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했던 동기들 몇몇이 갑자기 학교를 떠나게 됐다. 함께 공부하고, 비행하면서 나름 군대 전우와 같이 지냈던 그들이 없으니 괜스레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늦은 나이에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다시 돌아가는 그 발걸음 얼마나 무거울까.
더 나은 곳으로 향하는 힘찬 걸음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잘하고 있는가? 극한을 경험하고 있는가?"
"Move out of your comfort zone and push the limits. Go get it."
하늘도 자는 시간이 있는 듯 평온했던 밤 비행
지극히 현실적인 밤 비행 야경 야간 비행은 낮 비행과는 다르게 정적이다. 밤에 비행하는 항공기가 적으니 ATC 교신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야간 비행은 살짝 비행 드라이브하는 느낌으로 나가게 된다. 물론, 긴장의 끈은 놓지 않으면서.
이번 밤 비행 때는 어둠 속 고요함을 핑계 삼아 평소에 하지 못했던 '딴생각들'을 해보았다.
요즈음,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가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화가 겉도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이유는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아도 주로 나누는 대화 내용들이 '돈, 승진, 시험, 사업, 결혼, 아기, 등...'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20대 때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젠 더 이상 미래에 대한 생뚱맞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년도 목표한 대로 잘 살고 있니? 요새 어떤 것에 관심 갖고 집중하고 있니? 너 인생 최종 꿈은 정했니? 우리 어떻게 해야 더 잘 살 수 있을까? 훗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니?... 등등"
위와 같은 질문들은 서로 쉬쉬하는 것이 이젠 예의가 되어버렸다.
30대가 된 이 시점에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씁쓸하면서, 공허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나만 아직도 도전하는 것에 큰 의의를 두면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가? 아직 혹독한 사회의 맛을 모른 채 남들보다 너무 늦게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무섭고, 걱정스러운 미래에 대한 생각이 들 때쯤, 다행히 비행이 끝나버렸다.
의욕 충만했던 20대 때 인생 키워드는 '열정, Passion'이었다. 열정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름 소정의 성공, 그리고 쓰디쓴 실패를 맛본 후 10년이 지난 지금은 '꾸준함, Persistency'가 키워드가 되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곧 있으면 자가용 조종사 면장 시험을 치르게 된다. 꾸준히 노력하며 여기까지 잘 걸어왔으니 꼭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