00
월요일 휴무
가격 : 원조비빔국수 5,000원
대박비빔국수 5,000원
왕돈까스 8,500원
위치 : https://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19167181
**전문 맛집 블로거처럼 상세한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신 글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식당과 음식의 맛을 상상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실제 방문 시 상상과 얼마나 같고 다른지 경험해 보세요.
엄마가 한국에 와 계시던 어느 날이었다. 결정장애를 심하게 앓고 있던 나와 엄마는 그 날 저녁으로 무얼 먹을지 정하지 못해 끙끙대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아무것도 확 땡기지 않던 날이었는데 마침 옆 동에 살고 있는 이모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이모 : 저녁 먹었어?
나 : 아니 뭘 먹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고민 중
이모 : 그래? 그럼 국수 먹으러 가자!
나 : 엄마, 이모가 국수 먹으러 가쟤, 콜?
엄마 : 콜!
그렇게 세 여자가 차 한 대를 나눠 타고 티맵 대신 이모의 안내에 따라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동천동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이모는 그 집을 방문하게 된 계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며칠 전 이모부랑 둘이 어디를 다녀오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뭘 좀 먹고 들어가자 하던 차에 주차장이 꽉 찬 국숫집을 발견했고 속는 셈 치고 들어갔는데 맛도, 가성비도 훌륭해 홀딱 반해버렸다는 이야기. 우리 집안에서 가장 미식가로 손꼽히는 이모부에게 합격점을 받은 곳이라면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감치래 비빔국수'에 도착했다.
왕복 2차선 작은 도로 오른편에 고깃집과 국숫집이 'ㄱ'자를 좌우 반전시켜놓은 형태로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차량 20~30여 대를 수용할 법한 주차 공간이 나름 널찍하게 제공됐다. (여러 번 가본 경험에 의거해 말하자면, 이 날은 문 닫기 1시간~30분쯤 전에 방문해 편하게 주차했지만 주말 점심 무렵이나 저녁 시간에 딱 맞춰가면 주차가 힘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국숫집 옆 고깃집도 꽤나 평이 좋은 곳이라고 한다.
식당 내부는 뭐랄까 인테리어랑은 조금도 상관없는, 철저히 실용성만을 고려했다는 느낌을 준다. 대걸레로 슥삭 닦기만 하면 이게 깨끗한지 아닌지 딱히 구분되지 않을 것 같은 나무 무늬 바닥과 '대충 아무 벽지나 칠하지 뭐' 느낌의 카키색 벽. 그 벽에는 사방으로 메뉴와 메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적힌 A4 크기의 종이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어 '아, 정말 벽지 컬러는 별 신경 쓸 필요가 없었겠다'는 공감대마저 생겨난다.
그럼에도 굳이 식당 내부를 논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널찍널찍한 테이블 배치! 크고 작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식당들을 방문하며 의도치 않게 옆 테이블과 대화가 섞이는(?) 것을 아주 싫어하게 되었다. 내 대화가 남의 귀에 꽂히는 느낌도 싫지만 귀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남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 상황도 그닥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적어도 대화 내용의 유출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목소리가 아주 크지 않다는 전제하에..ㅎㅎ)
테이블에는 수저와 휴지, 그리고 종이컵이 준비된다. 물은 셀프. 냉장고에 500ml 생수가 들어있어 2명 기준 1병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1병을 추가할 때마다 500원을 내야 한다. 이때, 인원이 홀수라면 고민이 시작되는데..........!!! 우린 그냥 1병만 마셨다. 그리고 냉장고 왼편을 보면 실온에 뜨뜻하게 보관된 정수기 물도 마실 수 있다.
겨울에 특히 빛을 발하는 건, 무료로 제공되는 멸치육수와 숭늉이다. 멸치육수는 꼭지가 달려있는 큰 스테인리스 통에 들어있어 한 잔씩 편하게 떠다 마실 수 있다. 냉면집에서 제공되는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후추 맛 잔뜩 나는 육수를 좋아하는 내게는 멸치를 우려낸 육수가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비빔국수에 곁들여 마시기엔 손색이 없다는 것! 숭늉은 식사 후 입가심용으로 딱인데, 밥솥을 열어 국자를 바닥까지 쭉 내렸다 살살 떠올리면 가라앉아 있는 소중한 누룽지도 함께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국수를 먹고 나면 배가 터질 듯이 불러서 숭늉은 정말 입가심용으로만 마실 수 있었다.) 국자가 정말 거대하기 때문에 컵에 옮겨 담을 때는 넘치지 않게 주의할 것!
대망의 메뉴 소개다. 내가 먹어본 것 위주로만 소개할 것이다. 그래야 평가가 가능하니까.
