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일>

by 김소영

별이 떨어진다. 미러볼 안 작은 세상 위로 떨어지는 글리터가 마치 별이 떨어지듯 하다. 금박을 두른 장식들과 트리와 캐럴이 이제 새 겨울이 왔다고 알려준다. 작년 겨울에 나는 머리를 밀고, 집 안에 갇혀 있었다. 세상이 두들기는 노크 소리로부터 귀를 닫고, 잠잠히 잠겨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폭풍으로부터 나와 아이들을 지키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가장 기쁘고 또 가장 애처로운 겨울이었다. 그 길고도 긴 겨울이 가고, 신기하게도 새 겨울이 왔다.


감회가 새롭다 연거푸 말하며, 새 생을 새롭게 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과거의 순간순간을 되짚는 건 잘할지 몰라도, 새롭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다시 예전처럼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의 내 상태조차 단어로 정의 내리지 못할 만큼 불안한 순간에 <버리기 잘한 습관들>이라는 책을 만났다. 나의 상태는 ‘위태롭다’였다. 언제 다시 아플지 모르고, 언제 다시 이 감사와 행복이 끝날 지 몰라 불안한 상태. 이런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 불가능할 수밖에.


‘잠에서 깨셔야 해요. 일어나 걸어 보세요’

수술 후에 계속 나를 걷게 했던 간호사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제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나 아닌 많은 이들의 기도를 모아 만든 이 새 삶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이제는 방향을 정하고 선택해야 할 때이다. 뒤돌아 본 적 없이, 돌본 적 없이 아등바등하며 살아온 삶의 종착지가 병든 삶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번 뒤돌아 보고, 돌보며 사는 삶을 살아 봐야 한다.


‘좀 내려놔, 너무 애쓰지 말고.’

열심히 산다는 착각에 휩싸여 있을 때,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나 또한 ‘그럼 달릴 때까지 달리다 놓아 버려야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다른 이를 위해 애쓰고, 주변을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를 못살게 구는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비싼 삶을 사는 이들에 대한 질투와 비난이 일 때면, 말로 쏟아 내어야 속이 시원했다. 결국 문제는 내게 있었다. 그리고 다시금 나 자신에게 화살을 돌렸다.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었다. 사회 탓을 하기에 나 또한 너무 때 묻었다. 비난을 거두고,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했다. 열심히 사는 삶의 계획과 목표. 오래도록 세운 적 없던 삶의 방향성. 흘러가는 대로 두었던, 나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삶에 주어져야 할 의지.


말하기를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쓰는 삶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면서 내가 쓰고 싶은 이유는 말할 곳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은 맞지만 또 틀렸다. 말을 줄이기 위해서 글이 필요하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나의 생각을 나누고, 지나가는 많은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일 이외에 글은 그 자체로 나의 삶을 성장시킨다. 말을 덜고, 바라보는 시간을 더하며.


이상희 작가님의 <그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를 읽고 있다. 책이 젖기를 여러 번 하였고, 오래 보기를 여러 번 하느라,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오래 바라본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적용되는 말 인 듯하다. 순간을 사는 나의 삶을 침잠하듯 바라볼 때에 그 시간 속에서 실마리들을 찾을 수 있었다. 덜어낼 것을 덜고, 더할 것을 더하는 삶에 대한 답에 대한. 세상 기준으로 선한 것과 성공한 것을 가려내는 삶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고, 묵묵히 걸으며 답을 찾는 삶에 대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 원하던 때에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버리고 싶고, 지우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그러므로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새롭게 살고 싶다는 의지로 끝나지 않고, 발을 내디뎌 다행이다.

이제 조금씩 걸어야지.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의지하며.

반짝이는 이 겨울에 참 어울리는 다짐이다 싶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