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철학자가 됩니다(6)
대부분의 작가들은 나름의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쓴다고 한다.
무언가 쓰지 않고는 참지 못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언어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때로는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상의 특수성 탓에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언어에 대한 감각이야 독서를 통해 어느 정도 유지해 나갈 수 있지만
나태함은 쉽사리 피할 수 없는 위험요소이다.
일단, 작가들에게는 시간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시간을 조종해야 하고, 일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물론 여기저기서 청탁을 해 오는 유명한 작가는 전혀 다른 상황이겠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넘쳐나는 시간으로 인해 나태함은 피할 수 없다.
습관적 글쓰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삶의 혼란들과 그로 인한 사유의 정지 탓에
소설은 물론이고, 여타의 생활을 위한 일에도 그닥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하루이니,
무언가 삶의 틀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무엇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누군가 이 글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습관적 글쓰기를 가능케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무엇을 쓸지는 알 수 없다.
지그문트 바우만처럼, 에세이를 통한 사회적 통찰적 글쓰기가 될 수도 있겠다.
때로는 박완서 선생님처럼 삶에 대한 가볍지만 긴 울림이 될 글들을 쓰고 싶지도 하다.
무엇을 쓰던지, 습관적 글쓰기를 통해 언어적 감각과 나태함이라는
두 가지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다잡고 싶어서 시작하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 글을 써 내는 것. 그러한 습관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내 나름의 노력이 되길 바란다.
습관적 글쓰기의 시작. 분명 꽤나 좋은 시작점이 될 거라 생각된다.
*가끔씩 철학자가 된다는 이 글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 나태해지지 말자, 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