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를 떠올리면 미세먼지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가 떠오르지 않는가? 처음엔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웬걸... 12월부터 시작한 우기가 3월 초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02.11 - 02.16 in Merced (2019)
예상보다 길어진 우기 탓에 Solo 비행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다. 두 달 만에 끝날 것이 4개월이나 걸렸으니...;
시간이 금보다 중요한 내겐 참 속상한 일이었다.
사실, 불평하면 안 될 것이 나보다 더 운이 안 좋은 학생들이 꽤 많았다. 날씨와 여러 변수들이 겹쳐서 Solo 비행까지 6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까지 걸렸으니 말이다.
현장에서 승무원으로 일할 때, 그리고 현재 조종훈련생으로서 항공 분야에 있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분야 선배들이 하나같이 '운칠기삼'을 거론하는 것 같다.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특히나 타이밍과 운이 더 크게 작용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Solo 비행을 하기 위한 절차는 무엇일까?
Solo 비행이란 "조종훈련생이 교관 동승 없이 혼자 비행하는 것"을 말한다. 초보 파일럿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면서 조종간을 잡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성취감을 느끼는 날이기도 하다.
Solo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Oral Test;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비행 지식 테스트에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Cheif instructor에게 비행 점검 테스트, 혼자서 비행 나갈 실력이 되었는지 검증받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Part 141 Standard)
두 개의 Tests를 모두 Pass 하면 담당 교관에게 Solo 비행을 하기 위한 보증서(Endorsement)를 받고, 다음 날 바로 Initial Solo 비행을 하게 된다.
Time management
3월 초쯤, 예상치 못했던 날짜에 두 개의 Tests가 잡혀서 정신없이 연속으로 시험을 봤다. 다행히 미리 준비해놓았기 때문에 모두 한 번에 통과할 수 있었다.
우기가 워낙 심했던 2월. 긴장 놓지 않고, 꾸준히 시험 준비해놓았던 것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해 주었던 것 같다.
비관론자는 기회 속에서 난관을 보고, 낙관론자는 난관 속에서 기회를 본다. - 윈스턴 처칠
혼자서는 처음으로 하늘과 마주한 짧았지만 여운 깊었던 시간
홀로 Preflight 점검을 하고 시동을 거는 순간, 심장이 쿵쿵 뛰면서 긴장감이 마구 밀려왔다.
"아. 잘 해낼 수 있을까? 이거 한 번만 실수해도 바로 저승길인데...;" 그렇게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이륙을 하기 위해 관제탑에 Call 했다.
"Castle tower, C5491P, Solo student. Hold short of runway 31 at Alpha. Ready for departure."
엄청나게 떨릴 줄로만알았는데막상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니 신기하게도 오히려 집중이 더 잘되며 차분해졌다. 이륙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모두 확인하고 마침내 조종간을 당기는 그 순간, 비행기가 원활하게 이륙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이 기분이다. 드디어 내가 혼자 날고 있구나...!"
매일 머릿속으로 꿈꿔왔던 것이 실현돼서 그럴까? 황홀한 기분과 함께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엔도르핀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이 느낌이 바로 성취감이라는 거지!!"
Initial Solo 비행은 총 3번의 Traffic Pattern works만 해서 비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비록 짧은 비행이었지만 비행기를 홀로 조종하면서 하늘과 마주했던 그 짜릿했던 순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솔로비행을 했다는 것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는 의미인 동시에 이제는 제대로 비행할 줄 알아야만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평소 비행할 때 10번 실수를 했었다면, 이제부턴 3번 이하로 줄여나가야 한다.
Proficient pilot이 되기 위해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으니 앞으로 더 강인한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이어나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