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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Boy Oct 08. 2022

비행할 때는 '순풍'과 '역풍'이 항상 공존한다

당신의 비행기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어느덧 비행 교관 생활을 한 지 1년이 넘었다. 비행 훈련을 하면서 한 끗 차이로 생사의 기로에 서 볼 뻔도 하고, 비상상황에 걸려서 식은땀을 흘린 적도 많다. 다행히도 이런 것에는 공포심이나 두려임이 크게 없다. 내가 잘 Recovery(회복)을 하면 되니까. 하지만, 학생이 비행 훈련 도중에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경우, 국제 정세로 인해 환율과 기름값이 너무 올라 교육비에 부담을 느껴서 어쩔 수 없이 꿈을 잠시 뒤로 미뤄야만 하는 경우 등등... 이런 상황을 볼 때는 마음이 참 쓰리고 아프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람의 방향을 아는 것이다. 그래야지 바람의 힘을 잘 받고, 안전하게 이륙과 착륙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해보겠다.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바람 방향이 순풍(Tailwind)* 혹은 역풍(Headwind)* 어느 것이 더 좋겠는가?"


비행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바로 알 것이다. 그렇다. 이륙과 착륙을 할 시에는 역풍, 즉 맞바람이 훨씬 더 좋다.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항공 역학에서 나오는 양력, 중력, 추력, 그리고 항력을 알면 좋은데 굳이 여기서... 생략하겠다. 대신, 쉬운 예로 초등학생 때 '연 날리기' 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연을 상공으로 잘 띄우기 위해서는 우선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맞바람을(역풍)을 받으며 전속력으로 뛰어서(추력) 연을 하늘 높이 띄운다. 즉, 연이나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선 역풍이 좋다. 하지만, 비행기가 크루즈(Cruise)* 하는 시점에서는 위와는 반대로 순풍이 훨씬 더 유리하다. 비행기가 바람의 힘을 받아 더 빠른 속도로 날 수 있고, 그 덕분에 연료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일럿이 비행을 하기 전 항상 'Wind check'을 하듯이 나는 평소에 자주 'Life check'을 한다. 지금 불고 있는 이 바람이 나의 인생에서 순풍인지, 역풍인지... 나의 비행기는 현재 어느 시점에서 이 바람을 대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만일, 지금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데 나의 비행기가 크루즈를 하고 있는 시점이라면 비행기 속도는 느리고, 연료 소모도 배가 될 것이다. 즉,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혹은, 나의 비행기가 원했던 목적지에 도착하여 랜딩 하려 하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강한 순풍이 분다면 곧바로 랜딩을 하지 않고, Go around*를 해야 한다. 무리하게 랜딩 하려다가 비행기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이륙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비행기 경우는 이륙을 조금 더 뒤로 미루는 것이 상책이다.


우리가 바람의 방향을 예측할  없듯이, 인생에 좋은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취할  있는 태도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타이밍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뿐이다.


지금 당신의 비행기는 바람을 잘 이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거스르고 있는가?  


순풍(Tailwind) - 비행기가 가는 방향으로 부는 바람, 뒷바람

역풍(Headwind) - 비행기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부는 바람, 맞바람

크루즈(Cruise) - 비행기가 원했던 고도에 도달하여, 그 고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하는 시점

Go around - 예상치 못한 날씨 조건, 혹은 비행기가 랜딩을 하기 위한 적절한 포지션이 아닐 경우에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기 전, 다시 이륙하여 런웨이 주위를 한 바퀴 더 돌면서(Traffic pattern) 다시 착륙 준비를 하는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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