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지 어느덧 3년이 다되어 간다. 2018년 처음 미국으로 넘어올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다. 어른 들은 항상 말씀하셨지. "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콧방귀 뀌었었는데, 이젠 저 말씀이 진리가 되었다.
약 7년 전,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를 수학했다. 모든 것이 엉성했고, 영어 실력 또한 지금 보다 많이 어설펐다. 어떻게 한 학기를 버텼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해당 학기에서 모든 과목 A를 맞았다. 무식했지만, 독기가 가득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 학교에서는 나와 함께 교환학생으로 온 여학생을 포함해서 한국인은 총 2명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학생들이 처음 날 봤을 때, 한국인으로 봐주기보다는 one of asians으로 대했던 것 같다. 하긴, 이 시골 학교에도 중국인은 엄청 많았으니.
그래서 학기 초반에 나름 고민이 많았다.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미국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언어도 부족하고, 운동도 같이 할 만한 것이 딱히 없고.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때 내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바로 싸이 형님의 '강남스타일'. 내가 미국에 있었던 시기에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사랑을 받고 있을 때였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선 몰라도 이 노래는 다 알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싸이 형님의 '강남스타일' 노래 덕분에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는 많은 친구들이 내게 먼저 다가와줬다. "Oh are you Korean? I love 강남스타일! Can you also do horse dance? Dont be shy. You are A Korean. Be proud!" 더 나아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그래서 3명의 미국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알려주기까지 하면서 미국에서의 한 학기를 유익하게 보낼 수 있었다.
Shout out to 싸이 형님!
그 후 6년이 지난 지금, 2021년은 어떤가?
지금 내게는 대한민국의 자랑, BTS 방탄소년단이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대급으로 전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다. 21세기 비틀스라는 칭호까지 얻었을 정도로 BTS의 영향력은 현존하는 전 세계 아티스트들 중 당연 최고다. 아니 그 누가 알았겠는가?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에서 모든 직원이 한글로 되어 있는 티셔츠를 입고 'BTS 세트'를 판매할지를.
BTS Meal at 맥도널드
사실 BTS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모든 K-contents가 지금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K-pop(한국 노래), K-drama(한국 드라마), K-movie(한국 영화), K-variety show(한국 버라이어티쇼) 등이 아시아 문화권을 넘어서 북미, 남미, 유럽, 중동 등 전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중심에 우뚝 서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한국어 공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온다. 그러다 보니 요 몇 년 사이 한국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 King Sejong Institute 자료에 따르면, 약 7.8백만 명이 전 세계에서 한글을 사용하고 있고, 한글은 전 세계 언어들 중 13번째로 인기가 많은 언어이기도 하다.
현재 해외에 있다 보니 이러한 현상을 피부로 느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곧, 예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경험이 머릿속을 쏵 스쳐 지나갔다. "그래. 내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 어떨까? 지금 한국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이지 않은가? 항공 승무원으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다.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 문화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Connecting the dots; 과거에 내가 한 모든 것들은 하나의 점으로 연결된다. - 스티브 잡스 (Apple 창업자)
그렇게 지난 3월부터 한국어 교육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미국, 유럽, 필리핀,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노르웨이, 서 아프리카 등 다양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어 튜터링 하면서 동시에 한국 문화도 함께 알리는 K-educator가 되고자 노력 중이다.
처음 수업을 할 때는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많이 생소하고, 어려웠다. 그래서 첫 한 달 동안은 매번 수업을 할 때마다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 준비가 덜 되어있고, 조금 미숙했음에도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하루에 3시간씩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칠지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수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동시에 다양한 한국어 교육 자료들을 수집하고, 이 자료들을 한데 모아 나만의 교육 자료로 재탄생시켰다.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약 30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K-educator로서의 첫 번째 목표가 있다면'한국어 강의 1,000시간'을 쌓아 보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델타 바이러스로 변이 되고,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2020년, 2021년은 사실상 잃어버린 2년이라고 해도 무방 할 정도다. 그래서 이제는 코로나19만을 핑계 대며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실을 직시 하고, 현재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알맞은 답을 찾아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