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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Jan 22. 2024

카카오톡에선 웬수도 친구가 된다.

카카오톡 하는 사람들 이야기

가입자가 우리나라 인구수에 육박하는 카카오톡은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통신 수단이 되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도,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도 카톡 안 하면 불편하다.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출시를 계기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카카오 톡이 거꾸로 우리나라 스마트폰의 보급을 가속화시켰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헤어질 때 인사도 '전화해'에서 '카톡 해'로 바뀌고 있다. 표정이나 억양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 주는 육성 대화의 긴장을 줄이고 회답을 설계할 여유도 확보할 수 있어서 카톡이 역설적으로 '진짜 톡 talk'을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사의 문자 메시지와 비교할 때 공짜로 보이는 이점도 있지만(사실 통신사 데이터 요금에 포함됨.) 무엇보다 단톡방이라고 불리는 집단 대화 기능이 카카오 톡의 강점이다. 동시에 다수에게 알리고 다자 간에 협의하는 광장(Forum)의 역할을 한다. 처음엔 친목 모임에서 즐겨 쓰다가 업무, 학업 용도로 확대되었다. 


다수가 참여하기 때문에 '말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뜨는 수신 알림이 성가시다 (꺼 놓으면 되지만). 가짜 뉴스, 오늘의 명언, 유튜브 건강 정보는 대충 무시하면 되지만 시아버지가 수시로 보내오는 성경 구절은 신경 쓰인다, 특히 교회 안 다니는 며느리는. 부고 공지 밑에 줄줄이 달리는 '삼가 고인의...' 조문 글은 교통정리가 필요할 정도다


여러 단톡방에 출입하다가 간혹 번지수가 틀린 메시지를 올려서 웃게 해 주지만, 직장 상사가 함께 있는 공간에다 상사의 험담을 늘어놓은 방송사고는 민망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민첩하게 삭제하지 못한 낙장 불입의 기록이 박제가 되어 저자에게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다투는 사람들도 있다. 험악한 메시지를 교환하다가 한쪽이 삐져서 방을 뛰쳐나가면 누군가 목덜미를 잡아끌어다 다시 들어앉힌다. 죽일 듯 으르렁거리다가도 나중에 직접 만나면 수그러든다. 전화나 문자로 통신할 땐 길길이 뛰다가도 정작 현장에선 데면데면 풀어지는 이유는 누구나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카카오 단톡방에서는 회원을 강제로 퇴출시킬 수가 없다. 문제 회원 모르게 다른 방을 개설하는 궁여지책은 있다. 혼자 남겨두고 이사 가버리는 식인데, 남아있는 당사자는 모르고 있다는 게 현실 이사와 다른 점이다. 내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의심한다. 집사람과 아이들이 '공식' 가족 단톡방을 우회해서 자기들끼리만 알짜배기 정보를 공유하는 정황이 있다.


한겨레 신문


내 아들은 카톡으로 영장(입영통지서) 받고 군대 가서 카톡으로 식구와 통화하고 문자 보낸다. 채팅 앱으로 시작한 카카오톡이 이젠 공적 통신에서도 사용된다.


카카오톡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들의 의존도가 상당해서 몇 시간만 접속에 장애가 생겨도 긴급 뉴스가 된다. 


2016년 경주 지진 때 사람들은 지진보다 카카오톡 먹통을 더 공포스러워했다. 일시에 안부 연락이 폭주해서 생긴 장애였다. 재작년 SK C&C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이 장시간 안되자 과기부에 재난대응실이 설치되는 소동이 빚어졌고 장관이 현장을 방문했다. 


주위의 핀잔과 정보 고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카오 톡을 안 한다는 사람이 드물게 있다. 인간관계와 정보 교환에 아쉬울 거 없는 소수만이 공동체의 통신 도구를 거부하는 배짱을 부릴 수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아무나'하고 엮이는 카카오톡의 생태계가 께름칙해서 '그딴 거 안 하고 산다'고 한다. 잃을 게 많으면 의심도 많은 법. 


연락처를 저장하자마자 카카오 톡에 친구로 등장할 때 잠시 얼떨떨하기는 하다. 전화번호를 기억할 사람은 친구 말고도 많지 않은가.


카카오톡에서는 웬수도 친구가 된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업데이트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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