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텅장
이번 글에서는 간략한 음악의 역사(악기 흐름의 관점)와 필자가 사용 중인 전통악기 몇 대에 관해 다루어 볼 예정이다.
음악은 인류와 항상 가까이에 있었다.
농촌에서 노동을 하던 이들은 노동요를 불렀고 미국의 흑인들은 백인들의 착취에 블루스를 부르며 살아갔다.
음악을 중요시 여겼던 곳이 어디가 또 있을까.
바로 종교계다.
가장 오래된 음악이라는 그레고리언 찬트가 있었고(정확히는 남아있는 기록 상 가장 오래된 음악) 종교로부터 음악이 시작되어 뿌려졌다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다만 서양 음악사에서 음악의 시초라고 하는 그레고리안 찬트를 만들었던 그레고리우스 로마 교황 그 이전 시대의 음악의 자료가 모두 사라져 있는데 역사학자들은 경건하고 금욕을 강조하는 당시 서양의 종교계에서 그 반대인 타락의 아이콘인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음악을 없애버리고 단순한 형태의 그레고리안 찬트를 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있다. 꽤나 신뢰가 가는 부분이다. (그도 그럴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면 기독교의 고결한 신과는 다르게 신들이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눈엣가시라고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어릴 적 부모님이 싸우지 말고 친구와 친하게 지내라고 하였다. 꽤 온순한 성격이었고 다치고 아픈 게 싫어서 쌈박질을 안 했다. 이런 내가 수백 년 전 투르크 제국이 있던 시절에 살았다면 틀림없이 투르크의 양아치 짓에 뚜들겨 맞았을 것이다.
종교계에서 음악을 사람의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하여 사용을 하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음악을 지능적으로 사용한 경우도 있다. 바로 전쟁에서였다.
류트족의 악기인 우드를 투르크 제국이 여기저기 침공하고 다닐 때 본국 군사의 사기를 돋게 하기 위하여, 또는 적국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하여 연주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래 설명할 카눈도 전쟁 때 쓰인 악기이다.)
참고로 우드(Oud 또는 Ud로 표기)는 류트의 전신이 되는 악기다.
센티멘탈한 감성을 자극하는 아랍의 음계로는 충분히 자국민과 적국의 감정을 원하는 대로 요동치게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듯하다.
적어도 나는 흔들렸을지도,,,
작년에 터키 악기인 Kanun or Qanun을 사고 배우기 위해 터키에 찾아갔다.
가장 놀랐던 점은 터키 전통악기 판매점들이 동네에 널리고 널렸다는 것이다. 물론 이스탄불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악기상점에서 나를 제외한 외국인을 보기란 어려웠다.
어쨌든 이 나라는 본인들의 악기를 항상 곁에 두었다.
카눈을 알아보던 그때 발견한 악기가 있다. 이름은 Santoor.
산투르는 Mezrab이라는 나무스틱을 이용해서 줄을 타현하는 방식으로 연주를 한다.
이 악기가 동북아시아로 넘어오면서 중국과 한국에는 양금으로 정착이 되었고 유럽에서는 덜시머라는 악기로 변형이 되었다.(사실 외관에선 큰 변형이 없어 보인다)
또한 Kamanche라는 악기는 9세기 비잔틴 제국에서 사용했던 발현악기의 변형으로 추측이 되고 뿐만 아니라 현시대의 발현악기들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중동발 악기가 안 퍼진 지역을 찾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많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리랑을 제외하고 아는 전통음악 또는 전통악기가 있냐고 하면 입을 꾹 다물 것이다. 실제로 현대음악에서 사용을 하지도 않고 전통음악이 일반인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터키에 가보면 Pop보다 본인들의 악기로 버스킹 하는 경우가 더 많다. 9:1의 비율. 혹은 더 많은 비율의 전통 악기. 스페인의 경우, 라디오에서 플라멩코가 흘러나오고 따블라오(Tablao)라는 곳에서 플라멩코 공연이 이루어진다. 포르투에 가면 골목의 많은 펍에서 파두 공연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전통 음악들이 아직까지 살아 숨 쉬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다.
