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네가 술래야" 3
경계성 성격장애 이해하기_경계인의 내면
경계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그 내면을 살펴보자.
1. 버림받았다는 공포
당신이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광장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혼자 서 있는 일곱 살 아이라고 상상해 보라. 조금 전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엄나는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주위를 미친 듯이 둘러봐도 엄마는 보이지 않고 낯선 사람들이 당신을 겁나게 쏘아보며 지나갈 뿐이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언제나 이런 감정을 느낀다. 자신만 고립되고, 불안하다고 느끼며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겁에 질리는 감정 말이다. 주위에서 아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은 길 잃은 어린아이에게 미소를 짓거나 도움을 베푸는 군중 속이 친절한 얼굴일 뿐이라 헤어짐의 징조가 보이면 경계인은 공포에 질려 허둥대고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거나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ex. 경계인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례
_룸메이트가 세탁을 하러 아파트를 나서는 일.
_남편이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의사를 만나러 가는 일.
_퇴근 후 예정된 귀가 시간이 5분 늦어지는 경우.
_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친구를 만나는 일.
_영화가 끝나면 전화하겠다고 말하고 전화하지 않는 경우.
2. 과대 이상화와 폄하의 양극단, 분열
경계인은 어린아이처럼 인간의 모순성이나 애매모호함을 용인하지 못하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보거나 이를 조화시켜 일정하고 통일성 있게 이해할 수가 없다. 특정 순간에 좋거나 나쁜 사람일 뿐, 그 중간이나 회색 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모순된 감정과 이미지를 조화해보려는 노력에서 오는 불안감을 보호하기위해 만들어진 '분열'이라는 기재는 역효과를 가져와서, 자기 정체감과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더욱 극적으로, 자주 바뀌게 만들어버린다.
ex.해결책이 하나밖에 없다고 믿거나, 어떤 행동을 한 후에는 되돌릴 수 없다고 믿는 분열적 행동 예시
_직장에서 싫어하는 일을 맡으면 직장을 그만둔다.
_대학생활 중 정치 캠페인에 깊이 관여하자 모든 수업에 낙제한다. 그러자 다음 학기는 수업에 전념하기 위해 정치 활동을 그만둔다.
_옛 연인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
_스스로에게 만족할 때는 자신이 아주 특별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규칙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원하는 것은 다 가질 자격이 있으며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_스스로가 불만스러울 때는 자신이 아무것도 가질 자격이 없으며, 세상의 모든 나쁜 일이 책임이 자신에게 있으며 벌을 받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벌하게 만들거나 스스로 벌을 내린다.
경계인의 필요와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인지하거나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필요나 기대를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며, 말한다고 해도 비경계인이 거기에 부응하려 할 때 이미 다른 무언가를 원해서 하루 사이에도 몇 번식 영웅을 만들었다 악당을 만들었다 한다. 비경계인은 자신에 대해 일관성 있고 균형 있는 시각을 견지해야 하지만 경계인은 굳은 믿음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므로 경계인이 열렬하게 긍정할 때도 미움받는 처지에 놓일 때만큼이나 이성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너무 이른 사랑과 헌신의 고백은 실제보다는 경계인의 환상에 바탕을 두었을 수 있다
이런 분열 습관 때문에 경계인은 타인을 신뢰하기가 어렵고 경계심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불신은 인간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강렬한 궁핍감 때문에 인간관계를 잃는 것이 팔다리 하나는 잃거나 죽는 정도의 강렬한 충격이 되며, 자존감이 매우 낮아서 아무도 자신과 함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애정이 없으며 곧 자신을 떠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늘 그런 단서를 찾으며, 예감이 맞았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분노를 터뜨리거나 상대를 비난하고, 복수를 하거나, 자해를 하거나, 바람을 피우는 등의 파괴적인 행동으로 반응한다. 이것이 핵심적인 아이러니다.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고 친밀해지기를 절실히 원하지만 다른 사람을 멀어지게 만드는 행동을 한다. 재밌게 놀고, 파티에 가고, 책을 읽고, 해변에서 산책하는 동안에도 경계인은 24시간 내내 자신의 공포, 걱정과 함께한다.
3. 만성적인 공허함
보통의 경우 이삼십대가 되면 자신에 대한 자아상이 일관성을 띤다. 그러다 사십대쯤 자신의 삶에 의문을 던지며 중년의 위기를 거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가치, 종교적 신념과 같은 것을 당연하게 가진다. 경계인은 타인에 대한 일관된 인식이 결여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인식 역시 결여되어 이런 것들에 대한 탐색이 끝없이 이어진다. 통합시킬 수 없는 모순되는 자기 이미지로 가득 차 있어 내면이 텅 빈 것 같다던가,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정체성 혼미(identity diffusion) 증상이 나타나며, 이는 만성적인 공허함을 유발한다.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존재할지를 결정하는 데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에 의지하게 된다. 맹렬한 폭풍 한 가운데 떠 있는 배 갑판에서 붙잡을 것 하나 없이 비바람에 이리 저리 떠밀리고 강타 당하는 승객과 같다. 보이는 것은 다른 승객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이 이미 차지한 돛대에 함께 매달리려 하거나 다른 사람의 구명조끼를 탐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옆에 없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하거나 존재한다는 느낌조차 가지지 못하므로 경계인은 혼자 있는 것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종종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포나 한없는 권태, 그리고 해리를 경험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관계라는 것을 여러 요소가 공존하는 통합체로 보지 못하므로 "당신은 최근 나를 위해 뭘 했지"라는 질문을 근거로 하게되며,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최근 업적에 따라 가혹하게 평가한다. 그런 이유로 경계인 중 일부는 일에서, 또는 가정에서 눈부신 성공을 이루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대사를 외우는 배우 같다고 느낀다.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그들의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미친 영향을 인정하지 않고 무력한 피해자라고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는 동정적인 관심을 유발하고, 정체성을 제공하며,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ex. 자신의 행동이 미친 영향을 인정하지 않고 무력한 피해자라고 하는 경우
_집주인의 주차 공간에 자신의 차를 세우는 등 아파트 규칙을 지키지 않아 쫓겨났지만, 집주인이 자신을 쫓아냈기 때문에 갈 곳이 없다고 불평한다.
