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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성 Dec 23. 2018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8

008. Adonis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8. Adonis


01. 살아있다.

02. 가족

03. 나

04. 성격

05. 고민

06. 방황의 상징

07. 타투

08. INNERVIEW



탄생화 ADONIS.



01. 살아있다.


3년 전에 그래도 꽤 큰 대기업에 입사를 했었고 2년 정도 일을 하다가 운이 좋게 미국계 회사에서 좋은 제안이 와서 거기서 일을 하고 있어요.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제가 봐도 많이 좋은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고 여러부분에 있어서 꽤 괜찮은 일들을 하고 있는데 어느순간 ‘이게 진짜 내가 하고싶은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냥 남들의 이목같은 것들 때문에 뭐든 열심히 했고 꽤 좋은 회사에 입사해서 돈이나 명예나 또래에 비해서 비교적 좋게 쌓아왔지만 이게 진짜 내가 하고싶은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그래서 저번에(1차 상담) 간단히 말씀드리긴했었는데 요즘엔 제 손재주랑 전혀 상관 없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피부 미용, 제모, 왁싱을 배우고있어요.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한, 두 달 정도 됐는데 아직까진 이걸로 사업을 해야겠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제가 하고싶은걸 하니까 조금 오그라들어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요즘은 그래요, 내가 재밌는거? 그런걸 해서 그런지 하루하루가 재미 있어요. 일주일에 3번 학원을 나가는데 퇴근 후에 7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듣고 자고 일어나면 또 회사를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피곤하지 않고 좋아요.




02. 가족


-요즘에 특히 많이 느끼지만 주위를 보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뭘 해야 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하는 일 이외에도 뭔가를 계속 찾아서 하는 사람을 보면 보기 좋아요.


그걸 시도하기조차 힘든 여건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모두가 생각은 하고있겠지만 그걸 실질적으로 옮긴다는건 운도 조금 있어야하고 금전적인것들, 시간, 여러모로 따라줘야되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저는 이런 것들이 결국 타투와도 연결되는건데 제가 이미 갖고있는 타투는 가족에 대한 거에요. 그동안 제가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삶의 어떤 것 들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가족이 되게 영향을 많이 줬어요. 동생, 아버지, 어머니.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게 제 행복이었고, 강요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들이 좋으면 저도 좋았어요.

근데 요즘 하는 것들은 가족과 별개로 제가 하고싶어서 하는 일들이라 저를 위해서 뭔가를 남기고싶었는데 그게 타투라는 생각을 했던거고 그리고 그중에서도 많은 이유가 있지만 대성씨를 아티스트로 하고싶다고 생각해서 연락을 드리게 된건데 뭐,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연결이 되네요.




03. 나


주변에서들 많이들 키워드로 뽑아주시는 것들이 있어요. 뭐 … 꼼꼼한 것, 섬세한 것, 뭐 하나 안놓치려고 하는 것, 생각이 많은 것, 저는 티를 안낸다고 안내는데도 회사를 몇 번 겪고 꽤 많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듣는 것들이 그런 것들인데, 그런 것들이 어쨌든 장점이 됐으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생각이 많으니까 좀 골치가 아파요.

이렇게 대성씨랑 얘기를 나눌 때는 다른 걸 다 제쳐두고 그거에 집중을 해야되는데 문득 문득 다른 생각이 계속 나는거죠. 그래서 제 나름 마련했던 것들이 뭐, 타투도 비슷한거고 피규어, 자동차, 등 몇 가지 것들이 있는데 그런걸 보면서 집중을 하려고 하고 영감을 많이 얻으려고 해요.

조금 뒤에 대성씨가 작업을 해주시겠지만 제 손목에 많은 뜻이 담긴 타투가 있을거고 회사에도 그렇고 집에도 그렇고 제 테이블 위에는 피규어가, 그리고 제가 그동안 차곡 차곡 모아놨던 돈을 꽤 괜찮은 자동차를 사는데 들였는데 운전을 할 때면 또 집중이 되고. 생각이 많지만 집중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어요.



04. 성격


-남들이 본인에게 ‘너는 이런 성격이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해요. 남들이 나를 생각하는 모습이랑 실제 내 모습은 조금씩 차이가 있잖아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남들이 생각하는 것에 조금씩 맞추려는 경향도 있을거고, 사실은 그렇지않음에도 불구하고 남들 앞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근데 그런 것들을 장기간에 걸쳐서 하다보니까 어느순간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좀 그렇거든요.


100%중에 90% 이상은 그런 성격이어야 그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요? 사회, 친구, 연인, 직장에서 100% 가식으로 사는건 너무 힘든일일 것 같아요. 그분들이 말하는 저는, 꽤 많은 부분은 맞긴 맞는것 같아요. 근데 대성씨 말처럼 어느순간 그 말을 몇 년 정도 들어오다보니 그 속에 갖힌 느낌은 있는데, 어쨌든 제 성격이 맞긴 맞아요.

