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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yisinpain Mar 08. 2019

MIAF 두 배로 즐기기

Melbourne International Art Festival

문화 – culture

장재은 기자의 문화 탐방기 – 축제의 현장 속으로②


Melbourne International Art Festival, 다시 한번 문화의 도시임을 증명하다.

매섭고 차가운 바람은 가고 따뜻해진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따스한 봄을 다 만끽하기도 전에 뜨거운 열정들로 뭉친 그들을 만나야 했다. 무대 감독과 30 여 명의 스태프 그리고 100명 남짓한 봉사자들. 이 어마 무시한 축제를 보다 깊게 들여다보고 느끼기 위해 기자는 그들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10월 3일에 개막해 무려 17일간 멜버른 전역을 예술로 물들인 MIAF (이하 Melbourne International Art Festival), 그 열정의 현장을 들여다보자.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본능적인 축제, MIAF

지난 10월 21일, MIAF (이하 Melbourne International Art Festival)가 막을 내렸다. 올해는 총 45개의 작품들이 출품됐고, 작년보다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작품들로 관객들을 찾았다. 

작곡가 지안 카를로 메노티의 지휘 하에 1986년에 초연된 이 축제는 스폴레토,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의 찰스턴과 같은 스폴레토 페스티벌 시리즈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졌다. 스폴레토 멜버른으로 알려진 이 축제는 1990년 멜버른 국제 예술축제 (이하 Melbourne International Festival of the Arts)로 이름을 바꾸었고, 현재는 멜버른 국제 예술제 (이하 Melbourne International Art Festival)로 알려져 있다.  MIAF 은 호주의 대표적인 국제 예술 축제 중 하나이며 매년 10월 17일 동안 무용, 연극, 음악, 시각 예술, 멀티미디어, 야외 행사의 분야에서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아티스트들은 물론 모든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주는 고무적인 페스티벌, MIAF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아이디어로 새로운 장을 열어왔다.

Art Centre Melbourne에서 댄스 퍼포먼스 'A quite evening of Dance'가 펼쳐지고 있다.

올 해는 11편의 무료 공연과 9편의 연극, 세계적인 혼성 댄서 Layla and Majnun, 현대 서커스의 선두를 지키고 있는 Lexicon을 포함한 4팀의 무용, 전설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Sir Andras Schiff 그리고 Nils Frahm, 영화음악의 거장 Ryuichi Sakamoto를 포함한 13팀의 음악, 10여 개의 다채로운 설치예술들로 구성됐다. 그야말로 ‘종합 예술 선물 세트’였다. 


이 곳 Melbourne의 페스티벌, 예를 들어 ‘Melbourne International Jazz Festival’, ‘Good food and wine show’, ‘Melbourne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그 페스티벌만의 소재와 주제가 있다. 하지만 MIAF는 특정 예술이 아닌 모든 영역의 예술을 한데 모은 페스티벌이기에 자칫 심심하고 특색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MIAF이 추구하는 본질은 달랐다. 가장 복잡한 것이 가장 단순한 것이라 했다. MIAF의 총괄 감독 Jonathan Holloway는 “산호초를 뚫고 다이빙하는 것에서부터, 플라네타리움의 공간까지, 연기 속에서 춤을 추는 것에서부터 불길을 걷는 것까지, 소리의 급증하는 중심에서 서커스와 권투 링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우리의 가장 본능적인 축제다.”라고 했다. 