_상습적으로 남편을 구타하고 바람을 피우고 몰래 마약을 숨기고 경찰에 신고해서 이혼했지만, 친구에게는 남편이 직장 동료를 만나기 위해 자신을 버렸다고 말한다.
학대를 경험한 경계인은 학대하는 사람의 행동을 자기의 어떤 점 때문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이 잔인한 행동을 할 것으로 조건화하고 자신을 계속해서 피해자로 여기며 경험을 각본대로 반복한다. 혹은 도와주거나 보살피는 역할로 정체성을 만들고 통제감을 강화시켜 공허함을 덜 느끼고자 한다.
4. 충동적인 행위
늘 공허와 불안에 시달리는 경계인에게 과소비, 마약, 알모올 남용, 좀도둑질, 무모한 운전, 폭식 등은 감정 상태를 바꾸고 즉각적인 위안을 제공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혹은 피해를 낳는 행동이 분노나 자기 혐오을 표현하는 방법이 된다. 공허함을 채우고 정체성을 만들려 애쓰는 행동이기도 하다.
5. 거듭되는 자살 행위나 위협
자살 위협을 포함한 모든 자살적 행위는 많은 경우 주변 사람으로 하여금 경계인의 정서적 고통에 관심을 보이고 그 고통을 완화해 주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신체 부위를 날카로운 물체로 긋거나 피부를 태우거나 뼈를 부러뜨리는 등의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는 행동은 극도의 정서적 고통(수치, 분노, 슬픔, 버림받는 느낌 등)을 방출하거나 조절하기 위한 대체 기제로 자해를 하면 베타 엔도르핀이 방출되어 마취 효과나 행복감을 느낀다.
6. 정서 불안정
경계인이 기분은 불과 몇 시간 사이에 격렬한 분노에서 우울한 감정으로, 우울에서 짜증으로, 짜증에서 불안감으로 바뀔 수 있다. 기분이 나쁠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거나, 자기 기분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경계인의 분노는 매우 격렬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논리와는 무관하다. 마치 돌발홍수의 급물살이나 갑작스러운 지진, 맑은 하늘의 번개 같다. 갑자기 나타났듯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혹은 반대로 조금이라도 화를 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이어질 것이 두려워 화를 전혀 표현하지 못한다. 경계인은 비단 분노뿐 아니라 모든 감정을 아주 격렬하게 느끼는데 대체로 분노가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감정이라고도 본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신체의 90% 이상 부위에 3도 화상을 입은 것과 같아서 정서적인 피부가 거의 없으므로 아주 작은 접촉이나 움직임에도 심한 괴로움을 느낀다.
7. 일시적인 피해망상 혹은 해리증상
경계인은 고통스러운 느낌이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리를 경험한다. 경계인이 비경계인과 함께 겪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기억한다면 해리 현상일 수 있다. 실재가 아닌 듯 느끼거나, 낯설거나, 무감각해지거나, 이탈되는 등 정신이 '떠나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8. 그 밖의 특징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한 경우 자신이 인간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전반적인 수치심을 경험한다. 이는 감정이 아니라 핵심 정체성이다. 자신이 가치 없다는 느낌, 고립감, 공허함, 그리고 완전히 혼자라는 느낌 때문에 타인에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려 경계한다. 분노와 비난, 중독된 행동, 과도하게 타인을 기쁘게 하려는 것, 섭식장애 같은 문제의 근저에 수치심이 있다. 경계인은 수치심에 사로잡혀 자신을 소멸시키려 하거나 수치심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려 한다.
경계인은 자기 제어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에 상대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만들거나, 상대가 자신을 통제하려고 한다고 비난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를 통제하려 할 수 있다. 상처 받기 쉬운 위치에 서지 않기 위해 통제하려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선택이 미리 정해지는 삶을 택해 자신의 힘을 아예 포기하는 방식으로 무력감에 대처한다. 공포감을 통해 자신을 지배하려는 가학적인 사람과의 관계를 택할 수도 있다.
경계인은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안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떠올리는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으로 위안을 삼지 못한다. 바로 곁에 있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를 떠오릴 수 있는 편지, 사진, 향수 따위를 지니는 것으로 집착하는 행동을 줄일 수 있다.
경계인은 '영매'라고 불릴 만큼 타인의 사회적, 비언어적 신호를 알아채고 자극점과 약점을 찾아내는 데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어린 시절 신체적 혹은 성적 학대를 받은 경우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 이런 '사회적, 정서적 촉각'을 발달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학대자가 무엇을 할지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계인은 놀라운 업무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결함이 있다고 느끼므로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주변 사람을 만족시키려 애쓰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어진 일을 잘 해내다가 다른 때에는 쉬운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을 상황에 따른 능력이라고 하며, 정상적으로 보여서 꼭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계인이 생긴다.
경계인들은 자신의 행동이 비경계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애 성향이 강한 경계인은 주위 사람을 버겁게 할 수 있다.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공공연히 부적절한 행동을 해서 관심을 끌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