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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지 Jul 19. 2023

그냥 서로 이름 부르면 안될까요?

90년대생 신혼부부의 좌충우돌 결혼이야기 #4.



  학생 시절부터 연애를 시작한 우리는 처음 만날 때부터 결혼 전까지 7년을 연애하면서 딱히 서로에 대한 애칭 없이 이름을 부르곤 했다. 사랑이 담긴 서로만의 애칭도 좋지만 각자의 이름을 불러주는게 더 자연스럽고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당연히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을부르곤 했다. 남편도 나도 '여보야', '자기야'라는 호칭보다는 나의 이름으로 불리우는게 좋았기 때문에 딱히 호칭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결혼을 하고 시댁 모임에서도 나와 남편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름으로 불렀다. 그리고 시부모님과 대화를 할 때 남편도, 나도,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아~ 그런데 어제 ㅇㅇ이가 퇴근을 했는데요~" 혹은 "ㅁㅁ는 이렇게 생각하더라구요" 이런식으로 서로를 이름으로 칭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가만히 대화를 하던 중 아버님이 조심스럽게 말씀을 꺼내셨다.


  "너희 이제 결혼도 했는데 서로 이름을 부르는 건 좀 그런 것 같아. 다른 호칭을 사용하는게 어떠니?"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실 거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한 분야라 우린 살짝 당황했고, 남편이 "그럼 뭐라고 불러요? 여보? 자기? 우엑~ 그건 못하겠어요."라고 대답하자 다들 하하하 웃으며 그 주제는 식탁에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후에도 아버님은 한번 더 조심스럽게 같은 말씀을 하셨고, 그 때도 똑같은 남편의 반응으로 그 말은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때부터 난 시댁에 가면 남편을 평소처럼 부르는게 영 불편하고, 어느샌가부터 그냥 호칭 없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사실 나의 친정은 친척들 모두 서로의 호칭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이고, 난 여태껏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왔기에 결혼을 하면 호칭을 바꿔야 한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엄마와 이모들도 삼촌의 아내를 '올케'라고 부르지 않고 'ㅇㅇ아~'라고 이름을 부르고, 우리 외숙모도 엄마와 이모들을 'ㅇㅇ언니!'라고 부르며 편하고 친하게 지낸다. 그리고 우리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부르기보단 그냥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살면서 단 한번도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가족들보다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이런 분위기가 가족간의 갈등과 거리감을 없애주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로가 어려운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존중을 하지 않는다거나, 예의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어쨌든, 연애시절 내내 남편 호칭을 따라 'ㅇㅇ형'이라고 부르던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이 되었고, 나이가 한참 어려 이름을 부르던 남편의 친한 친척동생들은 갑자기 '아가씨'들이 되었다. 난 한번도 그런 호칭들을 들으며 자라온 적이 없기에 나머지 많은 가족분들의 어려운 호칭도 너무너무 헷갈리고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그 호칭들이 너무 오그라들고 이상해서 적응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그냥 입을 닫아버리는 것. 호칭을 부를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나는 주위에서 이런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나곤 한다. 이 친구들의 해결책은 대부분 그냥 입을 닫아 버리는 것. 가족간의 예의를 지킨답시고 시작한 어려운 호칭 문화가 오히려 서로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걸 과연 부모님들은 알고 계실까. 아마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문제는 아마 더 많은 곳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현상일까?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것들도 조금씩 적응이 되고 익숙해 질까....? 그리고 난 이런 문화가 싫은데도 억지로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결혼생활을 잘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걸까? 결혼을 하니 이런 문제로도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렇게 호칭을 부르면 서로를 존중하는거고, 이름을 부르면 서로가 선을 지키지 않는걸까? 대체 이건 누굴 위한 문화인걸까......... 



그냥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서로 이름 부르면 안될라나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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