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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수집가 Feb 16. 2024

인생은 고기서 고기, 회자(膾炙)

회자(膾炙)

인생은 고기서 고기


로봇 복싱 나선 전직 권투선수, 12년 지나도 회자되는 이유

(오마이뉴스, 2023. 7. 15.)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가요? 한국인의 대표 야식 치킨? 한식을 사랑하는 분이시라면 김치찌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종류는 각기 다양하겠지만 귀하고 좋은 음식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고기 요리를 들 수 있겠지요. 음식 이야기가 갑작스러우시겠지만 이번 장에서 배울 단어는 회자(膾炙)로,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 회자(膾炙):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

   [예] 그 효자의 이야기는 요즘에 보기 드문 미담으로 사람들의 입을 통해 회자가 되고 있다.    

회자(膾炙)는 제사에 올리는 귀한 음식이면서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 음식입니다. 옛날에는 하늘이나 종묘에 제사를 지내고 나면 왕이나 제후가 이 음식을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회자의 ‘회’는 ‘육회, 생선회’ 등에 쓰이는 한자 ‘회 회(膾)’로 얇게 썬 고기, 육회를 의미합니다. ‘자’는 쇠고기 등을 길쭉길쭉하게 썰어 갖은양념으로 간을 하고 꼬챙이에 꿰어서 불에 굽거나 번철에 지진 음식을 가리키는 ‘산적(蒜炙)’에 쓰이는 한자 ‘고기 구울 자(‘적’이라고도 함.)’로 구운 고기를 의미합니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입에 자주 오르내리겠지요. 그것으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림.’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파생되었으리라 짐작됩니다. 회자라는 단어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회자하다, 인구(人口)에 회자되다[회자인구(膾炙人口)]’와 같이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은 ≪맹자(孟子)≫의 <진심(盡心)>에서 유래됩니다.          


  공자의 제자였던 증자(曾子)는 부모님에게 효심이 극진했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친이 생전에 대추를 무척 좋아했는데, 부친이 돌아가신 후 증자는 대추를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공손축(公孫丑)이 맹자에게 "회자(膾炙)와 대추는 어느 것이 더 맛이 있을까요?"라고 묻자 맹자는 “회자이다.”라고 대답하고는 증자가 맛있는 고기는 먹으면서도 변변치 않은 대추를 먹지 않는 것은 돌아가신 부친을 그리는 정이 지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孟子≫,「盡心編」)


그렇다면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요?

그런데 이 표현은 특정한 맥락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상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회자는 긍정적 맥락을 수반하여 사용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감탄하며 먹듯이 명성이나 좋은 평판이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회자되다’라고 합니다. 따라서 부정적 대상과 함께 거론할 때 회자된다고 표현하지 말아야 함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죠.  

   

(가) A의 발언은 부하 직원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나) 지난 드라마에서 어색한 연기로 회자되었던(?) B 씨가 이번 영화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가)에서는 A의 발언이 ‘마녀사냥’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얻고 있으므로 긍정적 맥락에서 사용하는 ‘회자되다’와 함께 쓰일 수 없습니다. (나)에서도 B가 ‘어색한 연기’라는 부정적 평가와 함께 거론되고 있으므로 이 표현과 함께 쓰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좋지 않은 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에는 ‘구설(口舌), 입방아’라는 단어를 써서 ‘구설(입방아)에 오르다’와 같이 표현합니다. 중립적이고 일반적인 맥락에서는 ‘거론되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고요.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회자(膾炙)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 음식,

그만큼 좋은 일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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