이 곳에서 무얼 팔고 있는지는 고개를 어느 쪽으로 돌리든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하지만 선택지가 고르게 제공되는 메뉴판. 시그니처 메뉴인 비빔국수부터 잔치국수, 콩국수(여름 한정), 만두, 육개장, 해장국, 비빔밥, 찌개, 돈까스에 어린이 전용 메뉴까지 없는 게 없다. '뭘 먹고 싶어 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같은.
그중 내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단맛을 홀딱 뺀 원조비빔국수. 넉넉하게 들어간 차가운 비빔 육수에 중면이 듬뿍 들어가고 그 위에 국물을 쪽 짜낸 신김치와 길게 썬 양배추, 얇게 썬 오이와 당근이 올라앉아 있다. 비주얼이 사람 배고프게 한다. 이 메뉴의 가장 큰 장점은 단 맛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 단맛이 느껴지면 안 되는 음식에서 단맛 나는 걸 극혐 하는 내가 여길 사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비빔국수를 맞이하는 올바른 방법은 면과 양배추, 김치를 한 젓가락에 양껏 집고 그 채로 국물에 한 번 푸-욱 담갔다가 건져 올리는 순간! 바로 입에 앙- 넣는 것이다. 입 밖으로 넘쳐 나온 면은 입술을 쫑 모아 호로록 끌어당기면 된다. 그리고 입 안에 가득 찬 매콤 새콤 짭쪼롬한 맛의 향연을 우물거리며 오롯이 즐기는 것. 입이 터지도록 넣는 것이 핵심이다. 씹다 보면 자연스레 국물이 먼저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면만이 입 안에 남아 있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 이때 반찬으로 나온 물김치를 하나 집어 입에 쏙 넣어주면 깔끔하고 짭쪼롬한 상큼함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이걸 국수가 바닥날 때까지 반복해주면 금세 한 그릇을 뚝딱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다른 국수 메뉴인 대박비빔국수는 달착지근한 맛에 야채가 듬뿍 올려져 나온다. 요건 달달한 맛을 즐기는 분들에게 알맞은 메뉴일 듯하다. 참고로 난 안 먹어 봤고, 미식가 이모부가 즐겨 드시는 메뉴라고만 전해 들었다.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될 메뉴 하나 더, 바로 단돈 8,500원에 만나볼 수 있는 왕돈까스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맛으로 볼 때 엄청 특별한 메뉴는 아니다. 특색 있는 메뉴라기보다는 오히려 무난해서 꼭 먹어줘야 하는 아이.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기 때문에 여기서도 먹어줘야 하는...? (뭐라니) 이렇게 합리화를 해본다.
여튼 이 아이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크다. 성인 여성의 양 손을 쭉 펴서 나란히 붙였을 때의 크기 정도? 고기는 얇고 넓게 펴져있어 어디를 썰어도 튀김옷만 먹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큼직한 크기 덕분인지 어머님들이 돈까스 하나로 꼬꼬마들 네댓 명의 식사를 해결해주는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요 메뉴의 가장 큰 매력은 비빔국수와 함께할 때 발산된다. 매콤하고 차가운 비빔국수 한 젓가락에 뜨끈하고 달달한 소스가 듬뿍 묻은 돈까스 한 입을 더하면 상호 보완적인 맛의 정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국수만 먹다 보면 살짝 생각나는 쌀밥의 아쉬움을 돈까스 옆에 놓인 작은 밥 동산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한 숟갈쯤 남겨 두었다가 남은 돈까스 소스에 밥을 슥슥 비벼 입에 쏙 넣고 깍두기 한 조각이나 비빔국수 속 김치 한 조각과 함께 먹는 것도 묘미라는 거.
밥을 다 먹고 숭늉으로 입가심까지 한 상태에서 느적느적 계산을 하러 나가면 카운터 앞에 쌓인 보리건빵을 발견할 수 있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투명한 봉지에 채워진 공기 반 건빵 반. 요거 맛있다. 보리의 구수함이 잘 느껴진다.
그래서 사야 한다. 가격은 봉지 당 천 원.
집에 도착해 부른 배가 조금 꺼졌다 싶으면 건빵 한 입 우유 한 모금 조합으로 먹기도 하고, 주말에 입이 심심해지면 살짝 튀겨 설탕을 솔솔 뿌려 먹기도 한다. 때론 큼직하게 부숴 시리얼 대신 우유에 부어 먹기도 한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소비이지 않은가?
쓰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오늘의 맛집 추천은 여기까지.
그 날 엄마와 나는 이모의 추천에 엄지 척을 세워줬고 그 이후로는 국수가 땡길 때마다 알아서 잘 찾아가고 있다. 난 갈 때마다 어김없이 원조비빔국수를 시켜먹고 그 선택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동천동 주민이라면 꼭 가보시길 바라고, 언젠가 한 번쯤 동천동을 지나가게 된다면, 혹은 근방에 사는데 바로 지금 비빔국수가 땡긴다면 망설임 없이 방문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