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너무 별 탈 없이 잘 지낸다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휴지 한 조각 주우려다가 코뼈 날아갈 뻔한 사건..."
매 비행을 나가기 전에 항상 Preflight check, 즉 비행기 내/외부에 점검을 해야 한다. 내부 점검을 하던 중 Fuel Indicator가 작동하지 않아 비행기를 교체하려고 혼자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였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러던 중, 정비공이 해당 비행기를 체크하러 왔고 비행기에 연료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연료를 확인하러 가는데 갑자기 휴지 한 조각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 아닌가? "훔, 저거부터 빨리 줍고, 연료량 체크해야지!" 바람에 날리는 휴지조각을 따라 걸어갔다. 아뿔싸 그 찰나의 순간, 비행기 날개에 코를 박고 말았다.
상처 난 부위 꿰맨 후...
처음에는 별것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던 정비공이 "What happened to your nose? It looks pretty bad! You are bleeding now!!"
...
내 코 주위를 만져보니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휴지 한 조각 줍기 위해 앞도 살피지 않고 걸어가다 코뼈가 나갈 뻔한 것이다.
"Incurring a great loss by pursuing a small profit."
바로 학교 근처 병원으로 가서 상처 부위를 꿰매는 시술을 받았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휴, 이 정도면 상처 남을 것 같은데, 그것도 코 중간이네. 아,,, 미치겠다! 다음날이 'Pivate Pilot License Written Test' 보는 날인데..." 이곳에 와서 크고 작은 일들로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여태까지 잘 지탱해주었던 감정선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생각이 계속 안 좋은 쪽으로 흘렀고, 이러다간 시험까지 망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치료를 받은 후 빠르게 병원에서 나왔다. (병원이란 공간은 사람을 움츠리게 만들어서 참 싫다.)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음악을 들으며 근처 공원을 산책을 했다. "왜 하필 오늘, 나에게 이런 시련이 주어졌을까?"
"I lost my initial motivation, 초심을 잃다."
주기장(비행기가 주차해 있는 공간)을 Ramp라고 부른다. Ramp에서 비행기 점검할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순간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는 무서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이점을 간과했던 것 같다. 고작 몇 번 비행해봤다고 말이다.
"만약 다른 훈령생이 비행을 마치고 Taxing 하며 Ramp로 들어오는 비행기를 보지 못하고 계속 걸어 나갔다면? 코가 아니라 눈이 다쳤었다면?" 다시 생각해보니 이보다 더 아찔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결국엔 코에 난 상처 때문에 분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중하고 반성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역경 속에서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보면 된다."
PPL Written Test와 비행실습 평가를 코 앞에 두고 있는 내게 이런 역경을 준 것을 일종의 테스트로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하늘에서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굳게 다졌다.!
산책을 마치고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을 때 다시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취가 풀리기도 전, 바로 시험공부에 들어갔다.
PPL Test Score: 98%
다음 날, 예정대로 시험을 치렀다. 아깝게 1문제를 틀려 98점을 맞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바로 'What is Next?'에 집중했다. 며칠 후 있을 비행실습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덕분에? "초심을 기억하고, 자만하지 말라"라는 훈장을 코에 남기게 됐다. 이때 했던 생각을 항상 기억하고 앞으로 더 겸손한 자세로 생활하며 1분 1초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