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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성 Sep 13. 2018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1

001. FUN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1. FUN


01. 나는 누구인가

02. 요즘 뭐하세요 ?

03. 노예종자

04. 타투, 왜 하셨어요 ?

05. 평가절하

06. 말 할 수 없는 비밀

07. INNERVIEW



손가락에 레터링을 하고 싶다던 그녀는 즉석에서 ‘FUN’이라는 글자를 쓰면서 올 해 목표가 ‘매일 매일 재미있게 살자’라고 말했다.




01. 나는 누구인가


그누 : 안녕하세요 타투이스트 그누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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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반갑습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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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본격적으로 타투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전에 본인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볼까합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해주시면 되는데, 본인의 성격이나 가치관에 대해서 얘기해주시면 좋겠어요.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성격이에요




지혜 : 저는 일단 남들이 흔히 외향적이라고,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보이는 것 보다 고민을 많이 하는, 스스로를 깎아먹는(웃음), 자신을 깎아먹으면서 사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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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깎아먹는다는게 생각이 많다는 뜻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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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생각이 많아서 스스로 고이게 만들고 자책을 많이 하는,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모든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경험에서 배움과 재미를 얻는 것을 가치관이자 목표로 살고있습니다.




02. 요즘 뭐하세요 ?


그누 : 그럼 최근에 새로 배우거나 경험하고 있으신 게 있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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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요즘에 일을 새로 배우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를 얻어서, 정말 원하던 좋은 직장으로 옮긴지 이제 3개월 차가 됐는데, 사실 생판 거의 모르다시피 하는 분야의 일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하루 하루가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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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그럼 거기서 얻는 경험 ? 어떤걸 주로 배우고 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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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진정한 효율, 차이에서 빚어지는 모든 마찰들 사이에서 얻을 수 있는 공통된 합의점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것이 무엇인지 도출해내는 것을 많이 경험하고 배우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과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게끔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그 많은 경험들과 고민들을 왜 했었나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그랬구나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치열하게 생각을 해야하는 순간이 많아서 저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03. 노예종자


그누 : 그럼 일 이외 여가시간에 주로 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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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일 다음으로 시간을 많이 쏟는게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인데, 아까 성격에서 얘기했듯이 본인을 굉장히 깎아먹는 스타일이라 따로 에너지를 소비할 창구가 없으면 계속해서 자멸을 하기 때문에, 크로스핏이 엄청 힘들잖아요? 그래서 운동을 하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못해요. 아무 생각도 못하기 떄문에 사람들과 더 하하호호 할 수 있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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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그러니까 운동을 하고 탈진한 상태에서는 다른 것에 신경을 못 쓰게 되는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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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다른 것에 신경 쓸 에너지를 크로스핏에 다 쏟아버리고, 또 크로스핏을 통해 다음 날 다시 워킹할 수 있는 좋은 에너지도 얻고 있습니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도 좋고 운동을 하면서 얻게되는 건강함과 파워와 강력함 ...?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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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그럼 휴식 시간은 따로 없는거에요 ?



저는 오래 쉬면 죄책감이 드는 사람이에요




지혜 : 쉬는 것도 선택과 집중을 해요. 누구나 쉼에 대해서 대하는 태도가 다르겠지만 저는 오래 쉬면 그 쉬어버린 시간들에 죄책감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식으로 운동을 통해 뇌를 식혀주는 것 자체가 휴식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몸의 휴식은 잠을 자는 것과 주말에 가끔 늦잠을 자는 정도로 채울 수 있지만 머리의 휴식은 정말로 찾기가 힘든데 운동으로 털어놓으면 그 자체가 휴식이 되어서 너무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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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육체적인 휴식보다 정신적인 휴식을 더 우선시 하시는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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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그럼요. 그래도 졸리면 어디서든 자고 필요하다면 쉬기 위해 노력해요.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육체적 피로는 정신으로 이겨낼 수 있는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반복되면 롱런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열심 종자, 노예 종자라서(웃음).



약 25분 정도의 인터뷰 후에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04. 타투, 왜 하셨어요 ?


그누 : 그럼 이제 본격적,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 타투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합니다. 일단 ... 타투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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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네,  저 ... 두 개의 타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 숨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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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처음 타투를 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왜 타투를 하셨어요 ?



저는 타투에 정말 부정적인 사람이었어요




지혜 : 사실, 저는 제가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 타투를 한 사람이 많아서 타투에 정말 부정적인 사람이었어요. 타투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부정적면을 강조해서 그 사람들을 싫어하기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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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이유가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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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네,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지인이 타투이스트로 활동을 시작하게되면서 그런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게 되었고 플러스 알파로 장난식으로 제 몸에 있는 큰 점에 낙서를 해보다가 그게 너무 귀여워서 진짜로 타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했었어요. 타투를 결정하게 되면서 가장 저한테 도움이 되었던 말 중에 하나가, ‘요조’ 라는 가수가 있는데 그 분이 타투가 엄청 많거든요. 타투에 관련된 인터뷰 영상이었는데 인터뷰 영상 말미에 ‘타투를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한마디만 해주세요’라고 했더니 그 분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냥 하세요’




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아, 내가 별 것도 아닌걸 가지고 엄청나게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으로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할 이유가 딱히 없더라고요 그리고 그 전에 갖고 있었던 못난 생각에 대한 약간의 사과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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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못난 생각에 대한 사과?



