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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골프장은 사람들이 사는 근처에 위치하여 여가활동을 하기 용이하도록 갖추어 놓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의 조성, 자연경관과 어우러지게 잘 가꾸어진 정원과도 같은 골프코스의 조성 등 오로지 사람중심의 편의시설을 인위적으로 꾸려놓았다. 사람중심이기 때문에 때론 자연과 마찰을 일이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찌되었든 철저하게 사람 중심의 편의와 경관을 마련해 놓았다.
그 조성된 골프장을 우리는 이용료를 지불하고 각자 플레이를 해서 얻어지는 점수를 위해 매진한다.
게임이 되었든 내기가 되었든 어쨋든 각자의 방식들을 통해서......
자주 가는 골프장은 아니라도 정기적으로 한번씩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한다. 방식은 위에 열거했듯이 게임 또는 내기의 방식으로.
이렇게 하다보니 오로지 점수에 모든 주의가 집중이 된다. 드라이버가 잘 맞는지 안 맞는지 등등.
드라이버만 보더라도 미세한 차이에 의해 OB(Out of Bounde)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 OB의 발생으로 그날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디 비단 드라이버 뿐인가? 스푼이라 불리는 우드는 어떻고 또 아이언은 어떠한가? 퍼팅은 말할것도 없고.
집중하지 않으면 무너져 점수를 잃어버리기가 십상인게 골프이다.
그러다보니 인간중심으로 잘 가꾸어진 골프장의 풍경을 놓치고 지나쳐버리기가 일쑤이다. 점수를 망쳐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떠한 자연경관도 예쁘게 보일리가 없다. 또 보이지도 않고......
오늘은 잠시동안 다른 시각으로 골프장을 접근해 본다.
때는 가을의 한 가운데 있는 11월 초순
하늘은 맑을대로 맑아 구름한점 없이 새파랗게 치장을 하고 있으며 대지의 색상은 온통 노랑과 파랑과 빨강으로 물들어져 있다. 이렇게 되니 온통 세상의 빛깔이 현란하다.
또한 바람도 불어대지 않는 따스한 햇살을 등에 지니 육체에 노곤함이 밀려온다.
사실 노곤함은 긴장상태를 풀어놓아 골프 점수에 연연해 하지 않은 긴장상태가 풀어진 상태를 말한다. - 사실 점수가 예전과 같이 잘 나오고 있지도 않고……..
이때부터 점수가 아닌 주위의 경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철저하게 사람중심의 자연으로 꾸며놓은 골프클럽이니 예쁘기가 그지 없다. 거기에 가을의 한가운데, 그리고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 또한 따뜻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여유가 생긴다.
그럼에도 진행은 아니할 수 없기에 18홀까지 진행을 하지만 온통 주위의 경관들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이젠 골프경기보다는 주위의 경관을 보면서 걷는것에 더 집중한다.
점수는 다음에 더 보강하면 되지만 지금의 이 풍경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보지 못할것 같은 생각이 들기에…..
그래 지금부터 휴식이다.
가을의 빛바랜 포근한 잔디를 밟아가며 걷고 걷고 또 걷고.
걷는 동안의 트여진 시야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울긋불긋의 단풍들과 파란 하늘.
걷는 동안의 발걸음 사이사이로 스치는 잔디와의 사사삭거리는 소리와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부드러운 양탄자 느낌
그리고 가끔의 노랗고 빨갛게 쏟아져 내린 단풍잎을 밟으며 지나가는 이 상쾌함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또한 이른 아침의 알싸한 공기는 주위 경관과 더불어 상쾌함으로 내 코 끝을 자극한다.
쫑긋하게 솟아나 있는 풀잎들에는 방울 방울 이슬도 맺혀있고…..
등산, 트레킹, 골프에서의 걷는것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
순수한 자연을 걷는것과 인공적인 자연을 걷는다는 것이 다를 뿐.
자연상태에서는 강인함이 있다면 이렇게 인공상태는 섬세함이 존재한다.
점수에 그리고 내기에 연연해지는 골프를 가끔은 내려놔 보자.
이토록 아름다운 주위경관과 더불어 한걸음 한걸음에 전해지는 상쾌함을 느껴보자.
한걸음 한걸음 그 발걸음의 수고로움이 머릿속을 비우고 가슴을 꽉 채워지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