한국은 현대음악을 즐기고 연주할 공간들 조차 계속 사라져 간다.
악기를 오랜 시간 다뤄온 연주자들은 웬만하면 어느 악기를 주어도 기본적인 연주는 가능할 것이다.
[음악의 역사]의 부분에서 언급한 악기 중 현재 사용 중인 악기로는 우드, 카눈, 파두 기타, 카만셰가 있다.
또한 스페인의 라우드(Laud)와 일본 오키나와의 전통악기 샨신이 있고 터키의 타악기 Bendir를 사용 중이다.
이 악기들의 현대 음악에서의 사용은 가능할까?
또한 이미 기타 같은 발현악기를 다루는 연주자가 이 악기들을 현대음악에 사용하기 위해 전문 연주자에게 연주를 따로 배울 필요가 있을까?
26개의 음정과 77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카눈은 음의 나열이 순차적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비교적으로 원하는 음을 연주하기에 쉬울 수 있다.
카눈의 터치는 검지 손가락에 낀 피크를 이용하여 연주를 하는데 그때 움직이는 관절은 손바닥과 손가락을 이어주는 관절이 된다. 손가락 안에서 까딱까딱하면서 움직이면 소리를 맥없이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기타 연주에 비해 손가락의 움직임이 제한이 되어있기 때문에 연주에 유의를 해야 한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직관적인 연주는 가능하지만 정자세, 정확한 터치와 만다(왼편에 페그 쪽에 위치한 음을 오르내릴 수 있는 장치)의 사용은 전문 연주자에게 배우지 않고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유튜브에도 자료가 많지 않아 배움 없이는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작년 포르투갈에서 파두 기타를 배우고 스페인을 경유해 터키로 갔다.
이 악기를 배우러 간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지점은 터치였다.
플라멩코 기타를 연주할 때 포지션과 파두 기타와 카눈의 터치 모두 달랐다. 터치를 위해 사용하는 관절의 위치가 아예 다르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예를 들면 파두 기타는 카눈과는 반대로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면서 스피드를 내야 한다. 파두 기타는 겹줄로 되어있는 기타라 두 개의 줄을 한 번에 연주하되 하나의 소리가 나도록 터치를 해야 하는지라 일반적인 겹줄의 악기보다 연주하기가 까다롭다.
참고로 카눈은 세 개의 줄을 연주할 때 정확한 하나의 소리가 나는 것에는 크게 별 상관없다는 답을 받음.
위 녹음에서는 파두 기타를 컨템퍼러리 음악에 사용하기 위하여 아르페지오 주법을 사용했고 때문에 파두 피크의 사용은 없었다. 단지 악기의 소리만 차용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현대 음악에서 종종 쓰이는 만돌린과는 소리의 성향과 음의 배열이 많이 달라 조금 더 재미있는 소리를 내준다 생각된다.
스페인의 전통악기인 반두리아의 큰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전체적인 음의 구성은 일반적인 기타와 크게 다르진 않아서 연주하기에 어렵지는 않다. 무엇보다 피크를 사용하여 연주하기에 배우지는 않았다.
이 악기는 아무래도 현대음악에서 사용하기에 용이한 것으로 생각된다. 파두 기타보다 소리가 두텁고 공공대는 소리가 적어 소리 내기가 수월하다.
또한 일반적인 피크의 사용으로 연주에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돌린보다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발현 악기의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스트링의 터치 혹은 피킹이다.
올바르지 않은 터치는 연주의 매 순간 연주자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이라도 하는 순간 없는 밑천이 드러나기 십상이다. 좋은 연주에는 좋은 터치가 필수다.
그렇기에 제대로 배우지 않고 악기를 사용한다는 점은 악기의 능력의 반밖에 못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기마다 터치의 뉘앙스가 다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원하는 전통악기의 구매와 레슨을 고려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이번 글에선 악기를 위한 음악사와 전통 악기들을 소개하였다.
연주로써의 역할뿐 아니라 음악의 역사를 알아가는데에도 전통악기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다음번 글에서 전통 악기의 구매와 레슨을 위한 팁을 공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