 많은 것들에 있어서 꽤 피곤하게 일을 진행하고, 꽤 많은 시간 그걸 생각하고,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필요 이상의 것을 배려하고. 이건 제 성격이 맞긴 맞는 것같아요. 다만 그게 제 마음에 드냐 안드냐, 이건 계속 고민을 하고는 있는데 남들이 싫어할 만한 성격은 아니어서 그랬는지 저는 조금 피곤해도 마음에 들어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열 명이 있으면 제가 열 명 다 신경을 쓰고 배려 할 순 없지만 열 명 다 신경 쓰고 배려하려고 하는 걸 남들이 좋아라 해주니깐 굳이 ‘아 이게 나쁜 성격은 아니구나’싶기도하고 꽤 마음에 들어요.

남들이 “너 이런 성격은 좀 고쳤으면 좋겠어."라고 하면 그건 고쳐야되는거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해줬네? 고마워”, “이번에도 이렇게 신경을 써줬네? 고생했어.”라는 말들은 저를 꽤 따뜻하게 해주는 말들이라 제 피곤함, 제 고민을 많이 하는 것과는 별개로 좋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아직까진 제가 한,두 번만 더 생각하고 한,두 번만 더 액션을 하면 되는것 같아서 저에게 조금 피해가 오더라도 그 사람의 선의를 알면 저는 감수를 하는편이에요.



작업 당일 추가 상담을 통해 최종 도안이 나왔다.



05. 고민


일주일에 두 번정도는 2시간씩 축구를 해요. 소속된 지 꽤 오래된 두 개의 팀이 있는데 하나는 친구들,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지인들은 아니지만 같이 운동을 하시는 분들인데 대회도 자주 나가고 가장 최근에, 저번 달에 나갔던 대회에서는 우승도 했어요. 술, 담배, 유흥을 안즐기니깐 딱히 할 게 없어서 운동을 많이 하는데 그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지금 학원 다니는 것들이 마무리되면 그거에 관한 것들, 피부미용이라든지 제모라든지 돈이 없어서는 아니지만 투잡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프리랜서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게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고있어요.

저는 고민을 꽤 오래하는 것 같아요. 피부 미용도 사실은 올 해 초부터 고민을 했어요. 학원을 알아보고, 학원에 대한 견적 혹은 이 분야에 대한 전망, 비전, 이걸 하게되면 어떻게 사업으로 이어나가야 할 지, 기존에 갖고있는 차를 팔고 새 차를 살 때도, 지금 재규어를 타는데 견적을 뽑아보려고 수도권에 있는 재규어 매장을 다 돌아다녔어요. 차를 팔고 다시 사는데 6개월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행할때 나쁘게 말하면 실행력이 약한 거고, 좋게 말하면 꽤 오랜시간 고민이 필요해서. 아, 다만 한 번 결정을 하면 후회는 별로 안하는 것 같아요. 대성씨에게 타투를 받겠다고 생각 한 것도 꽤 오래전인데 다른 (백 인 [百 人] 프로젝트)인터뷰에서 하신 것처럼 타투에 대한 후회 혹은 걱정에 대한 질문을 저한테도 똑같이 던지신다면 저는 후회나 걱정은 아예 없다고 할 수있어요. 그냥 이렇게 시도하는 것 자체가 꽤 큰 가치인 것 같아요.




06. 방황의 상징


제가 일반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비교적 노출이 많은 이 위치에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제 직업이 타투가 사회적인 편견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이라면 상관이 없는데 저는 그렇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걸 보이는 위치에 하고싶었던 이유는 내가 이런 의미에 대해서 상기를 해야 될 때가 있는데 보이면 바로 상기 할 수 있으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그냥 제가 보고싶을 때 볼 수 있는 위치가 되게 중요했어요. 다행히 시계줄 하나 차면 안보이는 위치라 직장을 같이 다니시는 분들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몰랐도 혹 그들이 알아도 상관은 없다는 생각은 하고있어요. 뭐, “이게 뭐야?”라고 했을때 “아, 아무것도 아냐”라고 숨기진 않을 것 같아요. 이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니까.

‘바람직함’에 정도를 표현하는 것도 웃긴데 제 인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제 인생의 길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방황을 하진 않았는데 사람들은 타투를 좀 방황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타투를 간직하신 많은 분들이 그럴테지만 조금 아쉬울 때가 있어요. 이걸 했다고 내가 나쁜짓을 했다거나 그들이 생각하는 탈선의 범위를 내가 걸었던건 아니었는데 그게 아쉬울 땐 있어요. 근데 크게 상관 없는건 어차피 주변 분들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니까. 다만 여기가 한국이고, 그런 생각들이 없지 않다는걸 알고있으니 중요한 자리, 혹은 저보다 한참 연배가 높으신 분들을 만날 때는 제가 알아서 조심할 뿐이지 제가 이걸 함으로써 부끄럽거나 그런적은 없는 것 같아요.




