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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yisinpain Mar 08. 2019

Jazz can happen anywhere

Melbourne International Jazz Festival 

문화 – culture

장재은 기자의 문화 탐방기 – 축제의 현장 속으로①


Melbourne International Jazz Festival, 무취한 도시를 재즈의 향기로 채우다.

길을 걷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트럼펫 선율에 잠시 귀를 기울였다. 행선지가 있던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데 이번에는 환호하며 리듬을 타고 있는 군중이 보였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채 인파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렇다. 페스티벌이 열린 것이었다.


도심을 적시는 선율의 향연, MIJF.

2018년 6월, 이 곳 멜버른에 겨울이 왔음을 MIJF (이하 Melbourne International Jazz Festival)가 알렸다. 1998년부터 매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국제 재즈 페스티벌 MIJF은 6월 1일부터 10일까지 여러 공연장과 도시 곳곳을 포함한 멜버른 전역에서 여러 관객들에게 재즈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 축제는 세계적인 현대 재즈의 거장들을 한데 모았다. Grammy Award에서 우승을 거머쥔 재즈 마스터 Brandford Marsalis부터 전설의 재즈 베이시스트 Cristian McBride,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Gretchen Parlato까지. 당연한 결과였을까, 공연장에서 진행된 공연 중 절반 이상이 전석 매진되는 기념을 토했다. 또한 멜버른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Art centre, Melbourne, Melbourne Recital Centre, 170 Russell 등 인지도가 높은 여러 공연장에서 진행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MIJF의 목적은 단순했다. 이 페스티벌은 이를 구성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을 통해 재즈가 청취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기능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도록 도왔다. 이 곳의 사람들은 그 의도를 알아차린 듯 두말없이 거리와 공연장에 나와 한껏 온몸으로 재즈를 즐겼다. 


Jazz can happen anywhere.

MIJF는 ‘Jazz can happen anywhere’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멜버른 전역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도시 곳곳에 있는 콘서트 홀, 예술 공연장, 레스토랑, 재즈 클럽, 유동인구가 많은 역 앞 광장 그리고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까지 총 28곳의 장소에서 10일 동안 진행됐다. 티켓은 관객이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러 프로그램들 중 자신이 즐기고 싶은 공연을 예매하면 되는 형식이었다. 3일 내외로 진행하고 한 장소에서 열리는 우리나라의 축제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Federation Bells, Birrarung Marr 에서 연주 중인 밴드 Barney McAll (왼쪽) 과 Paris cat에서 공연 중인 Fem belling (오른쪽)

MIJF는 넓은 도시의 특성상 한 장소에서 개최하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많은 장소에서 다양한 공연을 진행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재즈를 즐기러 몇 시간을 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고 하루에도 열 편이 넘는 공연을 진행해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재즈를 만날 수 있게 설계했다. 또한 페스티벌의 취지에 맞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느낄 수 있도록 20여 개 남짓한 무료 공연을 올려 모든 사람들이 쉽게 재즈를 만날 수 있음은 물론 직접 즐길 수 있도록 했다. 


MIJF는 단순했다. MIJF가 쓰여있는 깃발만 꽂으면, 그곳은 곧 공연장이 되었고 화합의 장이 되었다.

 

도가 지나친 페스티벌?

흔히 우리가 알고 있던 페스티벌을 떠올려보자. 프로그램, 푸드트럭, MD, 협찬 브랜드와 관련된 이벤트 부스 … 기억을 끄집어내려 머리를 싸매도 그것이 전부다. 하지만 MIJF은 달랐다. 무려 23개에 달하는 무료 재즈 공연이 관객들을 위해 10일간 연주됐다. 또한 뮤지션들과 사전에 신청한 일반 시민들의 합주 프로그램, 인지도가 높은 재즈 뮤지션들과 함께 무료로 연주하고 배울 수 있는 워크숍도 다수 있었다. 그 외 예술가들을 위한 강연 및 포럼, Zelman Cowen 대학에서 진행된 재즈 및 즉흥 음악 연구 회의 등 색다르고 독특한 구성으로 다른 페스티벌과의 차별화를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의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해 재즈 종합 선물 세트 인 셈이었다.

Yarra river에서 Sound walk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 기자가 참여했던 이색적인 프로그램, Sound Walk를 소개한다. 이 프로그램은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서울역과 같은 flinders st station에서 진행되었다. 처음 이를 접했을 당시엔 역 부근에 재즈 공연을 올려 바삐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건네는 프로그램인 듯했다. 들여다보니, 소규모 관객들과 예술 가이드가 함께 도시 중심부를 침묵 속에서 투어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듣는, 익숙한 사운드가 발생하는 역 주변으로 걸어가 그것들을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우리는 Yarra River 다리 밑에서 머리 위로 울리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그 구두 소리와 잡음을 배경으로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악사들이 트럼펫과 드럼의 선율을 얹었다.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 자동차, 새, 전차들은 모두 변화하는 구성 요소로서 도시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악사가 되어 음악을 연주했다. 우리 그룹에서는 기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 곳 시민들이었는데, 이 도시가 익숙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었지만 모두 두 귀와 눈을 열고 이 도시의 야경과 건물과 그리고 순간에 집중했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익숙한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나눴다.


이 곳 사람들의 방식

기자가 이 대륙에 발을 디딘 지 어언 2개월 하고도 반이 지났다. 누군가가 Melbourne이 어떤 도시냐 묻는다면, 기자는 고민하지 않고 ‘문화의 도시’라고 말할 것이다. 이 곳 정부가 그렇게 소개하고 있지만 그게 사실이다. 이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버스킹을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버스킹은 다민족 국가답게 여러 각지의 음악이나 전통 음악이 주를 이룬다. 누구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함께 어울린다. 전시회는 물론 뮤지컬, 연극, 클래식과 같은 무대 예술도 많다. 주말이 되면 flinders st station 앞 Federation Square (광장)에는 항상 크고 작은 이벤트가 즐비하다. 매주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항상 붐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곳 사람들이 이 곳의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고 참여도가 높은 만큼 정부의 노고도 많이 들어간다. Embassy English Melbourne 교사 Tara는 “우리는 페스티벌이나 뮤지컬 등 문화예술에 관련된 정보를 찾고 싶을 때, 먼저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 ‘What’s on Melbourne’을 검색한다.” 고 했다. 실제로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각종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장르별로, 월별로 구분되어있고 그 외에 전시는 물론 여러 무대 예술도 항목 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 캥거루가 뛰노는 자연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물론 그것들도 호주의 표상이지만 멜버른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과 함께 이 곳의 풍요로운 문화예술을 직접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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