타투는 잘못이 없더라고요




지혜 : 네, 못난 생각이라는건 아까 전에 그 싫어하는 사람들이 타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부정적인 특정을 살려서 이유 없이 타투에 부정적이었는데 타투는 잘못이 없더라고요, 그 사람이 싫었던건데 타투한테 괜히 ‘너 ... 타투 이 나쁜놈아’했었는데 그래서 사과의 의미로 빠르게 결정하게 됐습니다.




05. 평가절하


그누 : 좋네요,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타투의 현위치? 타투의 의미? 타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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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이제는 너무나도 보편적이 되었지만 보편적인 것에 비해서 아직도 너무나 마이너한 감성만이 부각이 되고있죠. 예를들면 우리나라에서 락을 좋아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데, ‘나는 락을 좋아해’라고 입밖으로 꺼내면 아직도 사람들은 메탈을 생각하고 펑키한 느낌과 반사회적인 느낌을 먼저 떠올리는 것처럼 타투가 상당히 보편화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타투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가장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긍정적인 게 아닌 것 같아요. 약간 평가절하되고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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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우리나라에서 타투가 왜 마이너한 이미지가 강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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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타투는 일단 유교사상과 맞지 않고, 그 뭐라고 하죠 ?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하죠? 내 신체를, 내 부모님께서 주신 소중한 신체를 해친다는 인식이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것 저것 모든 부분에서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데 타투는 영원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나싶어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우리나라는 특히 그런 변화에 민감한데 타투라는 것은 변화라기보다 몸에 한번 새기면 평생 남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부정적이다




지혜 : 그리고 플러스로 국내 타투의 시발점이 흔히들 말하는 어깨삼촌, 즉 조폭들의 남을 위협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기때문에 아직까지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간 중간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어주셨다. 아, 고마운 사람.




06. 말 할 수 없는 비밀


그누 : 마지막으로 이미 몸에 타투가 있으시니까 더 잘 아실 수 있지만 작업을 받으실 때, 아니면 상담을 받을 때, 작업 후에, 평소에 주변에서 타투를 한 사람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 본인이 타투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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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제가 받는 질문들은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안아파?’ 그리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일단 안아팠고, 정말 아파봤자 그냥 커터칼로 살짝 긁는 느낌이라고 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라는 질문은 너무나도 많은 말로 반박할 수 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라고 대답해요. 제가 궁금한 부분은 이게,



자기가 아끼는 것을 파는 모든 사람은 단점을 숨기기 마련이잖아요 ?




예를 들어서 커피를 파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면 활기가 돌고 하루에 몇 잔을 마시면 좋고, 향기가 정서를 풍부하게 해주고 ...’ 기타등등의 긍정적인 말은 하지만 ‘커피를 많이 마시게되면 카페인 때문에 몸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것처럼 타투는 어떤 단점이 있을까요? 있다면 그게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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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타투의 단점 ? 타투의 단점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잘못된 작업 및 관리겠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타투는 아무래도 펜으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르게 진동하는 바늘로 사람의 피부에 잉크를 주입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피부가 수용 가능한 잉크량보다 많은 양을 주입한다던지, 작업 후에 미흡한 관리로 인해 잉크가 번지거나 변색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애초에 ‘잘못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게 맞나싶기도한데 그래서 더 실력이 좋은 타투이스트를 찾아야하기도 하고



손님마다 도안이 다르고 그 날의 피부 상태, 성질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변수가 상당히 많죠.




사실, 작업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기대하는 것은 자신이 원했던 도안 그대로의 혹은 그 이상을 바라시는 게 당연한데,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른 모습이 나왔을 경우, 타투는 영구적인 성격이 있기때문에 그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과 상실감이 제일 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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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그러니까 감수해야 할 위험이 있다는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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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 네, 제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도 타투이스트라면 타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하지만



타투에 관심이 있는, 타투를 받으려는 분들도 타투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와 잘못된 정보에서 벗어나 제대로된 정보를 얻었으면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보통 인터넷에 타투 부작용 사례라고 하면서 피부병이나 물집이 잡힌 사진들을 보실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타투는 바늘에 잉크를 묻혀서 0.1mm정도의 깊이로 피부에 잉크를 찔러 넣는 과정이라 사실상 타투로인해 그런 부작용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간혹, 작업 후 작업 부위에 발생하는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관리할 경우 일시적으로 피부가 붉게 변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만 약간의 냉찜질이면 다음 날 충분히 가라앉습니다.



작업 혹은 관리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면 타투를 받으시는 분은 그게 무엇이든 물어볼 권리가 있고 타투이스트는 여기에 대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Everyday have FUN




07. INNERVIEW


평소,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거나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주제로 의미 있는 대화 나누는 것, 다른 이의 생각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저에게 처음 타투를 시작했을 때부터, 손에 쥐어진 바늘의 진동을 느끼고 처음 타인의 몸에 그 진동이 닿았을 때부터 생각했던, 하지만 이제서야 즉흥적으로 기획하고 시작하는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첫번째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손님들에게 물어보고싶은 것들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진 않죠. 그래서인지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원래 15분에서 20분 사이로 인터뷰 시간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그만큼 유익하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거창하게 ‘프로젝트’라는 단어까지 썼지만 실상은 별거 없습니다. 그냥 매주 토요일 편한시간(늦은 시간 혹은 이른 시간도 상관 없습니다.), 작업실에 오셔서 저랑 차 한 잔 하시면서 타투 얘기 조금 하시다가 타투 받고 가시면 됩니다. 다만 시간적 여유를 조금은 넉넉히 잡으시는게 좋겠습니다.



떨립니다.




제대로된 홍보 없이 시작하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라 정신 없이 생각만 많아지고 ‘연락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분이 오실지, 우리가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기대되는 것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일단 계속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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