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직접 뜬 울 코스터를 선물 받았다. 그때부터 나는 평소에 마시지도 않던 차를 끊임없이 우려 마시고 있다. 검은빛을 띤 주홍색이 감도는 레몬차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표면에 반사된 빛에 눈을 찡그린다. 응징이라도 하는 듯 쏘아진 빛을 따라 눈초리를 치켜세우다 파란 하늘에 안겨있는 반짝이는 해에 시선을 멈춘다.
우리는 저 빛을 싫어했다. 파도에 몸을 적시고 나와 모래밭에 누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려 할 때면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무차별적인 빛살이 들어와 우리를 방해했고, 네가 선물해준 꽃을 좀 더 오래 보려 벽에 거꾸로 매달아 놓으면 하루아침에 원래의 색이 어떤 빛깔이었는지 잊을 만큼의 괴상한 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렇게 좋지 않던 빛과의 기억들을 나열하다 그 옆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에 시선을 옮긴다. 사과를 하려는 걸까, 내 앞에서 여태 반짝이던 해가 구름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정확히 너와 함께 바라보던 그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이내 곧 주변의 초록빛을 띤 잎들은 올리브빛으로 물들고 건물 외벽도 주황빛으로 물들더니 결국 내 찻잔에 담긴 차가워진 차도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빛과 함께한 너와의 추억들을 정리하다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에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펜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