07. 타투


저한테 이런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약간 아티스트 같은 사람이거든요? 직업적으로 굉장히 리스펙트 해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하는지가 되게 중요한데 어떤 신념, 제가 정확히 어떤 신념인지는 모르지만 ‘이 사람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겠구나’하고 보이는 것들을 중요시해요. 저는 본인이 아니니까 대성씨가 얼마만큼의  깊은 생각으로 이런 일들을 하고있는지 가늠도 못하지만 저같이 잘 모르는 사람도 이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건 꽤 많은 사람들한테 영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있어요. 아마도 대성씨를 접하는 많은 분들이 이 깊이를 다는 몰라도 ‘꽤 깊구나’라는걸 느낄 수 있지않을까요?

제가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가족에 대한 것이든, 친구에 대한 것이든, 그런것들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문장들이 있을텐데 그것들을 하나로 응집할 수 있는 어떤 것. 그게 한 글자 단어가 될 수도 있고 오늘처럼 꽃이 될수도 있지만 생각들을 하나로 응집 했을 때 ‘이거다’싶은걸 많이 고민해요. 대성씨와 얘기를 나누면서 이미 노출한 것도 있고 노출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번 작업을 하는 것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모여서 ‘탄생화 타투를 하고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많은 생각들을 어우르는 한 가지 무엇.
그게 저한테는 기준인 것 같아요. ’아, 내가 이걸 할 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었지’하면서 생각들이 서사시처럼 펼쳐질 수 있는게 저한테는 가장 중요해요.

안으로는 기억이고 밖으로는 내 상징이 되는 어떤 것들? 사람들이 타투를 하는 이유는 이 두 가지가 제일 큰 것 같아요. 그래서 타투를 할 때 이런 것들을 계속 생각하지 않을까, 저는 앞으로도 다른곳 어느 위치에건 모티베이션이 되는 것들이 있으면 계속 하고싶거든요. 사람들도 살아가면서 계속 기억하고싶은 것들과 본인을 나타낼 것들이 계속 나오니깐 타투를 계속 하는 것 같아요.



Adonis



08. INNERVIEW


매번 백 인 [百 人]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마다 인터뷰 시간은 한 시간 남짓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녹취 확인 후 타이핑 작업과 편집까지 합치면 시간이 꽤나 오래걸리는 작업이라 사실은 여러가지 일들을 핑계로 프로젝트 진행을 조금씩 미뤄왔었다.

처음 여덟번째 인터뷰이에게 연락이 왔을 때 ‘아, 이 사람은 상대방을 굉장히 배려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물론 실제로 만났을 때도 그러했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본인이 요청한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인터뷰 하실래요?’라고 물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인터뷰이의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고 듣는게 즐거웠다. 남들이 나를 보며 생각하는 ‘나’는 사람마다 다르고 내가 생각하는 실제 내 모습과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남들의 기대치에 조금씩 맞추려는 경향도 있을거고, 사실은 그렇지않음에도 불구하고 남들 앞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을 것이며, 그런 모습들을 장기간에 걸쳐서 보이다보니 어느순간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나의 바운더리가 뚜렷해서 남에게 피해주는걸 정말 싫어하고 반대로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피해는 물론 배려나 관심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배려나 관심을 누가 주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이 말을 하면서 스스로가 굉장히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베푸는 호의에 감사하는 마음은 들지만 보통의 관계에선 지나친 배려나 호의는 오히려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니까. 물론 이것도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내가 상대를 배려 할 때 나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부분이 있으면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남을 배려하고싶진 않다. 남이 나에게 배려하면서 손해를 보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내가 성격 파탄에 극도의 이기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고, 오히려 친절하고 예의 바른 편이지만(나만의 착각일 수도) 그 이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좋은 사람이고싶지 착한 사람이고싶진 않다.

항상 직업은 하나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고(배우고)싶은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고 할(배울) 수 있는 일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하나만 할 수는 없으니까.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일단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가 없는가부터 따져 본다. 내가 하고싶은 일이 있을 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면 그냥 한다. 할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잖아?

다만 여러가지를 끊임없이 맞물려서 할 때 아쉬운건 보통 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면 몇 개월 기간을 정해두고 하는데 지금 배우는 것들 때문에 다른걸 배우지 못 할 때. 하고싶은걸 하기 위해서 다른 하고싶은 것들을 못하는게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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