직접 그 현장에 뛰어들다

기자는 이 축제를 만들고 구성하는 여러 아티스트들과 스태프 그리고 관객들과 보다 더 깊게 소통하고 느끼고 싶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봉사자가 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양식을 작성하고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기자는 이 페스티벌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이 페스티벌에서 본인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답했다. 그렇게 서류 합격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 그들은 총 4번에 걸쳐 100명 남짓한 봉사자에게 티셔츠와 랜야드(lanyard) 그리고 가이드북을 나눠줬고 페스티벌에 대한 개요와 방식 그리고 업무를 설명했다. 여기서 눈에 띄었던 것은 ‘Deputy’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원봉사자들의 모든 업무를 총괄했다는 점이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개인적인 스케줄뿐만 아니라 그룹 스케줄을 관리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개별적으로 전담하고 있는 업무는 물론 전체의 업무나 피드백, 공지사항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만약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날에 일이 생겨 참여를 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엔 다른 봉사자들과 업무를 서로 바꾸거나 넘길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우리는 이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페스티벌이 진행된 17일 동안 별 탈 없이 서로 쉽게 소통하고 주어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봉사 중인 기자(왼쪽)와 Raquel Coutinho (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자는 총 5번의 근무가 있었는데 첫 번째 근무는 ‘Tanderrum’ 백 스테이지에서 아티스트들의 랜야드를 만들고 공연 시작 전 아티스트들이 머무는 공간에서 음료와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었고 두 번째는 설치 예술 ‘1000 doors’ 입구에서 관객들을 안내하고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페스티벌 프로그램 북을 나눠주는 업무에 가담했다. 이때 페스티벌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자원 봉사자들에 대한 배려에 적잖이 놀랐다. 그것이 그 때로부터 앞으로 남은 세 번의 업무에 대한 기대감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킨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MIAF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된 프로그램은 단연 ‘Fire Garden’이었다. 해가 질 무렵부터 멜버른에서 가장 큰 식물원인 Royal Botanic Garden에 불을 이용한 예술 작품들을 설치해 놓은 프로그램인데, 하루에 약 7500명의 사람들이 찾을 만큼 규모가 컸고 또 불을 이용해야 했기에 사전 교육도 따로 받았다. 그것이 세 번째 근무였고 나머지 두 번의 근무는 ‘Fire Garden’에서 관객들을 동선에 따라 안내하고 작품들을 관리하는 업무였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주어진 것은 업무만이 아니었다. 혜택도 주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은 두 장의 무료 티켓이 주어져 본인이 원하는 공연을 골라 관람할 수 있었다. 기자는 멀티미디어 쇼 ‘Particle/ Wave’를 사비로, 퍼포먼스 ‘Tanderrum’를 많은 시민들과 함께 무료로 관람했다. 피아니스트 Ryuichi Sakamoto의 공연에는 두 장의 무료 티켓을 사용했고, 다른 봉사자의 베풂으로 무용 ‘A Quiet Evening of Dance’를 같이 관람했다. 또한 ‘1000 doors’에서 근무를 할 때 봉사자의 자격으로 무료 관람을 할 수 있었고 가끔씩 예매율이 저조한 공연의 티켓이 자원봉사자들에게 돌아갈 때가 있었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 연극 ‘My name is Jimi’를 운 좋게 관람했다. 앞서 언급한 ‘Fire Garden’은 페스티벌이 개최되기도 전에 매진되었고 그 표를 예매하기 위해 5000명이 대기를 하는 등의 진풍경을 빚었다. 다행히 기자는 그 프로그램의 봉사자로 있었기 때문에 그 황홀하고 굉장했던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연주 중인 Ryuichi Sakamoto (왼쪽)와 Fire Garden (오른쪽).

다른 봉사자들과 비교해서 기자에게는 많은 업무가 주어졌는데, 덕분에 많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음은 물론 많은 봉사자들을 만나 각자의 경험과 그로부터 얻은 느낌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또한 기자가 근무했을 당시 상황이 바빠 만나지 못했던 많은 무대 감독, 스태프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 근무한 봉사자들을 ‘Festival Volunteer Party’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다들 술과 음식이 나온지도 모른 채 서로 후일담을 나누느라 여간 정신이 없었다. 그 속에서 기자는 이 축제에 대한 모두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열정과 사랑 그리고 바람

퍼포먼스 ‘Tanderrum’이 Federation Square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 MIAF는 열정과 사랑 그리고 바람들로 범벅이 된 축제였다. MIAF의 Customer Service Coordinator로 있었던 Serene Lorimer은 “어려서부터 나는 댄서였다. 하지만 무대를 설 기회가 많지 않아 내가 직접 나의 무대를 구상하고 기획하다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MIAF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축제”라며 예술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전했고, MIAF의 자원봉사자로 임했던 Piers Burgoyne는 “이 축제의 봉사자로 임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게 큰 축복이자 자랑”이라며 “이런 크고 작은 이벤트는 예술에 대한 사랑이 내재되어 있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절대 탄생할 수 없다”라고 예술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Tanderrum’에서 만난 ilbijerri theatre 소속 감독 Davey Thom은 “오늘날 우리의 존재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도시의 기원이 되는 원주민들 그리고 그들의 문화가 무시당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퍼포먼스를 그들과 함께 작업했고 이 광장 (Federation Square)에 있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했다”며 그와 그들의 바람을 얘기했다.


MIAF는 우리가 듣고 공감할 필요가 있는 아이들과 여성, 국경과 망명, 남성성과 힘의 성격, 그리고 자연을 포함한 이 세상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을 상기시켰다. 17일간 45편의 이야기들로 관객을 찾은 MIAF은 멜버른 그리고 그 이야기와 관련된 모든 나라들에게 잊히지 않을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멜버른을 급성장하고 있는 물리적 도시, 그 이상으로 만들어낸 페스티벌, 화합의 2018년을 일궈낸 MIAF의 내년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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